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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빈 경기장 걸은 정근우 "야구와 작별 인사한 것"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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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9 (월) 09:03

                           


남몰래 빈 경기장 걸은 정근우 "야구와 작별 인사한 것"

정규시즌 마지막 날, 이형종과 텅 빈 경기장 40분간 산책

"시즌 중 은퇴 결심…경기 중 누볐던 곳, 눈에 담은 것"



남몰래 빈 경기장 걸은 정근우 야구와 작별 인사한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LG 정근우(38)는 홀로 서울 잠실구장 그라운드로 나왔다.

팀 훈련을 약 한 시간 앞둔 이른 시간. 그라운드엔 한 명도 없었다.

기자가 관중석 그물 뒤에서 인사차 "왜 벌써 나왔느냐"라고 묻자 정근우는 "그냥 걷고 싶어서"라며 싱긋 웃었다.

이윽고 팀 후배 이형종이 그라운드에 나왔고, 두 선수는 약 40분 동안 잠실구장 곳곳을 걸었다.

공식 은퇴 소식이 들린 9일. 정근우는 전화 통화에서 '그때 왜 야구장을 걸었나'라는 질문에 "일종의 작별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 결심은 일찌감치 했다"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경기에서 누볐던 이곳저곳을 눈에 담았다"며 "이제 은퇴한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정근우는 2000년대 SK의 전성기를 이끈 뒤 2014년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0년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이적 한 시즌 만에 은퇴를 결정했다.

은퇴 결심은 올 시즌 중반에 했다. 일찌감치 은퇴 의사를 밝히고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올 시즌 끝까지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자 구단에 자기 생각을 전했다.

은퇴 의사는 늦게 공개했지만, 정근우는 나름대로 자기만의 작별 의식을 치렀다.

40분간의 야구장 산책으로 16년간의 선수 생활을 조용하게 마무리했다.

정근우는 마지막 순간에도 후배들을 챙겼다.

그는 '왜 마지막 산책을 이형종과 했나'라는 말에 "형종이가 정규시즌 막판 약간 슬럼프를 겪었다"며 "그냥 이것저것 여러 가지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말미 유독 후배들과 많은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생각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했다.

야구장에서의 마지막 발걸음도 후배와 함께였다.

정근우는 조용하게 물러나지만, 그가 한국 야구에 새긴 발자취는 매우 크다.

정근우는 KBO리그 최고의 2루수였다.

특히 국가대표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끌며 프로야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정근우는 은퇴 후 계획을 묻는 말에 "지금 이야기하면 재미없지 않나"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뽐낸 뒤 "은퇴 기자회견에서 다 말하고 싶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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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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