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타 타율 0.333으로 1위…유연한 타선이 만든 장점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시즌 초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관습을 깬 프로야구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실험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봤다.
하지만, 허 감독은 '효율'을 강조하며 뚝심 있게 자신의 야구를 펼쳤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삼성은 승률 5할 언저리(23일 현재 21승 22패)에서,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팀으로 올라섰다.
허 감독의 '확률을 높이는 실험 야구' 덕에 삼성의 대타 성공률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삼성의 대타 타율은 0.204(113타수 23안타)였다. 올해는 0.333(54타수 18안타)이다.
삼성은 NC 다이노스(62차례 대타 기용, 60타수 19안타) 다음으로 많은 60차례 대타 작전을 썼고, 안타 18개와 사사구 4개를 얻었다.
삼성에는 대타 전문 요원이 없다. 타자의 당일 몸 상태와 상대 투수를 고려해 다양한 라인업을 활용하는 허삼영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선수 모두를 '대타 후보'로 분류한다.
그리고 대타를 써야 할 순간이 오면, 가장 확률 높은 선수를 대타 카드로 내민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 3-1로 앞선 6회 말 2사 1, 2루에서 허 감독은 우타자 김헌곤 대신 좌타자 박해민을 투입했다.
이날 한화가 좌투수 채드벨을 선발로 내세우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해민은 6회 우투수 김진영을 공략해 우전 적시타를 쳤다. 삼성은 6회에만 7점을 뽑으며 11-4로 이겼다.
박해민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136으로 부진하다. 그러나 우투수는 타율 0.368로 잘 공략했다.
선발 라인업을 짤 때도, 대타를 쓸 때도 허 감독은 더 정밀한 자료를 보고 최종 선택을 한다.
6월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대타 작전은 '치밀한 효율 야구'의 백미였다.
당시 0-3으로 끌려가던 삼성은 6회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고,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6회 2사 만루에서 허 감독은 박승규 대신 고졸 신인 김지찬을 대타로 내세웠다.
배트를 짧게 쥔 김지찬은 파이어볼러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51㎞ 빠른 공을 공략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쳤다.
당시 허 감독은 "김지찬 대타 카드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찬이는 우리 팀에서 가장 짧은 스윙을 하는 타자다. 만루 상황이고 상대가 변화구 대결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빠른 볼 콘택트 능력이 가장 좋은 김지찬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알칸타라는 김지찬을 상대로 빠른 공 3개를 던졌고, 김지찬은 동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삼성은 올해 43경기를 치르는 동안 42개의 라인업을 썼다. 똑같은 라인업을 사용한 경기가 단 2차례뿐이다.
허 감독은 고정 타순의 장점도 알고 있지만, 현재 삼성의 팀 구성으로는 유연한 라인업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홈런 10개를 치는 타자에게 갑자기 30홈런을 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홈런을 치는 타자를 가장 확률 높은 상황에서 기용할 수는 있다"고 했다.
올 시즌 삼성의 팀 타율은 0.258로 10개 구단 중 8위다. 팀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팀 타율 순위가 크게 올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삼성의 대타 타율은 1위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하위권을 맴돌았던 삼성에 '감독의 영역'에서부터 새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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