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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미궁에 빠진 두산 2번, 허경민이 노린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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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월) 00:00

                           
두산 베어스 올 시즌 타순에서 가장 큰 고민인 부분은 2번 타순이다. 하지만, 시범경기 맹타를 휘두르는 한 타자를 바라보면 이 고민이 한 번에 없어질 듯싶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내야수 허경민이다.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의 ‘2번 타순’은 지난해부터 김태형 감독의 고민거리였다. 결과도 그랬다. 지난해 두산은 리그 2번 타순 타율(0.260) 부문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내야수 류지혁(타율 0.259·185타석)과 오재원(타율 0.218·136타석)이 2번 타순에서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도 김 감독의 고민은 ‘2번 타순’에 머무르고 있다. 외야수 민병헌의 이적으로 ‘리드오프’ 자리에 기존 3번 타순이었던 박건우가 들어가야 한다. 오재일·김재환·양의지 순으로 중심 타선이 배치되면서 2번 자리에 누가 들어갈지가 최대 난제가 됐다.
 
스프링 캠프에서 만난 김 감독은 “지난해와 같이 2번 타순에 누굴 넣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아무래도 초구-2구만에 방망이가 바로 나가는 공격적인 (박)건우가 1번 타순에서 치면 바로 뒤에 있는 타자가 부담을 크게 느낄 거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처음엔 새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2번 타순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교함과 선구안이 아직 검증 안 된 파레디스를 2번 타순에 넣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파레디스는 3월 17일 기준 시범경기 타율 0.214(14타수 3안타) 1볼넷 5삼진을 기록 중이다. 파레디스가 KBO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하단 분위기다.
 
17일 시범경기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파레디스의 침묵에 대해 개의치 않는단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은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보기에 전혀 걱정은 없다. 앞선 경기에서 2번 타순에 파레디스를 넣은 것도 공을 많이 보라는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다. 오늘은 2번 타순에 다른 선수가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17일 경기에서 2번 타순으로 나선 선수는 바로 내야수 허경민이었다. 지난해 부진을 씻고자 캠프 내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치부심한 허경민은 시범경기에서 믿기지 않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7일 경기에서도 그랬다. 허경민은 이날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팀이 경기를 뒤집은 결정적인 시점인 7회 7득점 ‘빅 이닝’에서도 허경민은 2루타로 힘을 보탰다.
 
허경민뿐만 아니라 뒤 타순으로 빠진 파레디스도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파레디스는 6번 타순에서 시범경기 첫 멀티 히트를 기록한 뒤 4회 말 대주자 조수행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자리를 바꾼 허경민과 파레디스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하루였다. 두산도 9-5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선수들의 활약과 더불어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타자들이 각자 컨디션에 맞춰 타격감을 서서히 잘 끌어 올리고 있다”라며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허경민 맹타 지켜보는 고토 코치 “더 잘할 수 있는 타자다.”
 


 
허경민은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타율 0.778(9타수 7안타) 4타점 4볼넷 1도루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허경민이 이 흐름만 계속 이어간다면 미궁에 빠졌던 두산 2번 타자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되는 상황이다.
 
캠프 동안 허경민은 장타를 늘리려는 방향보단 정확성에 초점을 두고 고토 고지 타격코치와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1990년생인 허경민은 마지막 20대를 보낼 2018년에선 반드시 반등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마지막 20대라는 생각에 마음가짐이 매우 남다르다. 올 시즌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다. 프로에 온 뒤 가장 간절한 심정이다. 잘하고 싶다고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몸도 ‘이젠 잘하고 싶다’라고 움직이는 것 같다. 지난해 많이 아파봤기에 안 아프고 경기를 나가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잘 알고 있다. 건강만 하다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따라오리라 믿는다.” 허경민의 말이다.
 
이 다짐대로 허경민은 시범경기에서 자신이 정규시즌에서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시범경기에서 나온 안타 숫자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3월 17일 경기를 마친 허경민은 “안타 개수는 신경 안 쓴다. 그것보단 캠프에서 연습했던 스윙이 실전에서도 나온단 게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허경민의 대답을 들은 고토 코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고토 코치는 “나도 허경민이 하루 안타 개수에 신경 안 쓸 거로 생각했다. 타석마다 안타를 어떻게 칠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거다.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했는데 잘 이해한 것 같다. 하루 만에 신뢰를 얻을 순 없다. 허경민은 더 잘해야 하고, 더 잘할 수 있는 타자”라며 웃음 지었다.
 
고토 코치는 시범경기에서 전체적인 팀 타격감이나 타순에 대해선 신경 안 쓴다고 강조했다. 타자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만 지켜본단 뜻이었다. 고토 코치는 “팀 타순과 타격감은 전혀 신경 안 쓴다. 상태가 안 좋아도 경기에 나가야 할 타자들이다. 선수 개개인이 타석에서 상대의 공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만 지켜보고 있다. 우리 팀은 10점 차도 한 번에 뒤집을 힘이 있다. 한 타석만 보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만약 허경민이 시범경기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두산 타순의 퍼즐은 쉽게 맞춰질 수 있다. 박건우와 허경민의 ‘90년생 테이블 세터 듀오’가 공격을 이끄는 두산 타선의 짜임새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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