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자
국내 복귀하는 강정호, 진솔한 사과 없이는 반대 여론 못 돌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 강정호(33)가 팬들의 싸늘한 여론 속에도 국내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0일 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던 강정호는 KBO 상벌위원회에서 1년 실격 징계를 곧바로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한 뒤 23일 오후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받은 탓에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강정호는 2017년을 통째로 쉬고 2018년 우여곡절 끝에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에 복귀했으나,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방출당했다.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며 미국에 머물던 강정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메이저리그가 개막조차 하지 못하자 국내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의 복귀 과정에서 KBO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강정호는 3년 이상 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KBO 상벌위는 2018년 만들어진 규약을 2016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에게 소급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KBO는 2018년 규약 개정을 통해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항목을 ▲ 도박 ▲ 폭력행위 ▲ 마약범죄 ▲ 병역비리 ▲ 음주운전 등으로 세분화해 적발 횟수별로 징계 내용을 명시했다.
이전 규약 제151조에는 세분화 없이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도박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경우 실격 처분, 참가활동정지, 출장금지, 제재금 부과 등을 한다'고 명시됐다.
즉, 강정호는 2016년 당시 KBO 규약에 따르면 최대 무기 실격 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음주 운전에 대해 과거 상벌위에서도 내려진 징계가 있기 때문에 강정호에게만 전례와 다른 중징계를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달라진 세상 여론과는 여전히 동떨어진 KBO의 사태 인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사실 강정호의 복귀 수순을 살펴보면 에이전트와 원소속팀인 히어로즈가 미리 논의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의탈퇴 해제 신청을 구단이 아닌 선수가 직접 요청한 사례는 강정호 이전에는 없었다고 한다.
선수와 복귀에 합의한 구단이 직접 KBO에 선수를 임의탈퇴에서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강정호의 원소속팀 히어로즈는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계약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아직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한참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지는 모른다.
강정호는 2016년 당시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너무 죄송하고 앞으로 제가 야구로써 보답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정호가 야구를 잘한다고 KBO리그에서 보답받을 팬은 없다.
오히려 '야구만 잘하면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겠지'라는 뻔뻔스러운 사과로 비칠 수도 있다.
차라리 보답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냥 팬들을 향해 '야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털어놓는 것이 좀 더 진솔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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