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심장병 극복' 골드슨, 크리스마스의 기적 쓰다
심장병 수술을 받고 9개월 만에 리그 경기 출전한 골드슨, EPL 데뷔전에서 공중볼 획득 9회와 걷어내기 6회, 슈팅 차단 3회 기록하며 만점 활약. 브라이튼, 8경기 만에 승리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수비수 코너 골드슨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데뷔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에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 파란만장한 선수 경력을 이어온 골드슨
당신은 골드슨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손흥민과 같은 1992년생인 그는 이제서야 EPL 데뷔 무대를 가졌다. 심지어 2014/15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슈르스버리 타운 소속으로 3부 리그와 4부 리그를 오르내리던 무명의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만 21세의 나이에 2014/15 시즌 슈르스버리를 4부 리그(리그 투) 2위를 견인하며 3부 리그(리그 원) 승격을 견인했다. 이에 힘입어 그는 리그 투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슈르스버리 서포터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와 동료 선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 2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러한 활약상을 인정받아 2015년 여름, 챔피언십(2부 리그) 구단 브라이튼으로 이적한 골드슨이었다.
브라이튼에서 그는 2015년 12월 19일, 미들스브러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를 정도로 주전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마저도 12월 12일, 더비 카운티와의 원정 경기에선 출전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상대 서포터에게 인종 차별과 관련한 공격을 받는 불상사도 있었다(결국 해당 서포터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나마 골드슨은 2016년 1월 12일, 로더햄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 수비수 고든 그리어가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종료까지 20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전으로 떠오르는 듯싶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브라이튼이 블랙번 로버스 주전 수비수 셰인 더피를 영입하면서 다시 벤치로 밀려난 골드슨이다.
2016/17 시즌 전반기 내내 단 2경기 출전에 그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골드슨에게 다시 기회가 발생했다. 2017년 1월 14일, 프레스턴과의 경기에 주전 수비수 루이스 덩크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선발 출전한 그는 3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전 기회를 다시 잡아나갔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그에게 있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정기 검진 도중 그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 결국 그는 3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잔여 시즌을 모두 결장해야 했다. 동료 선수들이 챔피언십 2위를 차지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그는 고된 재활훈련을 병행하고 있었다.
심장 수술에서 돌아온 그는 카라바오 컵 2라운드(바넷전)와 3라운드(본머스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EPL 무대에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2군 팀에서 10월 말과 12월 초, 2경기에 출전해 경기 감각 회복에 주력한 골드슨이다.
# 11개월 만에 리그 복귀한 골드슨, 브라이튼 구하다
승격팀 브라이튼은 11라운드 스완지 시티전까지만 하더라도 4승 3무 4패 승점 15점을 올리며 EPL 8위와 함께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7경기 무승(3무 4패)의 부진에 빠지며 13위로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이튼은 주전 수비수 더피가 옐로 카드 누적으로 19라운드 왓포드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이에 크리스 휴튼 브라이튼 감독은 2군 팀에서 훈련 중이던 골드슨을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심장 수술을 받고 9개월 만의 리그 출전이자 11개월 만의 리그 출전 경기였다.
다소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었으나 이는 주효했다. 골드슨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1-0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6회의 걷어내기와 3회의 슈팅 차단을 기록하며 브라이튼 수비의 최후방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볼 경합 승률은 무려 78.6%에 달했다(통상적으로 볼 경합 승률은 60% 후반대만 되더라도 높은 편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 경기에서 191cm의 장신을 살려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9회의 공중볼을 획득하며 제공권을 장악했다(공중볼 경합 승률 81.8%).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도 3회의 헤딩 슈팅을 시도한 골드슨이었다. 특히 30분경엔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 에우렐류 고메스의 선방에 막혀 아쉽게 데뷔전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정교한 롱패스를 전방에 공급하며 후방 빌드업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총 15회의 롱패스 중 8회를 동료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연결한 골드슨이었다. EPL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휴튼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결장한 선수가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는 불행한 일로 지난 시즌 장기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고, 다시 기회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모두가 그의 복귀를 기뻐하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골드슨의 복귀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리버풀과 풀럼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대니 머피 역시 골드슨의 왓포드전 주요 활약상들을 편집해서 보여주면서 "그의 복귀는 위대한 스토리이다. 더 좋은 건 바로 그가 뛰어난 활약상을 펼쳤다는 데에 있다. 그는 위치 선정에 있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의 골을 넣을 뻔도 했다. 패스도 너무 잘 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브라이튼과 왓포드의 경기는 한국 시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자정에 열렸다. 이 경기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9개월 만에 리그 경기에 출전해 EPL 데뷔전을 치른 골드슨이 브라이튼에 8경기 만에 EPL 승리를 선사했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기적 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전 수비수 더피가 징계에서 돌아올 예정이기에 골드슨이 27일 자정에 있을 첼시 원정 경기에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후반기 중요 순간마다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휴튼 감독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다. "최고의 소식은 바로 정밀 진단 결과 골드슨이 심장병에서 100% 회복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좋은 선수이다. 우리는 그의 진척 과정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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