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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의 타임머신] 크리스마스 이브를 빛낸 최고의 빅딜, 조상현·현주엽 트레이드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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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금) 18:01

                           

[민준구의 타임머신] 크리스마스 이브를 빛낸 최고의 빅딜, 조상현·현주엽 트레이드



[점프볼=민준구 기자] 1999년 12월 24일, 산타클로스가 찾아오기 하루 전이던 크리스마스 이브날, KBL 최고의 빅딜이 성사됐다.

1999-2000시즌이 한창이던 1999년 12월, 서울 SK의 최인선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서 현주엽을 1순위로 지명하며 서장훈과 함께 국내 최고의 트윈타워를 구축했지만, 생각보다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선수 구성은 좋았지만, 한방을 터뜨릴 슈터가 없었다. 결국 최인선 감독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빅딜을 제안하게 된다. 바로 1999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조상현과 현주엽의 트레이드를 바란 것이다.

최강 전력을 갖췄던 SK였지만, 유독 현대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서장훈과 황성인, 재키 존스, 로데릭 하니발 등을 앞세워 2위에 올랐지만, 현대에 2연패를 당한 게 문제였다. KBL 정상을 위해선 기동력과 슛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고, 최인선 감독은 이규섭과 조상현 등 다양한 선수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재호 SK 홍보팀장은 “(최인선)감독님은 포지션 밸런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전체적인 전력은 좋았지만, 슈터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삼성에도 트레이드 제안을 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다. 다른 곳을 살펴보니 광주 골드뱅크의 조상현이 좋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상현+4억-현주엽 트레이드가 성사됐다”고 당시 이야기를 전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크리스마스 이브를 빛낸 최고의 빅딜, 조상현·현주엽 트레이드

결과적으로 최고 효과를 본 건 SK였다. 조상현 영입 이후, KBL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꺾지 못한 현대에 2연승을 거뒀고,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조상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6경기 출전 평균 15.5득점, 3점슛 성공률 54.2%를 자랑하며 주인공이 됐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과 다름없었던 활약이었다.

골드뱅크 역시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현주엽의 가세로 에릭 이버츠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맛보며 연승 행진을 달렸다. 하위권에 놓여 있던 골드뱅크는 어느새 중위권으로 올라섰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아쉽게도 시즌 막판, 7연패를 기록하며 18승 27패, 9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럼에도 현주엽은 골드뱅크에서 27경기 동안 평균 23.7득점 6.0리바운드 7.6어시스트로 맹활약을 펼쳤다.

대부분의 팬들은 조상현-현주엽 트레이드는 SK의 승리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호 팀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WIN-WIN이라고 본다. 우리는 조상현의 활약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고, 골드뱅크 역시 KBL 최고의 스타 현주엽을 품에 안았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바라는 건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 트레이드는 현주엽의 이적에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당시 조상현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주인공은 서장훈이였다. 속상한 마음도 있었을 터. 과연 트레이드 당시, 조상현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현재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조상현은 “트레이드 당일 아침, 황유하 감독님이 이야기해주시더라. 처음에는 속상한 부분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골드뱅크가 힘든 상황이었는데 나 혼자 떠난다는 느낌이 들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SK와 골드뱅크 모두 WIN-WIN이라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 결국 (현)주엽이 형도 잘 됐고, 나도 잘 됐다고 생각한다. (서)장훈이 형과 함께 뛸 수 있어 좋았고, 우승도 해보지 않았나(웃음). 농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상현은 “지도자가 되고 보니 트레이드라는 게 단순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 구단은 물론 선수 모두에게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 트레이드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 많다고 본다. 감독님의 마음을 빨리 읽고, 코트 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언제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후에도 많은 트레이드를 겪었지만, 선수의 입장으로 봤을 때, 빨리 적응하는 게 최선이다. 앞으로 트레이드 기회가 올 후배들 모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애정을 보였다.

# 사진_KBL 제공



  2018-12-21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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