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민준구 기자] BQ(Basketball IQ)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 용어다. 사람들은 흔히 BQ가 높다, 낮다고 말하면서 한 선수의 농구지능을 평가한다. IQ처럼 테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농구를 영리하게 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농구는 단순히 잘 던지고 잘 달린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코트 위에 있는 동료들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감독이 하고자하는 작전의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BQ가 좋다는 걸 평가할 수 있는 뚜렷한 지표가 있을까? 많은 농구 관계자들에게 물어도 확실한 정의를 내린 이는 없었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로 농구를 쉽고 영리하게 한 선수들을 말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서동철 KT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봤던 BQ 좋은 선수들은 대부분 농구를 쉽게 한다. 영리한 선수들이 많으면 감독들은 전술 자체를 단순하게 준비할 수 있다. 1~2개 정도의 패턴만 알려줘도 코트에서 스스로 응용하기도 한다. 정말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면 BQ 좋은 선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들은 BQ가 좋은 선수들을 선호한다. 타고난 운동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큰 도움이 못 되기 때문. 대표적으로 삼성의 이상민 감독 역시 BQ가 떨어지는 선수들은 길게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구단의 관계자 역시 “BQ가 떨어지는 선수는 감독들도 싫어하겠지만, 연봉 협상에 나서는 구단 프런트 역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대부분 BQ가 높아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존재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농구 관계자들이 꼽은 BQ 좋은 선수는 누구일까. 가장 많이 언급된 주인공은 이상민 삼성 감독이다. 현역 시절,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이상민 감독은 영리하면서도 정확한 농구를 해왔다. 서동철 감독은 “BQ가 좋은 선수들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상민 감독은 BQ 좋다고 하는 선수들 중에서 가장 똑똑했다. 움직임 하나, 하나가 달랐고 어떤 작전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 선수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이외에도 현주엽 감독과 강혁 코치, 김주성 등 많은 이들이 BQ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역 선수 중에는 양동근과 함지훈, 오세근과 이승현 정도가 꼽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현역 선수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만큼 과거의 선수들이 보다 더 쉬운 농구를 했고 현재보다 더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서동철 감독은 “현역 선수들을 놓고 봤을 때 BQ 좋은 선수는 사실 많지 않다. 우리 팀을 살펴봐도 당장 BQ가 좋다는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허훈과 양홍석처럼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자신의 농구를 할 수 있을 때, 옛 선수들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현대농구에 있어 BQ는 프로선수들이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날이 갈수록 전략, 전술이 더 세밀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시대에 맞춰 진화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30대 중반을 넘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는 건 그만큼 밑에 있는 선수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타고난 신체를 갖고 있지 않다면 농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이번 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KBL 제공
2018-07-18 민준구([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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