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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은총 내린 노경은 “이젠 내려갈 곳도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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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9 (일)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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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29 (일) 08:30

                           
“이젠 내려갈 곳도 없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음을 비웠다.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는 단어 속에서 느낀 부담감을 떨치고 편안하게 공을 던지자고 다짐한 것이었다. 그 결과 노경은은 시즌 초반 부진에 허덕인 롯데 선발진에 은총을 내렸다. 롯데 선발진의 희망이 된 노경은이다.


 


 




 


 


[엠스플뉴스]


 


지난해 12월 괌에서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을 만났다. 비시즌 기간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 기부라는 좋은 취지의 자선 골프 대회에 참가한 노경은이었다. 하지만, 노경은의 얼굴에선 때때로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기도 했다. 2년 전 롯데 이적 뒤 제대로 된 활약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까닭이었다. 게다가 큰 폭의 연봉 삭감도 있었다.


 


‘왜 이렇게 야구가 안 풀릴까?’ 고뇌를 거듭한 노경은은 평소 취미로 즐기던 골프채를 당분간 놓기로 했다. 야구에만 집중하자는 작은 약속부터 자기 자신에게 했다. 노경은은 “나름대로 독한 마음으로 야구에만 집중하자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그 이후로 골프채를 한 번도 안 잡고 스프링 캠프로 떠났다. 지금도 계속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몸 관리도 더 철저하게 신경 썼다. 노경은은 “예전에도 나름대로 몸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잘못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와 안 맞는 게 많았다. 이번 캠프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영양학 교수님이 오셔서 강의를 들었는데 식단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됐다. 캠프 때도 한눈팔지 않고 운동만 했다. 올 시즌 초반 몸 상태는 최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음을 내려놓자 야구가 풀린 노경은


 




 


사실 출발 자체는 좋지 않았다. 올 시즌 롯데 개막 엔트리엔 노경은의 이름이 없었다. 그래도 노경은은 실망하지 않고 상동에서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그리고 베테랑 투수 송승준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면서 노경은에게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비록 개막 엔트리에 못 들었지만, 1군에선 나에게 선발 등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주문했다. 2군에서 등판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주는 나만의 체계적인 루틴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나름대로 그 방법을 찾아서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송)승준이 형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기회를 얻은 뒤 1군에 올라와서 코치님께 2군에서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단 말씀을 드렸고 허락까지 받았다. 잘 던질 수 있단 자신감은 충분했다.” 노경은의 말이다.


 


말만 내세운 자신감은 아니었다. 노경은은 행동과 결과로 그 자신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선발 등판에 앞서 세 차례 불펜 등판(3G 2.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예열한 노경은은 4월 21일 사직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노경은은 거포들이 즐비한 SK 타선을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상대 선발 마운드엔 김광현이 서 있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노경은은 오히려 절박함보단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자 노력했다. “나는 항상 절박한 심정으로 던졌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절실함이나 간절함은 나에겐 더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을 필요도 있었다. 나는 이제 내려갈 곳도 없다. 올라갈 곳밖에 없으니까 편하게 즐기면서 던졌다. 못 하면 내가 책임지고 내려가면 되니까.”


 


마음을 내려놓은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날 노경은은 5이닝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비록 승리 투수가 노경은은 아니었지만, 롯데는 노경은의 호투를 밑바탕으로 4-3 승리를 거뒀다.


 


시즌 첫 선발 등판 호투의 비결에 대해 노경은은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을 언급했다. 완급 조절의 묘수를 깨달았단 의미였다.


 


“최근 양현종이 던지는 걸 보니까 진짜 야구를 잘한다고 느꼈다. 몇 타자를 상대로만 100% 힘으로 던지면서 긴 이닝을 효율적으로 소화하더라. 완급 조절을 정말 잘하는 걸 보고 ‘나도 한때는 저렇게 던진 적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경험이 쌓였으니까 상황에 맞게 완급 조절하는 게 더 좋아진 것 같다. 이제 마운드 위에서 계산이 서는 느낌이다.”


 


노경은 “시즌 초반 위기는 나에겐 곧 기회다.”


 






 




첫 번째 선발 등판 호투로 방심할 순 없었다. 지난해 노경은은 첫 번째 선발 등판(6월 16일 넥센 히어로즈전 6이닝 2실점)에서 호투한 뒤 두 번째 선발 등판(6월 22일 KT WIZ전 1이닝 5실점)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 뒤로 노경은에게 선발 등판 기회는 없었다. 올 시즌엔 그런 악몽이 되풀이돼선 안 됐다.


 


노경은도 두 번째 선발 등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경은은 “지난해를 생각하면 첫 번째 선발 등판보단 두 번째 선발 등판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올 시즌 나에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다행히 노경은은 4월 27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비록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승리 투수가 되는 것엔 실패했지만, 노경은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졌다.


 


“시즌 초반 팀이 위기에 빠진 건 오히려 나에겐 기회라고 생각한다. 팀이 잘 나갈 때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내 활약으로 분위기가 바뀐다면 그것만큼 선수에게 좋은 쾌락은 없는 것 같다. 승리 투수가 되고 안 되고는 상관없다. 팀이 반등하도록 도와주고픈 마음뿐이다.”


 


어쩌면 노경은은 롯데 선발진에 은총을 내리는 셈이다. 올 시즌 롯데는 선발진부터 흔들리면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팀 선발 평균자책(6.10) 최하위에다 팀 선발승(2승)도 가장 적다. 팀 선발 퀄리티 스타트(5차례)도 당연히 리그 꼴찌다. 선발진의 주축이 돼야 할 외국인 투수인 펠릭스 듀브론트(6G 4패 평균자책 7.53)와 브룩스 레일리(6G 4패 평균자책 5.61)가 자기 몫을 못 해주는 상황에서도 노경은이 있기에 숨통이 트인 롯데였다.


 


노경은의 활약이 지속된다면 롯데는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가을 야구를 향한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야구에 참가하지 못한 노경은은 올 시즌엔 그 아쉬움을 반드시 씻고자 한다.


 


“그간 롯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좋은 활약만 보여드리겠습니다. 항상 가을엔 자신이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팀 승리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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