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의 호소에도…협회 2월 총회서 올림픽 출전권에만 관심
2월 14일 대의원총회 때 가해 혐의자의 올림픽 출전시 포상 방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 혐의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소속의 장 모 선수는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다.
고인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폭행과 폭언 피해를 호소하는 중에도 장 모 선수는 '협회가 지원해야 할 국가대표 선수'의 지위를 누렸다.
올해 2월 14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2020년 정기대의원총회 회의록에는 "협회는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있는) 두 선수의 사기 진작을 위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1천만원의 포상금을, 해당 선수의 지도자에게는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라는 문장이 보인다.
협회가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철인3종협회가 포상금 방안을 제시한 '시점'은 논란을 부른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월 최숙현 선수에 대한 문제를 보고 받았다. 당장 내부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한 뒤, 조사를 미뤘다"고 말했다.
협회는 대의원총회가 열린 2월 14일 이전에, 최숙현 선수가 피해를 호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 선수 중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장 모 선수가 가해 혐의자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대한 열망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총회는 '도쿄올림픽 개막 1년 연기'가 결정되기 전이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연기되기 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은 '2018년 5월 11일부터 2020년 5월 11일까지 열리는 ITU' 공인 대회에서 부여한 랭킹 포인트 순으로 개인전 참가 자격을 얻는다'고 공지했다.
한국에서 랭킹 포인트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남자 개인전 출전은 사실상 좌절됐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혼성계주 출전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자 개인전에는 출전권에 도전하는 선수가 2명 있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랭킹 포인트 순위로 출전이 좌절된 선수 중 대륙별 1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개인전 출전 자격을 주기로 했다.
아시아 최강 일본 선수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한국과 중국, 홍콩 선수가 '대륙별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세다.
협회는 대의원총회에서 "장 모 선수와 박예진 선수가 중국 선수 2명과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박빙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선수 중 올해 5월 12일 기준으로 ITU 월드랭킹 1위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장 모, 박예진 선수가 중국의 중멍잉, 장이 선수와 초접전 중이다"라고 보고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 포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은 연기됐고, ITU도 일단 랭킹 산정을 중단했다.
ITU가 '랭킹 포인트 산정 중단'을 선언한 3월 16일 당시 여자 개인전 세계 랭킹에서 장 모 선수는 72위로, 중국의 중멍잉(55위), 장이(75위)와 경쟁 중이었다. 81위인 박예진도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장 모 선수의 가능성이 조금 더 컸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은 남자부 허민호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남녀부 모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협회는 장 모 선수 혹은 박예진이 중국 선수를 제치고 아시아 1위 자격으로 도쿄 무대에 오르면 한국 여자 트라이애슬론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피언이 되는 새 기록을 기대하며 '포상 방안'까지 마련했다.
만약 최숙현 선수의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고, 장 모 선수가 중국 선수를 제치고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면, 가해 혐의자인 장 모 선수와 김규봉 감독이 협회의 포상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관련 토론회에서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올림픽 금메달 100개보다, 선수의 목숨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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