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양준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너드 드라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토론토 랩터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양 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3대2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를 단행, 이 과정에서 카와이 레너드(27, 201cm)와 더마 드로잔(28, 201cm)이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토론토는 드로잔과 함께 야콥 퍼틀(22, 216cm), 2019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샌안토니오로 보내고 레너드와 대니 그린(31, 198cm)을 받아왔다.(*토론토가 샌안토니오에 넘긴 지명권에는 보호조항이 포함돼있다)
당초, 토론토가 먼저 샌안토니오에 드로잔과 레너드의 1대1 맞교환을 제시,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협상을 시작한 샌안토니오와 토론토 사이에 몇 차례 치열한 논의가 오고 간 끝에 무려 5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은 대형 트레이드로 논의는 마무리됐다. 샌안토니오는 처음 드로잔과 함께 OG 아누노비(21, 203cm), 파스칼 시아캄(24, 206cm) 등을 매물로 원했다. 그러나 토론토는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아누노비와 시아캄, 두 선수를 지키길 원했고, 결국, 퍼틀이 트레이드 매물에 이름을 올리며 드로잔와 함께 둥지를 옮겼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대형트레이드의 시작은 바로 지난 시즌 레너드의 부상아웃이었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결장을 알렸던 레너드는 지난 시즌 9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사이에는 심각한 불화가 생기며 레너드는 샌안토니오의 미래에서 응석받이로 전락했다. 샌안토니오 구단 측은 레너드를 배려해 부상회복에 관한 모든 것을 레너드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레너드의 가족과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샌안토니오와 레너드의 소통을 막는 등 레너드와 샌안토니오의 갈등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커지며 해소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샌안토니오의 팬들마저 레너드를 향한 신뢰를 접었고, 레너드 역시 팀에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 이후 레너드의 영입을 위해 수많은 팀들이 샌안토니오와 협상테이블을 차렸다. 허나, 샌안토니오는 레너드 트레이드의 결과물로 확실한 결과물을 원했고, 그 결과, 레너드의 트레이드 논의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실제 샌안토니오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레너드의 트레이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가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3장을 원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고수, 샌안토니오의 고집에 지친 필라델피아 스스로가 트레이드 논의를 철회했다. 보스턴 셀틱스도 레너드의 건강상태와 재계약에 확신을 갖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했다.(*토론토는 레너드의 메디컬테스트를 생략할 의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레너드 영입전에 뛰어든 토론토는 리빌딩이 아닌 우승경쟁을 원했던 샌안토니오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팀의 1옵션인 드로잔을 매물로 제시, 샌안토니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2017-2018시즌 팀의 공격플랜을 완벽히 바꾸며, 구단 창단 후 최다승으로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차지했던 토론토는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르브론 제임스(LAL)를 넘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탈락, 팀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토론토는 처방전으로 드웨인 케이시(DET)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뒤를 이어 드로잔과 카일 라우리(32, 183cm) 등 팀의 주축선수들까지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는 등 팀의 분위기는 점점 더 뒤숭숭해졌다.
그때마다 드로잔은 개인 SNS를 통해 토론토에 대한 무한애정과 충성심을 드러냈다. 토론토 역시도 오프시즌 드로잔과 면담을 진행하며 “결코, 드로잔을 트레이드시키는 일 없을 것이다”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토론토는 드로잔의 믿음과 충성심에 ‘뒤통수’라는 행동으로 응답했다. 이에 큰 실망감을 느낀 드로잔은 본인의 SNS 계정에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이 바닥에 의리란 없다. 얼마 받지도 못하고 나를 팔아치웠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곧 알게 될 거다”는 말을 전하는 등 충격이 상상이상으로 커보였다. 美 현지 언론사들도 연일 “드로잔의 충성심에 토론토는 배신으로 답을 했다”는 말을 전하는 등 토론토의 선택에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여름, 드로잔은 FA를 맞이해 수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토론토를 향한 순애보만을 외치며 잔류를 선택했다. 이는 빈스 카터, 크리스 보쉬 등 이전의 선배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로, 당시, 드로잔의 결정은 많은 토론토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올 여름 토론토가 드로잔의 트레이드를 결정한 배경에는 ‘대대적인 리빌딩’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드로잔과 라우리 체제에선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고 판단한 토론토는 만기계약자인 레너드와 그린, 두 선수를 받아왔다. 이미 레너드는 다른 S급 선수들과 함께 내년 FA시장에서 슈퍼팀 결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설령, 내년 여름 레너드와의 연장계약에 실패하더라도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기는 토론토로선 그 자금으로 다른 FA대어들의 영입을 노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토론토가 싫어 팀을 떠나는 슈퍼스타들은 많이 봤어도, 토론토가 좋아 자진해 토론토 이적을 결정한 슈퍼스타들은 드물었다. “누구나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 주먹에 한 대 맞아보기 전까지”라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처럼 토론토의 계획이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토론토의 계획이 현실에서의 성공으로 나타날 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이미 美 현지에선 드로잔과 레너드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을 두고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또,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그 불화설의 진실들까지 트레이드의 뒷이야기로 급격히 퍼지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마음을 다치기는 레너드도 매한가지다. 팀에 공식적인 트레이드 요청 후 줄곧, 본인의 고향인 LA행만을 고수했던 레너드는 팀이 자신을 토론토로 보낸 것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시즌 레너드가 팀에 해를 입힌 것을 생각해본다면 레너드의 지금 행동이 옳은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반면,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와의 이별을 결정하면서 포포비치 감독이 직접 “레너드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그는 우리 팀의 5번째 파이널 우승에 큰 기여를 했고,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팀을 위해 노력한 선수였다. 그의 앞길에도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레너드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전하는 등 끝까지 레너드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샌안토니오와 포포비치 감독은 즉각, 드로잔의 마음 추스르기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드로잔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배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로잔과 레너드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소집되는 미국대표팀 미니캠프에 초청받았다. 드로잔은 캠프합류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드로잔이 캠프합류를 결정한다면 이 자리에서 미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포포비치 감독과 만나게 된다. 美 현지에선 드로잔이 캠프합류를 결정한다면 포포비치 감독과 팀의 미래에 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레너드의 경우,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직전까진 캠프에 참석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로 드로잔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현재는 캠프불참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NBA는 충성심과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낭만이 아닌 우승 제일주의의 성적지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프로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마음을 다친 것은 비단, 드로잔만이 아니라 토론토의 팬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토론토로선 빠른 시일 내에 팬들이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팬들의 거센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가 6이라는 최상의 결과일지 아님 1이라는 최악의 결과일지 모든 것은 이제 토론토의 노력에 달려있다.
#사진-나이키
2018-07-19 양준민([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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