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150km/h’ 신인 김진욱, 왜 10라운드까지 밀렸을까

일병 news1

조회 851

추천 0

2018.04.30 (월) 07:44

                           
| 150km/h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우완 김진욱은 왜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에서 뒤늦게 뽑힌 것일까. 엠스플뉴스가 알아봤다.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신인 김진욱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처럼 보인다. 아니면 땅에서 불쑥 솟아 올라왔거나, 바다에서 파도를 따라 뭍에 올라왔는지도 모른다.
 
데뷔전에서 던진 초구가 전광판에 151km/h로 표시됐다. 스피드건 상으로도 140km/h 중후반대 구속을 꾸준히 던진다. 단순히 공을 던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꽂을 줄 안다.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레퍼토리도 다채롭다. 이대호 상대로 정면승부해 안타를 맞은 뒤엔 씨익 웃는다. 이 친구, 보통내기가 아니다.
 
1차 지명이나 2차 1라운드에서 뽑은 최상위 지명 신인인가 싶지만, 아무리 지난 드래프트 상위 픽 명단을 봐도 김진욱이란 이름은 없다. 한참을 거슬러 1984년까지 가야 동명이인 잠수함 투수가 OB 베어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기록이 나올 뿐이다(현 KT 감독). 
 
김진욱이란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건 2018 신인 2차 지명 10라운드, 94순위에 가서다.
 
10라운드는 보통 큰 기대 없는 재능들이 모인 곳으로 통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0라운드 지명은 하지 않고 ‘패스’를 외치는 구단도 적지 않았다. 대졸 선수 안배 차원에서 뽑거나 야구인 친인척에게 지명권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골수팬조차 누굴 뽑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게 10라운드 지명이다.
 
최근 10년 이내 10라운더 중에 1군에서 활약한 선수는 2015 KIA 지명 외야수 김호령 정도가 유일하다.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 신인 드래프트 마지막 라운드(당시는 9라운드)에서 SK가 뽑은 이명기(현 KIA)가 1군 스타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사례다.
 
한화가 설명하는 ‘김진욱을 10라운드에서 뽑은 이유’
 


 
그렇다면 왜 150km/h를 뿌리는 신인 투수가 10라운드까지 밀려난 것일까. 한화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김진욱이 원래는 10라운드까지 내려갈 선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유신고등학교 시절 김진욱은 에이스 김민(KT 1차지명)과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그러나 3학년 들어 김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많은 경기에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실제 전기 주말리그에서 김민은 2경기에 나와 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에이스가 빠진 빈자리는 ‘투 펀치’ 김진욱이 채웠다. 김진욱은 전기 주말리그에서 4경기에 등판해 21.2이닝을 던졌다. 에이스 보호와 팀을 위해 김진욱이 희생한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야탑고 신민혁(NC 지명)이 노히트노런을 할 당시, 상대 투수가 김진욱이었다”고 귀띔했다. 3월 26일 당시 김진욱은 야탑고를 맞아 7.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신민혁의 노히터 피칭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 스카우트는 “김진욱이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잦은 등판을 하다 보니 점차 구위가 무뎌졌다. 한화 관계자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팔이 아래로 떨어지고, 구속도 하락하는 게 눈에 보였다. 변화구 구사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많은 실점을 하지 않고 잘 버텼지만, 아무래도 전반기 보여준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진욱은 키 176cm로 투수치곤 체구가 작은 편이다. 스카우트들이 선호하는 키 크고 팔이 긴 유형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팔 각도가 쓰리쿼터 형태로 내려가고, 구속까지 떨어지다 보니 스카우트들의 시선에서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팔꿈치 염증 등 부상 우려도 김진욱 지명을 꺼리게 한 원인이다.
 
하지만 한화는 김진욱이 전반기 보여준 잠재력과 멘탈에 주목했다. 한화 관계자는 “10라운드 차례가 왔을 때 누굴 뽑을지 논의했다. 지역 연고 선수를 뽑자는 말도 나왔고,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를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때 스카우트팀 막내 정민혁 스카우트가 김진욱을 적극 추천해서 지명하게 됐다”고 전했다. 
 
