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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2018 리뷰 ③ 오승환, 반등에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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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7 (금) 21:04

                           
[이현우의 MLB+] 2018 리뷰 ③ 오승환, 반등에 성공하다

 
[엠스플뉴스]
 
2018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엠스플뉴스>는 올겨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2018시즌 활약상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내년 시즌을 전망하는 2018 리뷰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2018 리뷰에서 다룰 세 번째 선수는 2017시즌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해 콜로라도로 이적,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오승환이다.
 
스프링캠프: 텍사스와의 계약 무산, 뒤늦게 토론토에 합류하다
 
 
 
올해 초 오승환이 처해있던 상황은 프로 데뷔 이후 최악에 가까웠다. 오승환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했던 2005년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99.0이닝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줄곧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해왔다. 어깨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부진했던 2009-2010년에도 팀 내 입지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2011년 뒤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는 2013년을 마치고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진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오승환은 2승 4패 5홀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2015년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41세이브로 센트럴리그 최다 세이브 공동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이 끝나고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으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오승환은 미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 6승 3패 19세이브 79.2이닝 평균자책 1.92를 기록하며 빅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승환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2년 차인 2017년 1승 6패 20세이브 59.1이닝 평균자책 4.10을 기록하고 FA 시장에 나선 오승환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적 시장의 비정함을 경험했다. 심지어 2월에는 성사 직전까지 갔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달여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면서 결국 오승환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텍사스의 결정이 잘못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반기: 슬라이더의 부활, 트레이드 시장 대어로 떠오르다
 
[이현우의 MLB+] 2018 리뷰 ③ 오승환, 반등에 성공하다

[이현우의 MLB+] 2018 리뷰 ③ 오승환, 반등에 성공하다

 
반전은 슬라이더로부터 시작됐다. 오승환의 주무기는 널리 알려진 대로 '돌직구'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오승환의 패스트볼은 피안타율 .208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248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달랐다. 2016년 피안타율 .164 헛스윙률 45.2%를 기록했던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7년 피안타율 .280 헛스윙률 28.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지난해 오승환이 부진했던 원인은 슬라이더의 위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이에 필자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의 3차원 투구분석을 근거로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무너진 원인은 '지나치게 낮아진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 때문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올 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에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MLB 공식 문자중계 서비스인 <게임데이>에 의해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데이>가 구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와 무브먼트다. 
 
따라서 오승환의 슬라이더 가운데 일부가 커터로 분류됐다는 것은,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속도와 무브먼트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4월 23일부터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1.3마일(2.1km/h)가량 빠른 대신 분당 회전수가 100회 정도 줄었고, 좌우 움직임이 3cm, 상하 움직임이 5cm 정도 적다. 그 대신 슬라이더를 던질 때의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져서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즉, 지난해 슬라이더가 가졌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215 헛스윙률 37.2%으로 거의 2016년과 흡사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슬라이더의 부활을 기반으로 오승환은 7월 27일까지 4승 3패 47.0이닝 55탈삼진 평균자책점 2.6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후반기: 쿠어스필드도 이상無 팀의 PS 진출에 기여하다
 
 
 
하지만 오승환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소속팀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오승환 영입에 가장 큰 열의를 보인 구단은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7월 27일 콜로라도는 외야 유망주 포레스트 윌과 1루 유망주 채드 스팬버거 그리고 추후 지명 선수를 토론토에 넘기는 대가로 오승환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는 현지에서도 꽤 화제를 모았는데, 보장 계약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조건치고는 지나치게 과하지 않냐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콜로라도의 선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오승환 영입 전까지 콜로라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20에 그쳤다. 올 시즌 전 무려 1억 600만 달러를 쏟아부어 계약한 불펜 3명(웨이드 데이비스, 제이크 맥기, 브라이언 쇼)이 전반기 내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콜로라도가 선두 다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불펜에서 아담 오타비노(4승 2패 5세이브 ERA 1.73)와 스캇 오버그(7승 무패 ERA 3.12)가 버텨준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콜로라도의 불펜진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오승환이 합류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오승환은 콜로라도에 합류하자마자 첫 13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전해 1세이브 4홀드 8.2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를 오승환이 버텨낸 덕분에 오타비노와 오버그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었고,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인 데이비스도 살아났다. 실제로 오승환 영입 이후 콜로라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76까지 감소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오승환이 콜로라도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한국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오승환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0회말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콜로라도의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비록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선 0.1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1.0이닝을 무실점으로 지키며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유종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10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오승환은 폭탄 발언을 했다.
 
"한국에 복귀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오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오승환은 2018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계약을 맺을 때 '70경기 이상 등판시 자동으로 2019시즌 2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옵션이 실행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따라서 2018시즌 73경기에 등판한 오승환은 2019시즌에도 콜로라도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물론 한국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지난해 11월 2019시즌까지 보장되어 있었던 잔여 연봉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KBO리그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 당시 박병호와 올해 오승환은 상황이 다르다. 박병호는 2017시즌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지 않은 채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쳤다. 2016시즌 62경기에서 타율 .191 12홈런 24타점에 그친 박병호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2년간 600만 달러를 연봉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미네소타로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오승환은 2018시즌 6승 3패 3세이브 68.1이닝 평균자책점 2.63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선수를 1년 250만 달러에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콜로라도는 오승환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내년 시즌 전망: 콜로라도에서 1년 더...?
 
 
 
입국 기자회견에서의 폭탄 발언 이후 약 두 달 가 지난 지금 한동안 화제를 모았던 오승환의 한국 복귀설은 자취를 감췄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오승환의 한국 복귀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는 또 다른 걸림돌인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 2016년 1월 약식 재판에 넘겨져 복귀 시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의 신분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오승환은 콜로라도 소속으로 뛰게 될 것이다.
 
이는 곧 한 시즌을 온전히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면서 뛰게 된다는 뜻이다. 콜로라도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 구장 평균보다 16% 더 많은 득점이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투수들의 무덤'이다. 물론 오승환은 2018시즌 콜로라도 이적 후에도 2승 0패 21.1이닝 평균자책점 2.53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쿠어스필드에선 14경기에 등판해 11.2이닝 9피안타(3피홈런) 5실점 평균자책점 3.86에 그쳤다.
 
실제로 오승환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다. 다른 구장보다 공의 회전이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 "추위의 강도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모든 선수가 다 어렵기 때문에 핑계가 되진 않지만, 많이 추운 것은 사실이다"며 쿠어스필드에서 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내년 시즌 오승환의 성적은 상당부분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달렸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동기부여'다.
 
오승환은 텍사스와의 계약이 무산되고 시즌 중 트레이드되면서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옮기는 등 경기 외적으로도 여러 역경을 맞이하면서 한국 복귀에 대한 생각이 커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내년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고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선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것이 다른 어떤 기술적인 요인보다 중요할 수 있다. 과연 오승환은 미국에서의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내년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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