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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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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수) 14:25

                           
-“NC, 롯데 감독 안돼 서운? 전혀. 두 팀 모두 감독 잘 뽑았다”
-“일과 끝나면 프로야구 5경기 복기. 욕심없이 준비하고 있다”
-“많이 아이에게 야구전파하는 것. 야구 감독만큼이나 가치있는 일”
-“민주주의 나라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감독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야구감독 안 하는 게 낫다”
 
[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엠스플뉴스]
 
10개 구단 감독이 결정됐다. 새 감독들 가운덴 ‘감독’으로 익숙한 얼굴이 있는가 하면 처음 감독을 맡는 ‘초보 사령탑’도 있다. 물론 새 감독이 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무수한 세평에도 ‘하늘이 점지한다’는 감독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들. 대표적인 이가 전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 박정태다.
 
박정태는 오프시즌 기간 중 가장 ‘핫’한 야구인이었다. ‘박정태가 어느 구단 감독으로 간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퍼졌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러 구단에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도 감독이 되지 못했다. 한 구단 사장은 박정태가 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정태 씨는 정치색이 너무 짙습니다.
 
박정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주변에선 “감독이 되려면 정치색을 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럴 때마다 박정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개 구단이 확정된 지금. 박정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반문한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정치색이 짙다’는 얘길 듣고, 또 그런 얘기 때문에 ‘감독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야구감독 안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NC, 롯데 감독 안돼 서운해? 전혀. 두 팀 모두 감독 잘 뽑았다” 
 
[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애들이 고기 먹고 싶다고 해서, 고기 구워주고 왔다(웃음).
 
애들?
 
180명 정도 되는데, 그 애들 배불리 먹이려면 110kg 정도 되는 고기가 필요하다. 근황은 천천히 물어봐라(웃음).
 
‘NC 감독 선임’ 소식이 들렸었다.
 
나도 모르는 소식이었는데. 일단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웃음).
 
원체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맞는 말이다. 오늘 맞는 것도 내일이면 틀린 것이 되는 게 세상이다. 내 경험상 구단 결정 같은 건 수시로 변한다. 누가 나 보고 “실망하지 않았느냐”고 묻던데. 노우(No), 전혀 그런 거 없었다. 이동욱 감독님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NC 감독, 욕심 없었나?
 
‘감독 욕심’ 없는 야구인이 어딨겠나. 하지만, 이동욱 감독님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지도자다. 전임 김경문 감독님이 팀을 원체 잘 만들어놨다. 이 감독님이 잘 만들어놓은 팀을 더 잘 만들어놓을 것으로 믿는다.
 
NC에 이어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도 세평에 올랐다.
 
NC 때처럼 나완 관계없이 흘러갔다. 롯데가 좋은 감독을 선택했다고 본다. 양상문 신임 감독님은 롯데를 잘 아는 분이다. LG 트윈스에서 감독, 단장을 역임하면서 현장과 프런트 모두를 잘 아는 분이기도 하다. 양 감독님을 중심으로 내년 시즌 롯데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으로 본다. 
 
예전부터 “다른 팀 감독보다 롯데 감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는데.
 
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한 사람이다. 지도자도 롯데에서만 했다. 다른 팀에서 좋은 자릴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도 정중히 거절했던 건 ‘롯데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이젠 다르다?
 
‘롯데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롯데 감독 자리에 대한 생각이다. 예전엔 ‘왜 난 롯데 감독이 못 될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인보우재단 일을 꾸준히 하면서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왜 생각이 달라진 건가?
 
세상엔 롯데 감독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자리가 많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요즘도 재단 업무 마치면 프로야구 5경기를 모두 복기하나?
 
한다.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지 않겠나. 욕심과 관계없이 늘 준비하고 있다. (감독)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도 난 계속 야구경기를 복기할 거다. 
 
내년 시즌 롯데, 어떻게 전망하나.
 
노코멘트. 조원우 감독님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 감독님이 오신지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잘할 것이라는 믿음과 바람만 있을 뿐이다.
 
“문 대통령 지지한 것 때문에 ‘야구감독 자격이 없다’는 소릴 듣는 게 ‘야구감독할 자격도 없는 문제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소릴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박정태 관련 기사가 뜰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댓글이 있다. 뭔지 아나?
 
잘 안다. ‘박정태는 정치색이 짙다.’ 아닌가?
 
