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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신본기 “올 시즌엔 선행왕 대신 야구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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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수) 10:44

                           
"올 시즌엔 선행왕이 아닌 야구왕이 되고 싶다." 이제 30대가 된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는 절박해졌다. 해온 대로만 하면 자기 자리는 없단 생각이다. 그래서 거포 유격수로 기대받는 올 시즌 초반 신본기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온다. 또 가장이 됐기에 신본기는 아내와 아기를 위해 더 이를 악물고 달린다.
 


 
[엠스플뉴스=사직]
 
‘거포 유격수’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면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올 시즌 4월 한 달만큼은 그 단어가 현실이 됐다. 롯데 내야수 신본기의 뜨겁게 달궈진 방망이가 빛난 까닭이다
 
지난해 신본기를 돌아보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시즌 시작 전 큰 기대를 받았지만, 신본기는 지난해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7/ 77안타/ 5홈런/ 47타점/ 출루율 0.313/ 장타율 0.317에 그쳤다. 경찰야구단 제대 뒤 첫 풀타임 시즌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 신본기였다.
 
그래도 신본기에게 좌절은 없었다. 오히려 이를 더 악물었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 캠프 때부터 타격 자세 교정에 힘쓴 신본기는 오로지 운동에만 매진했다. 지난해 겨울엔 결혼으로 가장의 책임감도 느끼게 된 신본기였다. 그리고 올 시즌 기회가 오자 신본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신본기는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0/ 32안타/ 4홈런/ 22타점/출루율 0.359/ 장타율 0.536를 기록 중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기록은 바로 홈런과 장타율이다. 신본기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지난해의 5홈런이다. 올 시즌 개막 뒤 불과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이미 4홈런을 기록한 신본기에게 홈런 커리어 하이 달성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리그 유격수들 가운데 장타율이 1위인 것도 신본기에게 긍정적인 특이사항이다.
 
지난해 신본기는 남몰래 해온 선행이 공개되면서 ‘선행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올 시즌엔 선행왕이 아닌 야구왕이라는 별명을 얻고 싶은 신본기다. ‘거포 유격수’라는 롯데 팬들의 염원을 해결해줄 신본기를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났다.
 
신본기 “나에겐 홈런보단 출루·진루타·적시타가 중요하다.”
 


 
최근 거포 유격수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웃음).
 
아니다(웃음). 아직 거포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실패에서 얻은 게 있었나.
 
2년 전 경찰야구단에서 제대한 뒤 시즌 막판 한 달 정도 뛰었는데 그땐 야구가 나름 잘 풀렸다. 그런데 그 성적이 지난해 부담감으로 다가오면서 독이 됐다. 지난해 성적이 안 좋았지만,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배운 게 많았다. 실패한 경험에서 내가 무엇해야 할지 깨달았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서 정말 도움이 될 시간일 것 같다. 
 
지난해 얻은 교훈 덕분인지 올 시즌 출발은 좋다.
 
(고갤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출발이지만, 아직 시즌이 한 달여 밖에 안 지났다. 남은 시즌이 훨씬 많다. 시즌 중반 슬럼프도 찾아올 거다. 지금 좋은 타격감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한다.
 
사실 개막 뒤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기회를 기다렸나.
 
바로 나에게 기회가 안 오더라도 언젠간 (기회가) 올 거로 믿었다. 그때 후회 없이 내가 준비했던 걸 보여주자고 다짐하고 있었다. 의기소침해 있진 않았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부터 준비한 타격 자세 교정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 때부터 많은 걸 준비했다. 비시즌 때도 쉬지 않았고, 스프링 캠프 때도 죽도록 운동했다. 스윙 준비 동작이 커서 타격 타이밍이 늦었다. 이를 교정하는데 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는 리그 유격수 가운데 장타율 1위(0.536) 자리다. 거포 유격수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상황이 아니다.(리그 유격수 장타율 2위(0.504)는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이다)
 
(고갤 갸우뚱거리며) 사실 의외의 결과다. 정확히 맞히는 것에 집중하는데 장타로 연결된다. 최근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느낀다. 지난해엔 밀어치기보단 밀리는 느낌이 강했다. 올 시즌엔 밀어치기도 하고 힘 있게 당기는 스윙도 한다. 그래서 타구 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주(4월 24일~29일)에만 무려 홈런이 3개나 나왔다. 특히 24일·25일 수원 KT WIZ전에선 개인 통산 최초로 2경기 연속 홈런이 나와 화제였다.
 
(쑥스럽게 웃으며) 나는 한 달에 홈런 하나를 칠까 말까 한 선수다. 솔직히 나도 뭐라고 얘길 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다. 계속 홈런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기에 어쩌다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홈런보단 출루와 진루타, 그리고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치는 게 먼저다. 물론 홈런이 나오면 기분은 나쁘진 않다(웃음).
 
한 시즌 홈런 커리어 하이가 지난해 5홈런이다.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수치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한 달에 홈런을 하나 정도 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웃음).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
 
올 시즌 초반 기록을 보면 초구 타격 타율(0.625·16타수 10안타)이 상당히 높다. 의도적으로 공격적인 스윙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머릴 긁적이며) 나도 그런 기록을 잘 몰랐다. 주자가 있을 때 코치님께서 노림수를 많이 말씀해주신다. 그게 좋은 타구로 이어지니까 초구 공략 결과가 괜찮은 것 같다. 항상 자신 있게 스윙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신본기, 아내의 보양식에서 힘을 얻다
 


 
올 시즌 신본기에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단 점이다. 아내의 내조가 큰 힘이 될 것 같은데.(신본기는 지난해 12월 24일 봉사 활동을 통해 만난 신현정 씨와 화촉을 밝혔다)
 
(환하게 웃으며) 아침부터 보양식 잔치다. 아내도 야구 선수 남편 내조를 처음해볼텐데 정말 잘 챙겨준다.
 
보양식 종류가 궁금하다.
 
장어를 많이 먹는다. 또 뭔가를 갈아서 주기도 하는데 재료를 잘 모르겠다(웃음). 미숫가루도 틈나면 챙겨 먹는다. 고기 위주로 많이 먹는데 경기가 끝난 뒤에 야식도 챙겨준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다. 그래도 아내가 안 자면서 나를 챙겨주니 정말 고마울 뿐이다.
 
아버지가 된단 의미도 남다를 것 같은데.
 
물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부담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가장이니까 더 떳떳하게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젠 야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쯤에서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다(웃음).
 
모든 걸 포기하고 나에게 와서 잘 내조해주는데 정말 고맙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서 아내를 기분 좋게 하고 싶고, 아기랑 잘 살고 싶다. (잠시 머뭇거린 뒤) 사랑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롯데에 입단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수였다.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도 30살(1989년생)이다. 똑같이 하면 나에게 더는 기회가 안 온다고 생각한다.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절실하게 야구해야 한다고 느낀다.
 
올 시즌 신본기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
 
(단호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 개인적으론 정규타석 소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 꾸준히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젠 ‘선행왕’에서만 머물면 안 되겠다.(신본기는 달마다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일정액을 후원해왔다. 보육 시설 봉사활동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선행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솔직하게 ‘선행왕’으로 알려진 게 부담스럽다. 남들이 더 모르게 좋은 일을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야구 선수니까 야구를 잘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인정받는다. 올 시즌엔 ‘선행왕’ 대신 ‘야구왕’이 되고 싶다(웃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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