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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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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8 (수) 21:22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엠스플뉴스]
 
올해 초 오승환이 처해있던 상황은 2005년 데뷔 이후 최악에 가까웠다. 오승환은 미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 6승 3패 19세이브 79.2이닝 평균자책 1.92를 기록하며 빅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년 차인 2017년 1승 6패 20세이브 59.1이닝 평균자책 4.10을 기록하고 FA 시장에 나선 오승환에게 기대만큼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팀은 없었다.
 
심지어 2월에는 성사 직전까지 갔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에 경미한 염증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금을 깎으려 했으나, 오승환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달여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면서 결국 오승환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오승환이 보이는 활약은 그런 의미에서 설욕전에 가깝다. 토론토 소속으로 4승 3패 2세이브 47.0이닝 평균자책 2.68을 기록하던 오승환은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는 콜로라도로의 이적을 우려하던 시선도 있었지만, 오승환의 최근 활약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 나선 6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8경기를 더하면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특히 6일 밀워키전에서는 이적 후 첫 세이브이자, 한-미-일 통산 399번째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자 현지 매체는 칭찬 일색으로 돌아섰다. 7일 지역 매체 <덴버 포스트>는 "오승환이 팀 불펜을 안정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가 최근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빠르게 적응한 오승환의 공헌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오승환의 2018시즌 성적은 어느새 4승 3패 3세이브 53.0이닝 평균자책 2.38. 진출 첫해였던 2016시즌만큼은 아니지만, 빅리그의 쟁쟁한 특급 소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그렇다면 올해 오승환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달라진 릴리스포인트, 위력을 되찾은 슬라이더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올해 오승환의 부활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구종은 단연 슬라이더다. 빅리그 진출 이후에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구속과는 상관없이 늘 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2016시즌(피안타율 .208)은 물론이거니와 부진했던 지난해조차도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48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경우에는 달랐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6년까지만 해도 패스트볼의 뒤를 잇는 확실한 결정구(피안타율 0.164)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417까지 치솟았다. 지난 시즌 오승환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이유다. 이렇듯 빅리그 진출 이후 오승환의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구종은 늘 슬라이더였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16. 기존의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해 컷 패스트볼(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4월 23일 이후로 한정하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170까지 감소한다. 이는 피안타율 .164를 기록했던 2016시즌과 맞먹는 수치다. 오승환이 반등에 성공한 이유다.
 
이렇듯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위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달라진 릴리스포인트(release point, 공을 놓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280까지 치솟았던 원인은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가 패스트볼을 던질 때보다 지나치게 낮아서, 상대 타자가 두 구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오승환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417에 달한 점이 그 증거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오승환의 슬라이더, 문제점과 해법은?).
 
좌타자는 서 있는 위치로 인해 우타자보다 '낮은 팔각도로 던지는 우투수의 공'을 관찰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올 시즌 들어 지난해 있었던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5월부터 커터로 분류되고 있는 오승환의 고속 슬라이더는, 기존 슬라이더에 비해 패스트볼과의 릴리스포인트 차이가 적다(그림1)
 
하지만 지난달 초까지 오승환에겐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남아있었다. 바로 좌타자를 상대할 땐 유독 슬라이더 제구가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시즌 초 유일한 약점이었던 좌타자 상대 성적을 극복하다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그림2]는 <베이스볼서번트>를 활용해 2018시즌 오승환의 좌/우타자별 슬라이더(커터) 투구 위치를 표시한 자료다.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질 땐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제구되는 것(유인구성)과는 달리, 좌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 안쪽에 몰려있는 것(행잉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오승환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지는 것을 망설였고(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구사율 36%, 좌타자 상대 17%), 어쩌다 던진 슬라이더는 위력적인 구위에도 불구하고 안타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7월 6일까지 2018시즌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 .500). 하지만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시작한 7월 7일부터는 달랐다.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그림3]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달 7일 이후 오승환은 좌타자를 상대할 때도 발등 쪽을 향해 슬라이더를 제대로 제구해내고 있다. 그 덕분에 같은 기간 오승환의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00(15구 5타수 무안타)을 기록 중이다. 그러면서 좌타자가 나오더라도 오승환이 교체되지 않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오승환에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

 
올 시즌 오승환은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164 피출루율 .194 피장타율 .26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7월 24일까지 오승환의 우타자 피wOBA(가중 출루율) .200은 MLB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오승환이 마무리로 기용되지 못한 까닭은 같은 기간 좌타자를 상대론 피OPS가 .984에 달했을 정도로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실점 행진을 시작한 이후 한 달간 오승환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188(16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유일한 약점이었던 좌타자 상대 성적을 극복한 오승환은, '파이널 보스(Final boss, 끝판 대장)'란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로 돌아왔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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