왜 그런 소리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글쎄. 어느 구단 높은 분이 그러더라.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를 도운 박정태는 친문, 친여당 스포츠인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프로야구 감독으론 어울리지 않는다”고.
 
혹자는 ‘프로야구 감독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도, 그렇게 강제당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굳이 그렇게 강제하지 않아도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누구나 알아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중 ‘자연인’ 아니었나?
 
2017년 4, 5월 대통령선거 유세 기간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도운 건 맞다. ‘시민 박정태’가 좋아하는 분이었고, 대통령 후보 가운데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 문 후보 주변에 계신 분들도 나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분들이고. 특히나 당시나 지금이나 난 야구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레인보우재단 명예 이사장이 누군지 아나?
 
누군가?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재단의 비전과 뜻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그분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색은 내겐 중요하지 않다. 
 
‘박정태는 정치색이 짙다’는 인식이 박힌 건 어쨌거나 대선 선거운동 때문이었다. 시계를 돌려 대선 기간으로 다시 간다면. 그때도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참여하겠나. 
….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시계를 왜 돌리나? 돌릴 필요도 없다. 난 지금도 문 대통령 지지자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정치색이 짙다’는 얘길 듣고, 또 그런 얘기 때문에 ‘감독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면…. (숨을 몰아쉰 뒤) 차라리 야구감독 안 하는 게 낫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누굴 지지하는 게 잘못된 일인가? 내가 문 대통령 선거운동하면서 불법, 탈법을 저질렀나? 다시 말하지만, 시계를 되돌릴 필요도 없다. 난 그때로 돌아가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선거운동에도 참여할 거다. 
 
그럼 또다시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감독 후보에서 제외될 텐데.
 
문 대통령 지지한 것 때문에 ‘야구감독 자격이 없다’는 소릴 듣는 게 ‘야구감독할 자격도 없는 문제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소릴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최소한 내가 지지하는 분께 민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
 
보통 대선 끝나면 선거운동 기간 열심히 도운 사람들에게 여러 좋은 제안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전히 레인보우재단 이사장만 맡고 있다.
 
제안? 난 그런 거 모른다.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내 전문분야와 관련 없는 일을 맡을 이유가 없다. 만약 ‘야구인 박정태’와 관련 없는 일을 맡아달라고 하고, 그걸 맡는다면 그거야말로 ‘정치색’ 아닌가. 난 이 정부가 잘 되길 바랄 뿐이다. 그게 대한민국에도 좋으니까.
 
“많은 아이에게 야구를 전파하고,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프로야구 감독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다” 
 
[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다른 이야길 해보자. 인터뷰 초반에 “180명 되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이느라 바빴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인가?
 
레인보우재단이 지원하는 ‘부산오륜정보산업학교’ 아이들이다. 
 
오륜정보산업학교?
 
한순간의 실수로 죄를 지은 아이들이 직업훈련을 받는 법무부 산하의 곳이다. 과거의 소년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 학교를 지원하는 이유라도 있나.
 
예전부터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학교폭력 피해학생, 비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야구교실을 열어왔다.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학교생활에 다시 잘 적응하는 걸 보면서 ‘소년원 아이들도 운동을 통해 작은 변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레인보우재단이 ‘소년원 야구단’을 만든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나.
 
고교생인데 벌써 전과 8, 10범인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을 평생 감옥에 둘 순 없다. 우리 이웃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사회 적응력을 키워줘야 하고, 범죄가 아닌 다른 일에서 흥미를 찾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야구단 활동을 통해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년원 야구단’을 창단하게 됐다. 법무부와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엠스플 인터뷰] 박정태 “정치색이 짙어서 감독 안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레인보우재단에서 여러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지금까지 내 돈도 많이 까먹었다(웃음).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전·현직 재단 식구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못 했을 거다. 문제는 돈이긴 한데. 어떻게 하겠나. 내가 계속 뛰어다닐 수밖에. 
 
‘레인보우 이사장 박정태’보다 ‘야구지도자 박정태’를 보길 원하는 팬이 많다. 그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저도 가끔 제가 야구장 그라운드에 있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인력으로 되겠습니까. 야구장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레인보우재단을 잘 이끌어서 보다 많은 아이에게 야구를 전파하고,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제가 돕는 아이들은 불우한 아이들이 아닙니다. 지금은 조금 불운하나, 앞으로 행복하게 살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찬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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