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부 지도자, 폭언만 해도 중징계 가능해진다
서울교육청 '학교운동부 혁신방안'…폭력 지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
주 1회 '훈련없는 날' 정하고 하루 훈련시간 4.5시간 이하로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앞으로 서울지역 초·중·고교에서는 운동부 지도자가 학생에게 폭언만 해도 중징계가 가능해진다.
사안이 중한 폭력이나 성폭력의 경우 관련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훈련 없는 날'로 정해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고자 이런 내용의 '서울 학교 운동부 혁신 방안'을 시행한다고 14일 발표했다.
◇ 중한 폭력·성폭력 지도자 해고까지 가능
서울시교육청은 그간 체육 분야에서 체벌·기합·폭력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관행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초·중·고교 운동부의 훈련장·기숙사·경기장 등에서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도자가 가해자일 경우 바로 직무를 정지시키고 수사기관 수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체육협회 징계는 물론 학교 규정에 따른 징계가 진행된다. 단순 폭언도 중징계할 수 있도록 학교 운동부 지도자 징계기준도 강화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훈련 중 욕설 등 폭언을 운동부 문화로 생각하고, 문제가 되더라도 학교장이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났는데 앞으로는 정직·해고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치한다.
불법 찬조금을 받거나 폭력·성폭력을 휘두른 관련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운동부 지도자 징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소 모호한 면이 있었다"며 "사안이 중한 경우 해고까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선수 인권 실태조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학교 운동부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해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집중 신고 기간(직통전화·누리집)을 둘 예정이다. 상시 신고센터(☎ 02-399-9571)도 운영한다.
◇ 최대 훈련 시간 정하고 최저학력 미달 학생 대회 출전 제한
학교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선수들이 주중에 훈련하고 주말에 대회에 출전하는 등 쉴 시간이 없는 점을 고려해 '훈련 없는 날'도 만든다.
주중에 하루를 '훈련 없는 날'로 정하고, 건강을 위해 초·중·고 별 1일 최대 훈련 시간 가이드라인도 정해 학생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훈련 없는 날 제도는 올해 권장 시행하고 내년에는 초·중학교, 2022년에는 고교까지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한다.
하루 최대 훈련 시간의 경우 초등학교는 2.5시간, 중학교는 3.5시간, 고등학교는 4.5시간으로 정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이와 별도로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선수는 대회 출전이 제한된다.
운동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인식 때문에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참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학생선수들은 반드시 정규수업을 들은 뒤 훈련에 참여해야 하고,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수들은 다음 학기 대회 출전이 제한된다.
주중에 대회 참가로 인한 출석인정 결석일수도 현행 '수업일수의 3분의 1(63∼64일)'에서 학교급별 20∼40일로 줄어든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밖에 ▲ 학교 운동부 지도자 행동강령 제정 ▲ 지도자 인권교육·스포츠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 전임 코치 배치 확대 ▲ 학생선수 자치회 조직 ▲ 학생선수 진로진학자문단 구성도 추진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엘리트 체육의 성과주의 한계로 드러난 최근의 사태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며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학교 운동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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