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헌의 브러시백] '1점차 최강' 한화·'홈 최강' LG, 전반기 강점이 사라졌다
|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반기를 상위권으로 마감한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한화는 1점차 접전에서 높은 승률이, LG는 압도적인 잠실 홈경기 승률이 상위권 도약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한화는 잇단 1점차-끝내기 패배로, LG는 홈경기 연전연패로 전반기 강점이 사라진 모습이다.
[엠스플뉴스]
후반기 KBO리그 순위표가 요동친다. 전반기 내내 굳건하게 상위권을 지켰던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가 후반기 들어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전반기를 단독 2위로 마치고 후반기 1위 추격을 꿈꾸던 한화는 후반기 7승 10패에 그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전반기 4위로 선전한 LG도 후반기 5승 12패 침체 속에 어느덧 5위 팀에 1.5게임 차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잘 나가던 한화와 LG가 후반기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전반기 접전 승부 최강자 한화, 후반기 10패 중 8패가 ‘2점 차 이내’
전반기 한화는 한 두 점 차 팽팽한 접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매 경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화의 전반기 성적은 52승 37패 승률 0.584로 거의 6할에 가까운 좋은 승률을 올렸다. 그러나 득점과 실점으로 구하는 기대승률은 0.497로 채 5할도 되지 않았다. 438득점에 441실점으로 상위권 팀 중에 유일하게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던 팀이 바로 한화다.
비결은 1점 차 경기 승리와 역전승. 한화는 전반기 1점 차 승부에서 14승 6패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0.700의 승률을 기록했다. 역전승도 가장 많은 31승을 따냈고(16역전패), 끝내기 승리도 5승(무패)나 됐다. 다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어서 이기거나, 한 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거나,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를 날려 이기는 짜릿한 경기가 유독 많았던 한화다.
통계적으로 잦은 한 점 차 경기와 낮은 기대승률은 좋지 않은 징후다. 팀의 실제 전력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팀 성적에 상당 부분 운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언제든 성적이 수직 낙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도 전반기 내내 “타이트한 승부가 너무 많다”며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우려했다.
우려는 후반기 들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기 접전 승부의 최강자였던 한화가 후반기엔 유독 접전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후반기 1점 차 경기에서 2승 4패에 그쳤고, 2점 차로 패한 경기도 4차례나 된다. 후반기 10패 중의 8패가 2점 차 이내의 아쉬운 패배였다.
후반기 역전패도 5패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반면 역전승은 2승에 그쳤다. 끝내기 패배도 3패나 당했다(1승). 전반기 한화가 다른 팀들에게 안겼던 충격이 후반기 들어 고스란히 한화를 향해 돌아오는 모양새다.
후반기 한화의 기대승률은 0.505로 오히려 전반기(0.497)보다 낫다. 하지만 후반기 실제 승률은 0.412에 불과하다. 이 역시 기대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훨씬 좋았던 전반기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접전 승부에서의 잦은 패배는 불펜 문제에서 비롯한다. 한화의 후반기 불펜 성적은 평균자책만 놓고 보면 3.95(4위)로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전반기 초인적 위력을 뽐냈던 정우람이 후반기 2패 평균자책 8.31로 부진하고, 셋업맨 서균도 5경기 평균자책 7.71로 주춤한 모습이다.
다행인 건 한화가 전반기에 많은 승수를 벌어뒀다는 점이다. 후반기 부진에도 4위 팀과 게임 차는 여전히 6게임 차로 거리가 멀다. 2위 SK와도 2게임 차로 충분히 해볼 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둔 만큼 체력을 재충전하고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도 얼마든지 있다. 1위 두산과 만나는 이번 한주가 한화에겐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전반기 홈 최강자 LG, 후반기엔 잠실 경기에서 1승 10패 수렁
전반기 한화의 선전이 ‘접전 승부’ 덕이었다면, LG의 상위권 도약은 잠실 홈경기 절대 강세 덕분에 가능했다. 전반기 LG는 잠실 홈에서 30승 1무 15패 승률 0.667을 기록했다. 전반기 홈에서 30승 이상을 거둔 팀은 LG가 유일했다. 1위 두산(29승 11패) 다음으로 홈경기 성적이 좋았던 팀이 바로 LG다.
잠실은 타자보다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그러나 LG 타자들은 전반기 잠실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전반기 LG는 홈 득점 254점으로 KIA(259점)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홈 OPS도 0.796으로 잠실구장 리그 평균 기록(0.756)보다 훨씬 좋았다.
투수들도 홈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 전반기 홈에서 평균자책 3.75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홈 평균자책이 좋았던 팀이 LG다. 홈경기 피OPS도 0.698로 유일하게 0.700 이하를 기록했다. 투수 친화적 홈구장의 이점을 제대로 살린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LG 투수들이 홈경기 때 위기 상황에 아주 강한 면모를 보였단 점이다. 전반기 홈경기 득점권 상황에서 LG 투수들은 피안타율 0.246에 피OPS 0.692로 10개 팀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또 전반기 홈경기 LI(레버리지 인덱스) 1.6 이상의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피안타율 0.215에 피OPS 0.626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원정 경기에선 정반대였다. 전반기 LG 투수들은 원정에서 득점권 상황일 때 피안타율 0.288에 피OPS 0.893(9위)로 부진했다. 또 원정에서 LI 1.6 이상의 중요도 높은 상황일 때 피안타율 0.351에 피OPS 1.066으로 가장 나쁜 기록을 냈다.
홈에서는 위기 상황을 잘 막는 투수가 원정만 가면 위기에서 약해지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전반기 홈에서 유독 강했던 LG의 기록엔, 언제든 무너져내릴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해 있었다. LG 불펜의 전반기 평균자책이 5.23(7위)으로 좋지 않았단 점도 LG 성적의 불안요소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반기 잠실의 지배자였던 LG가 후반기엔 홈에서 1승 7패 부진에 빠졌다. 여기다 두산 베어스 상대로 치른 잠실 원정 3경기까지 더하면, 후반기 잠실 성적은 1승 10패가 된다.
문제는 마운드다. 득점력은 후반기에도 큰 이상이 없지만, 실점이 129점(최다)이 많은 게 문제다. 후반기 두 자릿수 실점 패배만 네 차례. 전반기 견고했던 마운드가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후반기 LG 불펜의 부진이 심각하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 6.19로 10개 팀 가운데 꼴찌다. 투수진의 홈경기 평균자책도 후반기 들어 6.68로 넥센(6.89) 다음으로 좋지 않다.
전반기 홈 경기 때 보여줬던 경이로운 위기관리 능력이 사라졌다. 후반기 홈 득점권 상황에서 LG 투수들은 피안타율 0.384(10위), 피OPS 1.028(10위)에 그치는 중이다. 후반기 홈에서 LI 1.6 이상 상황일 때도 피안타율 0.388(10위)에 피OPS 0.951(9위)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 홈 경기 때 LG 마운드를 지켜준 행운이 후반기 들어 거짓말처럼 사라진 셈이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까지 LG가 남겨둔 잠실 홈경기는 단 2경기(삼성전). 나머지 7경기는 모두 원정 경기다. 남은 홈 경기가 얼마 되지 않는단 사실을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아쉬워해야 할까. 우선 무너진 마운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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