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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외나무다리 승부', 풀카운트 때 최강 타선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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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화) 13:00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 투수와 타자의 외나무다리 승부가 펼쳐진다. 공 하나에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상황. 풀카운트는 야구의 짜릿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엠스플뉴스]
 
풀카운트에선 투수와 타자 모두 물러설 곳이 없다. 그 순간 펼쳐지는 ‘외나무다리 승부’는 야구의 묘미다. 
 
외나무다리 승부에 임하는 투수와 타자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공 하나에 누구 하나는 고개를 떨궈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볼넷을 주면 안된다'는 의식을 가진 투수의 정신적 피로감은 상대적으로 더하다.
 
야구인들은 “타자가 풀카운트 상황을 잘 이용하면, 상대 투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투수의 정신적 피로감'을 꼽는다. 야구 전문가들이 “풀카운트에 강한 타선이 진정한 강타선”이라 주장하는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맥을 함께 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KBO리그에서 풀카운트 상황을 가장 잘 이용하는 팀은 어디일까.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끈질김은 두산, 파괴력은 SK
 


 
올 시즌(5월 1일 기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풀카운트 상황을 이끌어낸 건 두산 베어스 타선이었다. 총 187차례(리그 1위)에 걸쳐 풀카운트 접전을 펼친 두산 타선은 그야말로 ‘끈질김의 대명사’다. 두산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는 투수들의 진을 빼놓는다. 
 
두산 타선은 풀카운트 상황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점(23타점)을 올렸다. 두산 타자들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집중을 발휘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풀카운트를 맞은 두산 타자들에게 아쉬운 점 역시 있다. 풀카운트 상황 팀 타율이 0.168로 리그 10위에 머물러 있는 것. 두산 타선의 끈질김에 유일한 옥에 티다. 
 
올 시즌 풀카운트에서 가장 파괴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타선은 SK 와이번스였다. 올 시즌 SK 타선은 175차례(3위)의 풀카운트 상황을 맞아 타율 0.291(1위)/ 출루율 0.583(1위)/ 장타율 0.573(1위)을 기록했다. 
 
세부수치를 살펴보면, SK 타선의 파괴력은 더욱 강력하다. SK 타선은 풀카운트에서 홈런(6홈런, 1위)-볼넷(67볼넷, 1위)-타점(21타점, 2위)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인 셈이다.   
 


 
SK가 자랑하는 ‘풀카운트의 사나이’는 김동엽이다. 김동엽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타율 0.571(리그 1위)/ OPS(출루율+장타율) 2.700(1위)/ 3홈런(1위)/ 6타점(1위)을 기록하며,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동엽 말고도, SK엔 풀카운트 상황 OPS 1.000을 넘기는 타자가 8명이나 더 있다. SK 타자를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을 펼치는 게 '재앙'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풀카운트에 강한 SK 타선의 비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SK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력을 뽐내는 집중력을 장착했다. 지난해 SK는 풀카운트 상황 타율 0.230(리그 8위)/ 출루율 0.483(7위)/ 장타율 0.438(2위)를 기록한 바 있다. 1년 사이 풀카운트 상황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를 연출한 것. 
 
그렇다면, SK 타선의 ‘달라진 풀카운트 집중력’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시즌 준비과정에서부터 SK가 설정한 방향성에 있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본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힐만 감독이 말한 기본엔 ‘선구안’이란 요소도 포함됐다. 국내·외 야구 전문가들은 “선구안은 타고난다”고 주장한다. ‘선수가 바뀌지 않는 한 선구안의 극적인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힐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힐만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 코치 시절, 휴스턴의 ‘선구안의 발전’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SK 타선 역시 변화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내가 강조하는 선구안은 단지 볼넷을 얻는 능력을 일컫는 건 아닙니다. SK가 추구하는 ‘선구안의 발전 방향’은 풀카운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힐만 감독의 설명이다.  
 
힐만 감독의 의중은 적중했다. SK 타자들은 실전에서 풀카운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했고, 풀카운트에서 ‘상남자 군단’의 매력을 뿜어냈다. 
 


 
‘풀카운트’란 과정을 만들어낸 뒤엔 SK 타선의 트레이드 마크, ‘거침없는 스윙’이 이어진다.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풀카운트 상황을 맞이하면, 모든 걸 타자에게 맞긴다”고 설명했다.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두려워한다면, SK의 장점인 ‘장타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풀카운트 상황에선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의 스윙을 유지하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정 코치의 말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정규시즌 선두 경쟁을 펼치는 SK와 두산는 ‘풀카운트’를 활용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비중이 KBO리그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SK는 풀카운트에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이는 반면, 두산은 ‘풀카운트 유도 능력’을 바탕으로한 ‘끈질김’을 자랑한다. 
 
과연, SK와 두산이 남은 시즌에서도 ‘풀카운트에 강한 타선이, 진정한 강타선’이란 가설을 증명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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