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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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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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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9.03 (월) 21:25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엠스플뉴스]


 


동양에선 다재다능한 사람을 흔히 팔색조에 비유하곤 한다. 


 


팔색조가 지닌 7가지 깃털 색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팔색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적인 투수이자, 현 KIA 타이거즈 단장 조계현이다. 조계현은 아마추어 시절 혹사로 인해 강속구를 잃었다. 대신 팔색조에 비유될 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성공적인 프로 경력을 쌓았다.


 


올해 한국 야구계에는 조계현 이후 팔색조에 비유할만한 선수가 등장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조계현이 KBO리그에서 거뒀던 성적을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선수는 바로 류현진(31·LA 다저스)이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이후 7가지 구종(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로우 커브, 스파이크 커브, 슬라이더)을 단지고 있다. 놀라운 점이 있다면 포심과 체인지업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은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새로 장착하거나(투심, 커터), 새롭게 개량한 구종(스파이크 커브, 슬라이더)이란 것이다.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은 메이저리그 평균(약 149.5km/h)에 한참 못 미치는 패스트볼 구속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이 수술 복귀 후 현재까지 약 두 시즌 동안 9승 10패 179.0이닝 평균자책점 3.32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난 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은 이런 류현진의 장점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경기였다.


 


애리조나 타선의 노림수를 읽고 전략을 수정하다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이날 류현진은 7이닝 동안 86구를 던져 당시까지 NL 서부지구 1위였던 애리조나 타선을 4피안타 2실점(2자책) 5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출발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인 스티븐 수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A.J. 폴락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어지는 타석에서 '천적' 폴 골드슈미트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영상).


 


그러나 류현진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류현진이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던진 커터는 바깥쪽 보더라인에 제대로 걸친 공이었다. 그 공을 밀어쳐서 담장을 넘긴다는 것은 노려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사실 수자에게 맞은 공 역시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하게 제구된 공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애리조나 타선은 류현진의 바깥쪽 패스트볼(+커터)를 계획적으로 노리고 있었다.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그러자 류현진은 2회부터 갑자기 투구패턴을 바꿨다. 사타구니 부상 복귀 후 3경기 동안 바깥쪽에 집중시켰던 커터를 몸쪽으로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그와 동시에 류현진은 변화구 비율에도 변화를 줬다. 복귀 후 3경기 동안 류현진은 오랫동안 자신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13.0%) 대신 커브볼(23.9%)을 더 높은 비율로 던졌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커브볼(15.1%)보다 체인지업(23.3%)을 더 높은 비율로 던졌다.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이는 복귀 후 3경기에서 체인지업을 던질 때 나타났던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리는' 현상이 없어진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제구력에 구속이 더해진다면?


 


[이현우의 MLB+] 팔색조 류현진, 그리고 90마일+


 


류현진의 이런 갑작스런 볼배합 변화는 애리조나 타선에 혼란을 안겨줬다. 경기 전 계획대로라면 패스트볼(+커터)이 들어와야 할 위치와 타이밍에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당황한 애리조나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60%)을 하거나 파울(20%)로 끊어냈다. 이어 불리한 카운트에서 몸쪽 공이 들어오자, 빗맞은 타구를 쳐내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1회 홈런을 친 골드슈미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드슈미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커브를 쳐서 유격수 땅볼아웃으로 물러났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같은 코스로 들어온 패스트볼을 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골드슈미트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류현진은 골드슈미트에게 홈런을 맞은 1회 1사 이후 나머지 5.2이닝을 78구 만에 2피안타 무실점 4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이 모든 것은 류현진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위치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술 복귀 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과 류현진


 


평균 90마일 이상 : 126.1이닝 평균자책점 2.35


평균 90마일 이하 : 50.2이닝 평균자책점 5.86


 


물론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패스트볼 구속이다.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0.9마일(146.3km/h)로 올 시즌 단일 경기에서 가장 높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0마일 이상 경기에서 31.2이닝 평균자책 1.14를, 90마일 이하 경기에서 18.2이닝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부상 경기 X). 


 


지난해에도 각각 94.2이닝 평균자책 2.76, 32이닝 평균자책 6.75이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평균 구속 90마일을 전후로 류현진의 성적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따라서 이날 류현진의 호투 역시 패스트볼 구속이 일정 수준 이상 나와줬기에 가능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이 있다면 복귀 이후 류현진의 구속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88.9마일→89.7마일→90.9마일). 과연 다양한 레퍼토리와 제구력에 구위마저 더해진다면 류현진은 어떤 성적을 기록하게 될까?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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