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두질주…'신의 한 수'된 유광우 영입
한선수 부상 이탈에도 흔들림 없이 선두 질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유광우(34·대한항공)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세터였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정확한 토스와 상대 허를 찌르는 경기 운용으로 리그 최고의 세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년 연속 V리그 남자부 세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유광우가 조금씩 밀려난 건 우리카드로 이적한 2018-2019시즌부터다.
그는 세월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듯 잦은 부상과 기량 쇠퇴로 노재욱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올해 9월엔 대한항공에 현금 트레이드됐다.
유광우의 장래는 밝지 않았다. 올 시즌 초반까지 잔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뛰지 못했다. 원포인트 서버 역할 정도를 수행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엔 동갑내기이자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가 버티고 있었다. 유광우의 자리는 더욱더 좁아졌다.
유광우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건 지난달 10일 한선수가 오른쪽 중지 미세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다.
벼랑 끝에 몰린 대한항공은 유광우에게 무거운 책무를 맡겼다.
유광우는 유광우였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주전 공격수 안드레스 비예나, 정지석, 곽승석과 끈끈한 호흡을 보이며 팀의 선두 수성에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한선수가 이탈하기 전까지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유광우가 주전으로 나선 최근 8경기에서도 6승 2패의 성적을 일궜다.
대한항공은 16일 현재 우리카드를 승점 5점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 자리에서 질주하고 있다.
한선수도 복귀에 관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회복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결과적으로 유광우 영입은 올 시즌 대한항공의 '신의 한 수'가 됐다.
박기원 감독은 유광우의 활약에 웃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15일 "주전 세터가 빠진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정작 유광우는 아쉬움이 많다. 그는 같은 날 삼성화재전을 마친 뒤 "간혹 공격수와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다"며 "이는 세터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전한 경기를) 많이 복기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주력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는 22일 이후 다시 한번 큰 변화를 맞는다.
정지석과 곽승석, 센터 김규민 등이 전력에서 빠진다. 사실상 새로운 팀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유광우는 "선수들이 빠져도 팀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며 "약간의 박자와 (토스의) 높낮이에서만 변화를 주며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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