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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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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수) 09:22

                           
미세먼지 취소에 이어 벌레 떼 취소가 나올 수 있단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근 잠실구장을 습격한 동양하루살이 떼를 직접 지켜봤다면 이를 진지한 얘기로 받아들일 정도다. 하지만, 해충이 아닌 하루살이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정도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엠스플뉴스]
 
최근 잠실구장에선 비만 내려도 공포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것’들이 잠실구장을 습격하는 까닭이다. 야구 경기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흡사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것’들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손을 내저어도 끊임없이 ‘그것’들이 튀어나온다.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동양하루살이다.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 10~20mm, 날개 편 길이 50mm의 대형 하루살이다. 알에서 유충으로 부화한 뒤 아성충을 거쳐 어른벌레가 되는 동양하루살이는 보통 5월부터 집중적으로 활동한다. 애벌레는 하천 하류와 저수지의 가장자리 등에서 주로 발견되며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이동규 교수는 동양하루살이에 대해 “하루살이 유충들은 주로 5월부터 6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서양에선 5월에 활발하게 활동한단 의미에서 하루살이를 ‘메이 플라이(May Fly)’라고도 말한다. 성충이 되면 곧바로 교미한다. 그 뒤엔 빠르면 수 시간 내 늦어도 2~3일 내로 성충은 죽는다”고 설명했다.
 
하루살이 떼의 대습격, 아비규환이 된 잠실구장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6월 14일 두산 베어스와 KT WIZ 간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5회 한 차례 우천 중단이 된 뒤 하루살이의 대습격이 시작됐다. 투수와 타자를 잡는 중계 카메라에도 하루살이 떼가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살충제를 뿌리면서 하루살이를 쫓아내려는 관중도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경기를 뛴 한 두산 선수는 하루살이 얘길 꺼내자 고갤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선수는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하루살이 떼가 정말 많았다.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끝이 없더라.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엄청 힘드셨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14일 경기에서) 하루살이 떼가 정말 많더라. 자칫 선수들 플레이에도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됐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잠실구장을 습격한 하루살이 떼는 어디서 날아온 걸까. 잠실구장 바로 옆으로 흐르는 탄천 하천과 한강 부근에서 유충이 부화해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잠실구장 관계자는 “최근 봄장마 때 비가 많이 오면서 한강 상류 쪽에서 하루살이 유충들이 많이 떠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송파구청에 요청해 몇 차례 방역 작업을 시행했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하루살이 성충들은 빛을 쫓아 모이는 주광성(走光性)을 띤다. 기자가 실제로 야간 경기 도중 잠실구장 근처 한강과 탄천 하천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간 결과 야구장 조명탑의 밝기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물에서 태어난 하루살이 성충들이 자연스럽게 야구장 조명탑의 불빛을 보고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동규 교수는 “하루살이들은 불빛이 여러 개 있으면 가장 강한 불빛으로 움직인다. 야구장 조명탑은 하루살이들을 끌어모을 가장 매혹적인 빛”이라고 전했다.
 
해충이 아닌 하루살이, 생태계 중요한 역할 한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동양하루살이는 해충이 아니다. 오히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방제 작업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규 교수는 “하루살이 유충은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하루살이 성충도 새나 개미의 먹이가 되면서 생태계 먹이 피라미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하루살이는 주둥이가 퇴화한 상태라 다른 먹이가 필요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하루살이가 길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데가 있다. 그런데 생태계 보전을 위해 그냥 가만히 놔둔다고 하더라. 하루살이를 곧바로 죽이기 위해선 모기용 살충제의 100배 이상 독성 농도가 필요하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하루살이를 완전히 방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하루살이 문제를 해결한 유일한 방법은 ‘시간’뿐이다. 하루살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5월과 6월이 지나간다면 7월부터는 서서히 하루살이 활동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교수는 “하루살이 발생을 줄이려면 유충의 천적인 물고기를 많이 푸는 생태적 해결 방법밖에 없다. 인위적인 해결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시간이 답이다. 7월 들어선 자연적으로 하루살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하루살이의 야구장 대습격, 해결책은 시간뿐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하루살이가 신축 잠실구장의 위치에도 영향을 끼친단 의견도 있다. 하천에 가까워질수록 하루살이 떼로 피해를 더 입는단 우려의 시선이다. 서울시는 2016년 4월 신축 잠실구장을 현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 있는 한강 변에 짓겠단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잠실구장 관계자는 만약 신축 잠실구장 위치가 한강과 탄천 하천 쪽으로 더 가까워진다면 하루살이에 의한 피해도 자연스럽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돔구장’을 짓지 않는다면 말이다. 서울시는 처음부터 환경적인 요소도 세밀하게 고려하면서 신축 잠실구장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현장에선 “우천 취소와 미세먼지 취소에 이어 ’벌레 떼로 인한 취소‘도 나올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KBO리그에서도 환경적인 변수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하루살이’라는 의외의 변수도 무심코 지나칠 수 없게 됐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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