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리가 역사상 최초의 일본인 선수 맞대결, 열띈 광고와 달리 효과는 미진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선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라 리가)의 노력이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라 리가는 지난 시즌부터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어 리그(잉글랜드), 분데스리가(독일)보다 뒤처졌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적극적인 리그 홍보에 나섰다. 실제로 라 리가는 지난 시즌부터 바르셀로나와 레알이 독점한 중계권 판매를 구단별 판매가 아닌 리그 전체로 묶어 수익의 45%는 1부 리그 스무 팀에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45%는 라 리가에 속한 각 구단의 최근 다섯 시즌 성적, 그리고 홈 경기 관중수에 따라 나뉘어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후에 남는 10%를 2부 리그 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또한, 라 리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경기 무료 생중계와 각 구단에 매년 판매할 클럽 상품을 제작하는 데 최소 10만 유로(한화 약 1억2천만 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조건까지 내걸었다. 그러면서 라 리가가 공략을 노린 시장은 바로 일본이다. 마침 에이바르에 이누이 다카시(29), 헤타페에 시바사키 가쿠(25)가 각각 활약하고 있어 일본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여건도 마련된 상태다.
이를 일본 시장 공략의 기회로 여긴 라 리가는 지난 9일 밤(한국시각) 헤타페와 에이바르의 15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 일단 라 리가는 두 팀의 경기 킥오프를 현지 시각 낮 1시(일본 시각 토요일 밤 9시)로 변경했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입장하는 통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일본의 축구 만화 '캡틴 츠바사' 캐릭터를 담은 광고물로 꾸며졌고, 경기장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 곳곳에는 스페인어보다는 영어가 더 익숙한 일본 축구 팬들을 위해 'Hello Japan(안녕 일본)'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러나 효과는 라 리가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날 최대 수용 인원이 17,700명인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를 찾은 관중은 단 9,317명. 올해 일본 J리그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8,883명. 이러한 일본 팬들에게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관중석 절반가량이 비어 있는 경기는 딱히 매력적인 TV 콘텐츠가 아니었다.
라 리가는 경기 전 헤타페의 연고지 마드리드 출신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우승자)에게 시축을 맡겼다. 시축에 나선 페르난데스의 양쪽에는 각자 소속팀 유니폼을 입은 시바사키와 이누이가 서 있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시작된 후 일본 축구 팬들이 기대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원정팀 에이바르 미드필더 이누이는 선발 출전했지만, 시바사키는 벤치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맞대결을 기대한 일본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관심이 집중된 라 리가의 '일본 더비'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에이바르가 선발로 내세운 이누이는 63분 팀 선수 중 가장 먼저 교체됐다. 이어 시바사키는 74분에 교체 투입됐다. 이날 경기 또한 양 팀을 통틀어 총 슈팅수가 단 13회에 그쳤을 정도로 큰 흥미를 끌지 못했고, 끝내 0-0으로 마무리됐다.
심지어 이날 경기에 나선 양 팀 감독은 물론 선수까지 두 구단과 라 리가 연맹 측이 일본 시장을 지나치게 의식해 과도할 정도로 겉치장에 신경을 쓴 것 같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호세 보르달라스 헤타페 감독은 경기 후 '일본 더비'에 대한 질문에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우리 구단주한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경기 전에 이런저런 광고물을 본 게 전부다. 그러나 오늘 경기 내용 자체는 훌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세 루이스 멘딜리바르 에이바르 감독도 "보기 좋은 경기가 아니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에이바르 주장 다니 가르시아는 "내가 집에서 경기를 보는 팬이었다면 중간에 TV를 껐을 것"이라며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 라 리가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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