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성모 기자 = 축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경쟁이지만, 그 치열함 속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감동적인 장면들이야 말로 축구가 전세계 스포츠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지 모른다.
전세계 38개국에 에디션을 두고 있는 '골닷컴'이 세계 각지의 기자들과 함께 2017년 축구계 최고의 장면을 선정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성탄절을 맞아 '가장 감동적인 장면 TOP 10'을 소개한다.
* 아래 소개하는 10가지 장면은 순위가 아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순서다.
1. 화이트하트레인 118년 만의 작별과 무지개
첫번째 장면은 현재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현장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은, 토트넘이 창단 후 무려 118년 동안 사용했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토트넘 측은 마지막 홈경기를 맞아 경기 종료 후 고별행사를 준비했는데, 놀라운 것은 이 고별행사 마지막 순간이었다. 고별행사 내내 내리던 폭우가 그치면서 행사 마지막 순간에 하늘에 큰 무지개가 뜬 것. 118년의 마무리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참고로, 토트넘은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6/17시즌 홈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는 기록도 남겼다.
2. 선더랜드 팬 브래들리와 데포의 우정
영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이야기와 아쉬움을 남겼던 어린 선더랜드 팬 브래들리와, 지난 시즌 선더랜드에서 활약했던 저메인 데포의 우정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희귀암을 앓았던 소년 브래들리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잉글랜드의 다른 클럽들조차 그에게 응원을 보낼 정도로 순수했고, 데포는 그의 병실을 직접 찾아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브래들리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로도 영국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이 그를 잊지 않고 추모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3. 샤페코엔시 참사 1주기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출전
1년여 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선수단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전세계에 충격을 줬던 브라질 클럽 샤페코엔시.
그들은 선수단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출전권을 따냈다.
상상하기 힘든 아픔을 겪은 그들이 앞으로 나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위대한 도전이다.
4. 이집트 28년 만의 월드컵 진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은 많은 국가들의 환희와 절망을 교차하게끔 만들었다.
특히, 이집트 대표팀의 모하메드 살라는 콩고와의 맞대결에서 직접 2골을 넣으며 이집트 28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이끌었다.(살라는 결국 BBC 선정 2017년 올해의 아프리카 선수에 선정됐다.)
이 경기에서 이집트가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울먹이는 해설가의 중계장면이 SNS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되며 감동을 주기도 했다.
5. 티오테 추모 세리머니
2017년, 해외축구계에서 가장 슬픈 뉴스 중 하나는 과거 뉴캐슬에서 활약했고, 2017년 중국 베이징 쿵구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티오테가 소속팀 훈련 직후 사망했던 소식이었다.
티오테의 사망 소식에 그의 전 소속팀 뉴캐슬은 물론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동료였던 드록바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골닷컴 중국'은 티오테의 사망 이후 경기에서 베이징 선수들이 골을 넣은 직후 모든 선수들이 원을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 하늘을 가리키며 티오테를 위한 추모 세리머니를 했다고 전했다.
6. 아약스와 축구계의 압델하크 누리 지지
한편, 아약스의 촉망받는 미드필더 압델하크 누리가 베르더 브레멘과의 평가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누리는 이후 영구적 뇌손상 진단을 받고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다.
누리가 쓰러진 후, 아약스 구단과 그 팬들은 계속해서 누리를 위한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선 골을 넣은 후 누리의 등번호 34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골 세리머니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 문제아로 악명이 높은 케빈 프린스 보아텡은 라스 팔마스 시절부터 누리를 지지하기 위해 특별히 그의 이름이 새겨진 언더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한 후에도 골을 기록한 후 유니폼을 들어 '34'번과 '누리'라는 이름이 새겨진 셔츠를 보이기도 했다.
7. 브래드 존스를 위한 페예노르트 팬들의 'You'll never walk alone'
지난 11월,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홈구장에서 페예노르트의 모든홈팬들이 팀의 골키퍼 브래드 존스를 위해 휴대폰으로 빛을 밝히고 흔들며 'You'll never walk alone'(리버풀을 포함해 많은 구단에서 사용하는 응원가)를 부르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는 이날 아들이 사망한지 6주기를 맞은 존스를 위한 홈팬들의 배려였다. 이 경기에서 존스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존스는 아들을 잃은 뒤 혈액함 환자를 돕기 위해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
8. 동료 위해 삭발한 빌바오 선수들
지난 7월, 아틀레틱 빌바오 선수 전원이 삭발을 한 사진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고환암으로 인해 항암치료를 받는 동료(예라이 알바레스)를 위해서.
아틀레틱 빌바오 구단과 알바레스 선수 본인 모두 이 사진을 서로 공유하며 우애를 다지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9. 후안 마타의 '커먼 골' 캠페인
평소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 가장 매너가 좋기로 유명한 후안 마타는 2017년 중 자신의 수익 중 1%를 기부하는 '커먼 골' 캠페인에 참가하며 이를 자신의 동료 선수들에게도 권유하고 나서 이후 큰 반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작은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만한 일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타가 이 캠페인에 참가한 이후 마츠 훔멜스, 조르지오 키엘리니 등의 유럽 스타들에 이어 일본 대표팀의 카가와 신지 역시 참가 의사를 밝히며 2018년에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0. '원클럽맨' 토티의 은퇴와 우주로 간 유니폼
1992년 AS 로마 1군팀에 데뷔해서 2017년까지 25년을 AS 로마에서만 활약했던 대표적인 '원클럽맨' 프란체스코 토티가 2017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현역 은퇴 이후에도 AS 로마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의 은퇴 경기가 끝난 후, AS 로마는 그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 입었던 유니폼을 우주로 쏘아올렸고, 이 유니폼은 우주에 무사히 도착, 향후 드넓은 우주를 영원히 누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