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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함덕주는 이제 2020년 도쿄를 상상한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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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목) 07:22

                           
두산 베어스 투수 함덕주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향후 대표팀 주축 투수로 활약할 함덕주는 이제 2020 도쿄 올림픽 선발 마운드라는 새로운 꿈을 꾼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함덕주는 이제 2020년 도쿄를 상상한다

 
[엠스플뉴스]
 
잠시 시계를 미래로 돌렸다. 2년 뒤 열릴 2020 도쿄 올림픽 마운드를 상상한다. 마무리가 아닌 선발 마운드다. 바로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두산 베어스 투수인 함덕주의 새로운 꿈이다.
 
반대로 시계를 과거로 돌렸다. 지난해 11월 함덕주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 함덕주는 일본 대표팀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1이닝 1피안타(1홈런) 1볼넷 3실점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결승전에서도 일본에 0대 7로 완패하면서 준우승의 아픔까지 맛봐야 했다.
 
“지난해 대표팀에선 단지 자신감만 가지고 공을 던졌던 것 같다. 시즌이 끝난 뒤라서 몸 상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곤 준비를 더 철저히 했다. 대표팀에서도 리그와 똑같은 루틴으로 몸 관리를 열심히 했다. 이번 국제 대회만큼은 지난해와 다른 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함덕주의 말이다.
 
‘일본전 설욕’ 함덕주, 지난해 APBC의 아쉬움을 제대로 씻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함덕주는 이제 2020년 도쿄를 상상한다

 
절치부심한 각오에다 강력한 구위까지 갖춘 함덕주를 향한 현장의 기대감은 컸다.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꼽은 마무리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 함덕주였다. 하지만, 대회 초반 좋지 않았던 대표팀 분위기가 변수였다. 조별예선 첫 경기인 타이완전에서 1대 2로 패한 대표팀은 몇몇 선수가 장염에 걸리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물 문제가 있어서 먹는 거나 씻는 거나 모든 게 다 힘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침대 정도만 불편하고 나머진 괜찮았다. 현지에 있던 제빙기로 만든 얼음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형들이 고생했다. 금메달을 따야 하니까 다른 환경은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했다. 타이완전 패배가 전화위복이 됐다. 순간 당황했지만, 다음 경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바깥 반응은 신경 쓰지 말자고 서로 대화했다.”
 
함덕주의 진가는 슈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발휘됐다. 이날 경기에서 패했다면 한국의 결승전 진출은 사실상 어려웠다. 부담이 컸던 일본전에서 함덕주는 5대 1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금메달을 향한 열망이 녹아든 함덕주의 공은 말 그대로 ‘언히터블’이었다. 한국은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듭지은 함덕주의 활약으로 사실상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일본전 부진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낸 함덕주의 쾌투였다. 함덕주는 “날이 더운 데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한 점 차라고 생각하고 집중력 있게 던져서 잘 막았다. 당시 구심이 바깥쪽 코스를 후하게 잡아줬기에 그 부분을 공략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순간 기분이 정말 짜릿했다. 내 활약으로 팀이 결승전으로 가는 데 보탬이 돼서 뿌듯했다”며 일본 격파의 순간을 떠올렸다.
 
한국은 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났다. 선발 투수 양현종의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한국은 3대 0 완승으로 세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등판은 없었지만, 함덕주는 더그아웃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세고 있었다. 금메달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를 말이다.
 
6회부터 아웃 카운트를 하나하나 손으로 세고 있었다(웃음). 비록 등판은 없었지만, 벤치에서 열심히 동료들을 응원했다. 정우람 선배님이 마지막까지 잘 막아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나갔으면 엄청나게 떨고 긴장했을 거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마냥 좋았다. 1등은 당연히 좋은 게 아닌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 같이 정말 좋아했다.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리자 함덕주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함덕주의 눈은 이제 2020년 도쿄로 향한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함덕주는 이제 2020년 도쿄를 상상한다

 
사실 금메달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배들과 함께 한 시간도 소중했다. 함덕주는 대표팀 합류 직전 같은 좌완 투수 선배인 정우람과 만남을 기대했다. 함덕주는 “정우람 선배님은 대표팀에서 만나기 전엔 말 한마디도 건네기 힘든 존재였다. 대표팀에 합류해서 선배님들과 친해진 게 정말 좋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얘기도 나누면서 배운 게 많았다. 나도 나중에 정우람 선배님과 같이 멋있는 투구로 다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제 한국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해 전진한다. 그 전엔 올림픽 본선으로 향하기 위한 2019 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치러야 한다. 함덕주는 향후 대표팀 주축 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함덕주도 2020 도쿄 올림픽 마운드에 서 있는 상상을 했다.
 
앞으로도 대표팀에 뽑아만 주신다면 무조건 열심히 뛰겠다. 이번 대회에서 (양)현종이 형이 결승전 선발 등판을 하셨는 데 정말 멋있더라. 솔직히 나도 다음 기회엔 선발 등판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타격전이 아닌 투수전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삼진을 잡고 내려오는 장면이 바로 ‘에이스’지 않나. 2020 도쿄 올림픽 결승에서 내가 선발 마운드에 오르면 어떨지 궁금하다.
 
여담 한 가지. 두산 김태형 감독은 대회 직전 함덕주에게 현지 기념품 선물을 기대한단 농을 던졌다. 하지만, 함덕주는 금메달을 빼곤 빈손으로 귀국했다. 김 감독은 “조그마한 선물을 사 올 줄 알았는데 진짜 빈손으로 왔다”며 웃음 지었다.
 
이에 대해 함덕주는 “면세점이라도 가서 살펴봤는데 딱히 살 게 없더라. 애매한 걸 사느니 그냥 빈손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형들도 다 안 샀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웃음)”라며 머릴 긁적였다. 함덕주다운 ‘능글맞음’에 김 감독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금메달을 딴 뒤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김 감독이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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