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가장' 염기훈, 첫 도움으로 부른 애절한 '수원 엘레지'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위기에 몰린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 구원의 동아줄을 던진 건 '베테랑' 염기훈(37)의 왼발이었다.
염기훈은 16일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타가트의 선제 결승골을 도와 수원의 2-0 승리를 끌어냈다.
자로 잰 듯한 왼발 패스로 상대 뒷공간, 타가트가 마음 편히 슈팅할 수 있는 지점에 공을 정확히 배달하는 모습은 2년 연속 도움왕에 올랐던 2015·2016시즌 때와 다름없었다.
6경기 동안 이어진 수원 '주포' 타가트의 지긋지긋했던 골 갈증을 해소한데다 팀에 4경기만의 승리를 안긴 귀중한 도움이었다.
다소 늦게 나온 염기훈의 시즌 1호 도움이기도 했다.
염기훈은 올 시즌 왼쪽 측면 공격수나 투톱의 한 자리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다.
직접적으로 골 생산에 관여하는 플레이보다는 공격 전개 작업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때로는 수비에까지 가담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베테랑인 그의 역할이 그라운드에서 커져 가는 수원을 두고 '염기훈의 팀이냐'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올 시즌 수원은 정말 '염기훈의 팀'이다.
성남전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염기훈은 때로는 수비라인 바로 앞까지 내려와 공을 받는 등 '살림꾼' 역할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좀처럼 쉴 틈도 없었다. 7라운드까지 염기훈은 전 경기에 출전했다. 6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며, 이 중 3경기는 풀타임이었다.
불혹이 머지않은 축구선수로서 버거울 법하지만, 염기훈은 멈출 수 없다.
해가 지날수록 지속해서 스쿼드가 약해진 수원에서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췄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국내 선수는 이제 염기훈과 김민우, 그리고 홍철 정도다.
홍철은 울산 현대로의 이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홍철과 수원의 계약서에는 6억원 선의 바이아웃 조항이 들어있다.
울산이 이 돈을 이적료로 내면, 수원은 홍철의 이적을 막을 수 없다.
"홍철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이임생 감독의 말은, 수원 선수단 모두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적잖은 축구인들이 수원의 강등 가능성을 언급한다. 홍철마저 떠난다면 염기훈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노년가장' 염기훈이 부르는 애달픈 '수원 엘레지'는 라운드가 지날수록 더 구슬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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