1군 캠프->2군 호투->1군 데뷔->선발등판까지
 


 
한화 지명 이후 김진욱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군 코칭스태프 눈에 들어 신인에게는 드문 기회인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합류를 이뤘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 20일 막 1군에 올라온 김진욱에 대해 “공 던지는 기술이 좋다고 보고 스프링캠프까지 데려갔던 선수”라고 했다. 
 
시즌 개막 후엔 퓨처스리그에서 연일 호투를 펼쳤다. 퓨처스 5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냈고 평균자책 2.57을 기록했다. 2군 경기지만 스피드건에 150km/h를 기록했고, 결국 개막 한 달 만에 1군 데뷔와 1군 선발 등판의 꿈을 이루게 됐다.
 
정민태 퓨처스 투수코치는 “쓰리쿼터에 가까웠던 투구폼을 오버스로우로 바꾸면서 공에 스피드와 힘이 붙었다”고 평가했다. 고교 시절 많은 투구로 내려갔던 팔 각도를 다시 올린 결과, 불과 두 달 사이에 구속이 8km/h 가까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어 정 코치는 “빠른 볼 제구도 좋은 투수다. 또 커브에 장점을 갖고 있다. 커브의 위력이나 제구는 1군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며 김진욱을 호평했다. 
 
김진욱은 1군 데뷔전부터 한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일 넥센전에서 마이클 초이스 상대로 던진 초구가 전광판에 ‘151km/h’로 표시됐다. 대전 관중석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2구째에도 146km/h를 던진 김진욱은 카운트 1-1에서 슬라이더로 초이스를 3루 땅볼 처리해 생애 첫 1군 무대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에도 장영석 상대 빠른 볼 승부로 내야 땅볼 아웃을 잡은 뒤, 김민성 상대로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져 삼진 처리했다. 5구째 122km/h 느린 커브에 김민성은 방망이를 내지 못하고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1이닝 퍼펙트. 김진욱이 프로 1군 무대 데뷔전에서 남긴 성적이다.
 
22일 두 번째 등판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5회 1사 1, 3루에 등판해서는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이후 7타자를 연속 아웃으로 잡아내며 안정을 찾았다. 2.2이닝 3피안타 3볼넷 2실점. 2점을 내준 5회보단 무실점으로 막아낸 6회와 7회가 기대감을 갖게 했다. 
 
마침내 28일엔 생애 첫 1군 선발등판 기회까지 가졌다. 이날 선발 등판으로 김진욱은 역대 KBO리그 10라운드 신인 가운데 가장 빠르게 1군에 선발등판한 투수가 됐다. 
 
최근 상승세인 롯데 타선을 맞아 김진욱은 첫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회 2사후 손아섭, 이대호에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실책과 제구 난조로 만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공격적 투구를 펼쳐 무실점으로 버텼다. 
 
3회가 아쉬웠다. 선두 손아섭을 안타로 내보낸 뒤, 이대호에게 던진 몸쪽 바짝 붙는 볼이 손가락을 살짝 스치는 몸에 맞는 볼이 됐다. 결국 김진욱은 무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장민재에게 넘겼다. 이후 남긴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김진욱의 이날 최종 기록은 2이닝 3피안타 3몸맞는 볼 2실점이 됐다.
 
선발 데뷔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김진욱에겐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한용덕 감독은 “좋은 공을 가진 투수다. 구속도 빠르고, 변화구도 다양하다”고 평가했다. 정민태 퓨처스 코치도 “현재 자신감이 붙은 상황인 만큼, 1군 경험을 쌓는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깜짝 신인 김진욱의 등장은 한화 마운드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평균 연령 31.9세로 10개 구단 최고령이었던 한화 마운드가 올 시즌엔 평균 29.2세로 젊어졌다. 서균, 박상원, 박주홍 등 젊은 불펜투수들의 잇따른 호투에 김진욱까지 가세해 젊고 건강한 마운드를 구축해 가는 중이다. '2000년생' 신인 김진욱이 젊은 한화 마운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