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축구게임에서 강호와 맞붙을 때 몰입이 더 잘 된다. 자세를 고쳐 앉게 되고, 괜히 전술도 한번 건드리게 된다. 약팀과 경기는 자동 실행 모드로 그냥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필자의 경우 그렇다.
몰입도 때문일까, 아니면 실력이 그만큼 좋은 걸까.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실제 축구장에서 ‘커리어 모드’를 진행한다.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하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그런데 영국 전역에서 주목하는 상위권 팀과 경기에선 그야말로 펄펄 난다.
올 시즌, (지난시즌 리그 기준)상위 6개팀인 첼시, 토트넘, 맨시티(리그컵), 리버풀, 아스널, 맨유를 상대로 모두 득점했다. 지금까지 기록한 시즌 10골 중 80%에 달하는 8골이 빅6와 맞대결에서 나왔다. 빅6 외 팀 중 골 맛을 본 경기는 허더즈필드, 에버턴전뿐.
11월29일 토트넘과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바디는 뉴캐슬~사우샘프턴~크리스털팰리스전은 건너뛰고 맨시티~맨유전에서 연달아 골을 넣었다. 27일 왓포드 원정에서 잠시 브레이크타임을 가졌다가 30일 리버풀 원정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특히 그에게 있어 리버풀은 던질 때마다 미끼를 물어주는 대어와 같다.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최근 5번의 리그 맞대결에서 모두 골을 기록(7골)했다. 이날 요엘 마티프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비롯된 바디의 골이 터지고 중계 카메라는 7500만 파운드짜리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를 비췄다.
공장 노동자였던 바디는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첫발을 디뎠다. 프리미어리그 데뷔골 상대부터가 맨유였다. 그로부터 리버풀전까지 총 51차례 리그 골을 기록했는데, 그중 43%에 달하는 22골을 ‘빅6’를 상대로 꽂아 넣었다.
같은 시기, 그보다 ‘빅6’를 자주 괴롭힌 선수는 없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21골) 해리 케인(토트넘, 16골)을 포함해서. 로멜루 루카쿠(맨유)는 말할 것도 없다.(5골)
바디는 빅6 외에도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대표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세비야를 상대로도 골을 낚아왔다. 확실히 강팀 킬러 DNA를 지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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