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 카르바할 감독 부임 기자회견 내용으로 예측해본 기성용의 거취
[골닷컴] 한만성 기자 = 강등 위기에 직면한 스완지 시티가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카르바할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면서 올겨울 이적 가능성이 제기된 기성용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카르바할 감독은 선수단 장악을 중시하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물러난 잉글랜드 2부 리그 팀 셰필드 웬즈데이에서도 자신의 신임을 얻은 선수와는 경기장 안팎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었지만, 한 번 눈 밖에 난 선수는 웬만해서는 중용하지 않는 습성을 보였다. 현지 언론에서는 그의 이러한 성향이 현재 선수단 교통정리가 필요한 스완지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셰필드 웬즈데이는 지난 1999-2000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된 후 2~3부 리그를 오가며 17년째 최상위 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카르바할 감독은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팀을 챔피언십(2부 리그)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비록 셰필드 웬즈데이는 끝내 승격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된 후 승격 플레이오프에 오른 건 그가 부임한 이후가 처음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카르바할 감독이 이끈 셰필드 웬즈데이는 지난 2015-16 시즌 리그컵 16강에서 아스널을 3-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카르바할 감독은 과거 조세 무리뉴 감독과 함께 포르투갈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는 지난 2014년 펴낸 저서 '축구 노하우를 쌓는 방법'을 통해 체력 훈련도 공과 함께 실전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을 골자로 한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잉글랜드로 오기 전까지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 터키 축구를 대표하는 구단인 베식타스(2011~12) 감독직을 맡았다. 이 외에 카르바할 감독은 2001-02 시즌 포르투갈 중소구단 레이쇼이스를 컵대회 준우승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07-08 시즌에는 비토리아 세투발의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축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이적설이 제기된 기성용이다. 카르바할 감독은 스완지 사령탑 부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을 콕 짚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선수단 운영 방식과 축구 철학,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를 통해 스완지와 계약 종료 6개월을 앞두고 내달 이적 가능성이 생긴 기성용의 거취를 예상해봤다.
# "공격을 더 많이 하는 축구를 좋아한다. 공을 매우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하고,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은 원치 않는다. 골을 넣기 위한 점유율이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해 그들이 가진 창의성을 발휘할 만한 환경과 자유를 제공해야 한다."
카르바할 감독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올 시즌 그는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치른 23경기 중 19경기에서 4-4-2를 가동했다. 카르바할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두 명과 중앙 미드필더 두 명, 그리고 양 측면에 윙어 두 명을 두는 전형적인 4-4-2를 활용한다. 그가 주전급으로 중용한 중앙 미드필더 데이비드 존스(33)와 배리 바난(28)은 득점력이나 이 외 화려한 공격 능력보다는 근면함과 안정적인 패스 공급으로 우선시하는 자원이었다. 카르바할 감독이 밝혔듯이 '볼 소유'와 '점유율'이 중시된다면, 스완지 미드필더 중 이를 가장 잘 소화할 자원은 바로 기성용이다.
# "스완지의 기존 선수들에게 올 시즌 보여준 것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걸 증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나 올 시즌이 끝나면 월드컵이 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 중 우리 팀에서 뛰지 못할 선수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들이 필요한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이날 카르바할 감독의 발언 중 기성용과 가장 연관된 부분이다. 카르바할 감독이 스완지에서도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 기존 중원진은 포화상태를 맞게 된다. 전임 폴 클레멘트 감독은 대다수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 네 명을 중원에 촘촘하게 배치하는 다이아몬드형 4-1-2-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카르바할 감독이 팀의 기본 포메이션을 전형적인 4-4-2로 바꾼다면, 중원진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단 6개월 후 기성용이 이적 대상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월드컵에 나서는 기성용 또한 출전 시간이 줄어들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지금 상황에서 기존 선수를 이적시켜 팀 전력을 더 약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단은 모든 선수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잔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카르바할 감독은 "모두에게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이어 "모든 선수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잔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일단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존 자원을 점검하고 싶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나타냈다. 따라서 현재 이적설이 제기된 기성용과 수비수 알피 머슨이 겨울 이적시장 초반인 내달 초에 바로 이적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스완지는 31일 왓포드전을 시작으로 3일 토트넘, 7일 울버햄프턴(FA컵), 14일 뉴캐슬을 상대한다. 이후 스완지는 23일 리버풀전을 치를 때까지 무려 8일 휴식에 돌입한다. 즉, 카르바할 감독은 현시점에서 1월 중순까지 치를 네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기성용에게 변수는 지금 그가 안고 있는 종아리 부상이다. 그가 얼마나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느냐에 따라 올겨울 이적 여부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 "헤나투 산체스는 지금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는 아직 어리고, 매우는 단계다. 산체스에게는 구체적인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그 또한 동료들의 역할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산체스는 우리 팀 구성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역할을 그가 이해한다면, 그는 스완지의 '빅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단 20세 신예 산체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완지가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야심 차게 임대 영입한 자원이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10경기에 출전하고도 아직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산체스는 기술은 투박하더라도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 돌파와 적극적인 2선 침투가 장점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바이에른에서도 부진한 데 이어 올 시즌 스완지에서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겨울 산체스의 바이에른 복귀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산체스와 같은 포르투갈 출신 카르바할 감독은 일단 그와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카르바할 감독과 산체스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스완지와 계약이 끝난다. 그런 만큼 카르바할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자신이 신뢰를 보인 산체스를 적극적으로 중용할 전망이다.
# "(최근 감독대행직을 맡았던) 리온 브리튼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며칠 후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겠다. 그는 스완지 구단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브리튼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 그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스완지에 가장 큰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겠다."
35세 베테랑 브리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스완지와 1년 계약 연장을 체결하며 팀에 잔류했다. 그는 갈수록 부상이 잦아진 데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주장으로 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심지어 스완지는 시즌 도중 클로드 마켈렐레 수석코치가 팀을 떠나자 브리튼을 '플레잉 코치'로 승격시켰다. 이어 그는 클레멘트 감독이 경질된 후 감독대행직을 맡으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카르바할 감독이 부임하며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게 돼 브리튼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그는 플레잉 코치로 돌아가거나 아예 풀타임 선수로 활약하게 될 수도 있다.
카르바할 감독이 브리튼을 '선수'로만 보고 있다면, 이는 기성용의 올겨울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리튼과 기성용은 패스 공급과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비슷한 유형의 자원이다. 6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스완지를 이끌게 된 카르바할 감독이 브리튼을 선수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올겨울에 이적시켜야만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기성용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
# "셰필드 웬즈데이에서도 3년간 감독직을 맡았지만, 나는 1년씩 매년 계약을 연장하며 팀을 이끌었다. 당시 구단은 내게 3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내가 1년 계약을 요구했다. 감독은 매 시즌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스완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똑바로 일한다면, 여기에 오래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못하면 당연히 일찍 나가야 한다."
카르바할 감독은 1998년 포르투갈 2부 리그 팀 에스피뉴에서 지도자로 데뷔한 후 지난 약 20년간 17번이나 팀을 옮겼다. 그만큼 카르바할 감독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재건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는 유형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본인도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스완지에서도 앞으로 6개월간 팀이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데 모든 집중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러므로 스완지 구단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그가 굳이 6개월 후 자유계약으로 풀리는 기성용과의 재계약을 추진할 리는 없다. 이는 즉 만약 카르바할 감독과 기성용이 올 시즌 후반기에 이적이 구단과 선수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판단한다면, 미련 없이 그를 놓아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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