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바, 에버턴전에 스리 미들의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2골 모두 어시스트. 포그바, 에버턴전 패스 성공률 83.6%, 찬스 메이킹 7회, 슈팅 4회, 드리블 돌파 2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4-3-3 포메이션의 왼쪽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며 2도움을 올리는 만점 활약과 함께 2-0 승리를 견인했다.
맨유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맨유는 최근 EPL 3경기 무승 포함 공식 대회 4경기 무승의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로멜루 루카쿠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동시에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자 기존 4-2-3-1 포메이션이 아닌 4-3-3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스리톱은 앙토니 마르시알을 중심으로 좌우에 제시 린가드와 후안 마타가 포진했다. 스리 미들은 네마냐 마티치를 축으로 좌우에 폴 포그바와 안데르 에레라가 섰다. 포백은 마르코르 로호와 필 존스가 중앙에 위치한 가운데 좌우 측면 수비수로 루크 쇼와 빅토르 린델로프가 배치됐고, 골문은 언제나처럼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4-3-3으로의 변신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기존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주로 수행하던 마르시알은 상황에 따라 자주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왔다. 린가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면서 직접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실제 린가드는 슈팅 5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슈팅을 시도했다).
특히 포그바의 활약상이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포그바는 4-2-3-1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티치가 뒤에서 버텨주자 자유를 얻은 그는 중앙과 왼쪽 측면을 아우르는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상대 선수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그라운드 전역을 자유롭게 움직였으나 기본적으로는 왼쪽 측면에서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간 포그바였다. 이는 그의 에버턴전 히트맵을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사진 참조).
전반전엔 다소 조용하게 시작했으나 후반전은 포그바의 독무대였다. 후반 11분경 역습 상황에서 측면으로 돌아나간 포그바는 마타의 패스를 받아 길게 중앙으로 횡패스를 넘겨주었다. 이를 마르시알이 원터치에 이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포그바가 측면으로 빠져나오자 자연스럽게 그를 수비하고 있었던 에버턴 수비형 미드필더 모르강 슈나이덜린까지 끌려나왔고, 이로 인해 생긴 공간을 마르시알이 선점하면서 골을 성공시킨 것.
이어서 그는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측면에서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를 받은 린가드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대각선 침투를 하다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맨유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포그바이다.
비단 도움이 전부가 아니다. 포그바는 37분경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후반 28분경엔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수비 두 명을 제치고 강력한 슈팅을 때렸으나 에버턴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선방에 막혔다.
이 경기에서 포그바는 총 4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무려 7회의 찬스 메이킹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드리블 돌파도 2회를 성공한 포그바이다. 그를 통해 맨유의 공격이 주도됐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사실 스리 미들의 왼쪽 중앙 미드필더 역할은 포그바가 유벤투스 시절 자주 수행하던 역할이다. 이탈리아어로는 "메찰라(mezz'ala)"에 해당하는 포지션으로 "메츠(mezz)"는 중앙을, "알라(ala)"는 날개를 의미한다. 즉 영어로는 하프윙으로 중앙에 위치하면서 측면까지 커버하는 역할을 지칭한다. 그는 이 포지션에서 9천만 파운드(한화 약 1300억원)의 사나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포그바는 지난 레스터와의 경기에서 종료 10분을 남기고 네마냐 마티치의 골과 유사한 장면에서 발을 갖다대면서 오프사이드 파울에 걸리는 우를 범했다. 이로 인해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팬들로부터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특히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는 'BT 스포츠'를 통해 "대체 유벤투스 시절의 포그바는 어디로 갔나?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그라운드 곳곳을 뛰어다니면서 성실하게 태클을 하고 골을 넣던 선수다. 지금의 그는 그냥 경기장에서 산책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결국 스콜스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유벤투스에 있었다. 유벤투스 시절 주로 맡았던 역할로 돌아가자 포그바의 진가가 발휘됐다. 역시 그에겐 왼쪽 메찰라가 제격이다. 어쩌면 맨유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를 영입하기보단 포그바를 왼쪽 메찰라로 포진시키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