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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MVP급 3루수를 낚아챈 애틀랜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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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화) 14:25

                           
[이현우의 MLB+] MVP급 3루수를 낚아챈 애틀랜타

 
[엠스플뉴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FA 계약을 지켜보다 보면 매번 느끼는 점이 있다. 
 
실력과는 별개로 돈복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만약 조시 도날드슨의 FA가 1년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평균 타율 .282 33홈런 98타점 OPS .901 WAR 7.2승(같은 기간 트라웃에 이은 ML 2위)을 기록한 도날드슨은, 지난해 타자 FA 최대어였던 J.D. 마르티네스(5년 1억 1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올해 FA가 됐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 2300만 달러(약 26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 계산해도 도날드슨의 첫 FA 계약 규모는 단 1년 사이에 최소 1억 달러가 넘게 줄었다. 이유는 단 하나. FA를 앞둔 해에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며 52경기 출전 타율 .246 8홈런 23타점 OPS .801 WAR 1.3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데뷔 후 5시즌을 평범하게 보내다가 FA 직전 해에 괴력을 발휘한 선수가 초대형 계약을 맺기도 하는 걸 보면 돈복을 타고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메이저리그 2013~2017시즌 타자 WAR 순위
 
1. 마이크 트라웃 44.2승 타율 .306 166홈런 OPS .991
2. 조시 도날드슨 34.3승 타율 .282 164홈런 OPS .901
3. 폴 골드슈미트 27.7승 타율 .304 148홈런 OPS .953
4. 앤드류 맥커친 26.2승 타율 .291 121홈런 OPS .873
5. 조이 보토 25.5승 타율 .310 124홈런 OPS .969
 
물론 도날드슨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도날드슨을 2019 FA 랭킹 5위로 선정하고, 그의 몸값을 3년 5790만 달러로 예상했다. 현지 매체의 예상이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아 드래프트 지명권 손실도 없는 그는 마음만 먹으면 그 이상의 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날드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도날드슨은 자신의 실력에 모험을 건 것이다. 만약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펼친 활약을 재현할 수 있다면 그는 2020시즌 만 34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 시즌을 마치고 최소 3년 6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낼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도날드슨이 FA 재수를 마치고 벌게 될 금액은 약 4년 8300만 달러. 2018시즌 부상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를 꽤나 복구할 수 있게 된다.
 
[이현우의 MLB+] MVP급 3루수를 낚아챈 애틀랜타

 
물론 도날드슨의 모험에는 상당한 위험요소가 있다. 
 
첫째, 도날드슨은 지난 2년간 양쪽 종아리 부상으로 각각 113경기, 5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가 타석에서 보이는 파워 대부분이 레그킥을 활용한 하체 무게 중심 이동에서 얻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속적인 하체 부상은 도날드슨의 타격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또한, 하체 부상이 3루수로서의 수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둘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에이징 커브(Aging curve, 나이대별 성적 변화)를 살펴보면 만 33세부터 34세는 다른 어떤 때보다 기량 하락 폭이 큰 구간이다. 이를 도날드슨의 하체 부상과 연관시켜보면, 도날드슨은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FA 재수에 실패하고 현시점에서 받을 수 있었던 금액(약 3년 6000만 달러)보다 적은 액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리스크는 온전히 도날드슨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를 영입한 애틀랜타의 입장에서 이번 계약은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애틀랜타는 2018시즌 90승 72패로 2013년 이후 5년 만에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는 시즌 개막 전 애틀랜타의 전력이 기껏해야 3-4위권으로 평가받던 걸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애틀랜타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2019 NL 올해의 신인 로날드 아쿠냐와 오지 알비스를 비롯한 신인급 선수들이 있었다.
 
애틀랜타의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번 2015시즌 AL MVP 도날드슨의 영입은 이런 기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장타력과 선구안이 뛰어난 도날드슨의 영입으로 애틀랜타는 1루수 프레디 프리먼(162경기 23홈런 98타점 타율 .309 WAR 5.2승)이 홀로 이끌던 중심타선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닉 마카키스가 FA로 떠나고 주축 타자 대부분이 20대로 구성된 애틀랜타에서 도날드슨은 더그아웃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의 역할도 맡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는 애틀랜타가 27일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팀 소속으로 활약했던 조지아주 출신 베테랑 포수 브라이언 맥캔을 1년 200만 달러에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틀랜타에는 2018시즌 134경기 19홈런 76타점 타율 .272 WAR 3.3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긴 3루수 요한 카마고(만 24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틀랜타가도날드슨을 영입한 것은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현우의 MLB+] MVP급 3루수를 낚아챈 애틀랜타

 
카마고는 마이너리그 경기 대부분을 유격수로 나섰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에도 지난 2년간 2루수로 12경기, 유격수로 45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이제 막 서비스 타임 2년 차에 접어드는 선수로 이대로라면 2024시즌을 마치고 나서야 FA가 된다. 반면, 도날드슨의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애틀랜타는 도날드슨과의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1년간 카마고를 슈퍼 유틸리티로 활용하면서 2루수 알비스와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 3루수 도날드슨과 번갈아 기용할 수 있다.
 
카마고를 찰리 컬버슨과 함께 유틸리티로 활용하면 혹시나 모를 주전 내야수의 부상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애틀랜타가 도날드슨을 1년 23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은 1) MVP급 3루수를 위험요소 없이 쓰면서 2) 중심 타선과 내야수 뎁스를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계약이라고 평할 수 있다.
 
이제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애틀랜타에게 남은 과제는 에이스 마이크 폴티뉴이츠와 원투펀치를 이룰 1-2선발급 투수 또는 아로디스 비즈카이노를 셋업으로 밀어낼 수 있는 특급 마무리를 영입하는 것이다(그 대상 중 한 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애틀랜타 소속으로 연평균 3승 2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1.43을 기록한 FA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애틀랜타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시즌 중 14번(1994년 제외)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한 영광의 시절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만약 남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진 보강에 성공한다면 반드시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닐 것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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