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11시즌 만에 브레멘 상대로 홈에서 패배. 도르트문트, 최근 분데스리가 8경기 무승(3무 5패) 포함 공식 대회 14경기 1승 5무 8패. 유일한 1승은 포칼에서 3부 리가팀 상대로 거둔 것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최근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추락하고 있다. 이제 도르트문트에 남은 선택은 감독 경질밖에 없다.
# 도르트문트의 드라마틱한 몰락
도르트문트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15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브레멘은 도르트문트전 이전만 하더라도 강등권(17위)에 위치하고 있던 구단이다. 게다가 이 경기 이전까지 도르트문는 브레멘 상대로 홈 10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무려 11시즌 만에 홈에서 브레멘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은 도르트문트이다.
도르트문트는 브레멘에게마저 패하며 분데스리가 8경기 무승(3무 5패) 포함 공식 대회 14경기에서 1승 5무 8패의 부진을 보였다. 그마저도 1승은 DFB 포칼 2라운드에서 3부 리가 구단 마그데부르크를 상대로 거둔 게 유일했고, 챔피언스 리그에선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2무로 운 좋게 유로파 리그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분데스리가 모든 팀들이 도르트문트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몰락도 없다.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7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6승 1무 승점 19점 골득실 +19로 구단 역사상 가장 좋은 출발을 기록했다. 하지만 RB 라이프치히와의 8라운드 홈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면서 분데스리가 홈 41경기 무패(34승 7무) 행진에 제동이 걸린 도르트문트는 이후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키프러스 구단 APOEL 니코시아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3, 4차전에서 모두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쳐보이고도 1-1 무승부에 그치며 이변의 희생양으로 떠올랐다. 승격팀 하노버와의 10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졸전 끝에 2-4로 완패했다. 또 다른 승격팀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도 1-2로 패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13라운드 샬케와의 레비어 더비 홈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전반에만 4골을 몰아넣으며 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싶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무려 4실점을 허용하며 4-4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 모두 정신적으로 붕괴됐고, 이에 도르트문트 수뇌진들은 선수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도르트문트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바이엘 레버쿠젠 원정에선 상대 선수 한 명이 전반전에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최종전에선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레알 마드리드에게 2-3으로 패했다. 게다가 브레멘에게마저 패하면서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7위로 추락했다. 이제 유럽 대항전 진출권 획득조차 자신할 수 없게 된 도르트문트이다.
# 도르트문트, 감독 교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
당연히 브레멘전이 끝나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도르트문트가 감독 경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빌트'지는 헤드라인으로 '안녕 보슈(Bye-bye Bosz)'를 뽑았을 정도.
도르트문트의 몰락에는 피터 보슈 감독의 지도력 부재를 먼저 뽑아야 한다. 그는 지나치게 네덜란드식 '토탈 풋볼'만을 고집했다. 실점하는 방식이 매번 유사했다.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렸다가 뒷공간을 내주며 실점을 허용했다. 수비적으로 잠궈야 하는 시점에도 공격을 감행하다 패하거나 무승부에 만족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단순히 감독 문제만으로 몰고 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도르트문트는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선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다음 가는 팀이다. 승격팀에게 연달아 패하고, 강등권 팀에게도 패하며, 4-0으로 이기고 있는 경기를 잡히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독일 축구 전문 잡지 '11Freunde'는 도르트문트 몰락의 이유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바로 지난 시즌, 모나코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버스 테러에 휘말린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당시 마크 바르트라는 폭탄 테러로 인해 팔목 골절상을 당했고, 다른 도르트문트 선수들 역시 죽음의 공포를 느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팀이 잘 나가고 있을 땐 문제가 안 되지만 위기 국면에서 테러 당시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소리.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도르트문트는 감독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선수단에 정신적으로 자극을 줄 필요성이 있다. 보슈 체제에선 그저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실제 보슈는 샬케와의 레비어 더비를 시작으로 3-4-2-1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등 전술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별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전임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하에서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했으나 은퇴한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복귀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인케스 감독 체제에서 바이에른은 공식 대회 13경기에서 12승(1패)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며 분데스리가 1위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첼로티가 능력이 없는 감독은 아니었다. 안첼로티는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안첼로티가 하인케스보다 역량이 크게 부족한 감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단지 바이에른에 하인케스 유형의 감독이 더 어울렸고,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었으며, 동기 부여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기에 바이에른이 하인케스 이전과 이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동안 도르트문트는 감독 경질설이 나올 때마다 "현재 대안이 없다"라며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정 부분 맞는 소리다. 현재 무직인 감독 중에 도르트문트가 데려올 만한 감독이 제한적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단 수뇌진들과 마찰을 빚다 경질 당한 토마스 투헬을 다시 복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위에 '11Freunde'가 제시한 폭탄 테러에 의한 심리적인 요소가 도르트문트의 슬럼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더더욱 빠른 시간에 감독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술적인 역량이 보슈보다 떨어지더라도 상관 없다. 선수단 전체에 환기와 새로운 분위기를 심어줄 수만 있더라도 충분하다. 어차피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에 도전하기는 이미 늦은 상태다. 1위 바이에른과의 승점 차는 어느덧 13점 차로 벌어졌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만 유지하더라도 다행인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강팀의 경우 전술적인 면보다도 정신력과 동기부여가 성적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도르트문트의 감독 교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도르트문트 최근 공식 대회 14경기 성적
10월 14일 vs 라이프치히(분데스 홈): 2-3 패
10월 17일 vs APOEL(UCL 원정): 1-1 무
10월 21일 vs 프랑크푸르트(분데스 원정): 2-2 무
10월 24일 vs 마그데부르크(포칼 원정): 5-0 승
10월 28일 vs 하노버(분데스 원정): 2-4 패
11월 01일 vs APOEL(UCL 홈): 1-1 무
11월 04일 vs 바이에른(분데스 홈): 1-3 패
11월 17일 vs 슈투트가르트(분데스 원정): 1-2 패
11월 21일 vs 토트넘(UCL 홈): 1-2 패
11월 25일 vs 샬케(분데스 홈): 4-4 무
12월 02일 vs 레버쿠젠(분데스 원정): 1-1 무
12월 06일 vs 레알 마드리드(UCL 원정): 2-3 패
12월 09일 vs 브레멘(분데스 홈): 1-2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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