스페인 경잘, 카탈루냐 독립 선언 성명서 잃은 펩 과르디올라 조사 착수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이끌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스페인 경찰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스페인 경찰에 과르디올라 감독을 조사하는 이유는 그가 지난여름 스페인 자치 지방 카탈루냐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읽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중심부 카스티야 지역과는 다른 문화, 언어는 물론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는 카탈루냐는 20세기 초부터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왔다. 카탈루냐에서 태어나자란 과르디올라 감독 또한 독립운동에 동참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독립을 주장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카탈루냐 주민 투표에서 독립에 찬성한 유권자는 81%, 올해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무려 91.6%에 달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번번이 카탈루냐의 독립을 무효화했고,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이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폭력이 수반된 진압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 와중에 과르디올라 감독마저 스페인 경찰의 조사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여름 카탈루냐 시내에서 열린 독립운동 행사에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함께 참석해 대중을 대상으로 연설문을 읽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자리에서 "나는 주민 투표에 유권자로 나설 것이며 카탈루냐 독립에 찬성할 것이다. 경찰에서 나를 조사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스페인 일간지 '엘 나시오날'은 이날 과르디올라 감독의 연설 내용을 입수한 현지 경찰이 그가 반정부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스페인 대법원의 지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스페인 경찰이 대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이 카탈루냐 독립을 목적으로 지지자가 될 만한 유권자를 선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페인 정부는 유명인이 카탈루냐 독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카탈루냐 출신 정치인 오리올 준케라스, 조아큄 포른, 그리고 독립운동자 조르디 산체스와 조르디 쿠익사르트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수감된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라 푸이그데몬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게도 현재 수배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올 시즌부터 과르디올라 감독은 카탈루냐 독립을 주장하는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뜻이 담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잉글랜드에서 맨시티의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리려면 그렇게 해도 좋다. 나는 유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이들을 지지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