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이대성, 스타일 너무 다른 현대모비스 '최강 가드진'
양동근은 "이겼지만 반성" 이대성은 "이겼으면 된 거죠"
(울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이겼지만 반성할 것 투성이인 경기였습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양동근(38)이 굳은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대성(29)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양)동근이 형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라고 난처해했다.
그러더니 이내 "저는 재미와 승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양동근과는 180도 다른 견해를 밝혔다.
양동근과 이대성은 이번 시즌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낸 가드들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양동근과 이대성이 역대 현대모비스 가드진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재학 감독은 처음에는 "수비로 보자면 예전에 양동근, 구병두, 이병석이 함께 뛸 때가 최고였다"고 답했다가 '공격과 수비를 다 더한 전체적인 기량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거는 뭐…"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이 최고라는 주위 평가에 동의를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양동근과 이대성의 활약으로 현대모비스는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87-86으로 근소하게 앞선 4쿼터 막판에 이대성이 연속 3점슛 2방을 터뜨렸고, 양동근은 95-95로 맞서던 종료 6초 전에 결승 3점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둘은 표정부터 달랐다.
양동근은 이겼지만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뒤따라 들어온 이대성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었다.
평소에도 양동근은 인터뷰에서 '정답'을 주로 얘기하는 '모범생 스타일'이고 이대성은 톡톡 튀는 발언으로 거침이 없는 편이다.
한때 15점 차까지 이기던 경기를 4쿼터 막판에 겨우 이긴 경기 내용에 대해 양동근은 "이겼지만 반성할 것이 많다"고 고개부터 숙였다.
하지만 이대성은 "재미와 승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며 "저희가 프로농구 흥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뿌듯해했다. 심지어 양동근은 5점을 이기던 경기 종료 약 1분 전에 자신의 실책으로 추격의 빌미를 내준 상황을 떠올리며 "이제 관둘 때가 됐구나 싶었다"고 은퇴를 거론할 정도로 절박한 모습이었지만 이대성은 "이겼는데 그게 뭐 중요한가요"라며 '천하태평'이었다.
양동근이 "이기고 나가다가 실책이 나오는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대성은 "실책 두 개만 하고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기면 됐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경기 막판 중요한 3점슛을 넣고 나서의 표정도 판이했다.
이대성은 7점 차로 달아나는 3점슛 2개를 연달아 꽂은 뒤에 관중석을 향해 손짓하며 환호를 유도했고, 양동근은 6초 전에 결승 3점포를 꽂은 뒤에도 고개를 숙이고 백코트 하기에 바빴다.
신이 난 이대성이 인터뷰 도중 경기에서 나온 터치아웃 상황을 떠올리며 "그거는 분명히 맞고 나간 것 같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양동근이 "너 판정에 관해 얘기하면 벌금 낸다"고 자제를 시켰다.
"경기 도중 제가 흥분을 잘해서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주위에서 우려하시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여유를 보이던 이대성은 양동근의 한마디를 듣더니 "벌금을 내면 욱할 것 같다"고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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