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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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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목) 17:00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최근 5년간 프로스포츠협회에 신고 및 제보된 성폭력 단 2건
-프로야구 성폭력, '행위'가 아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만 제재
-성폭력 규정과 피해자 보호에 가장 철저한 협회는 프로배구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국내 스포츠계는 여전히 성 범죄 문제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나 프로스포츠는 ‘성 범죄 사각지대’라는 오명까지 듣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이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6월 21일 손혜원 의원실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4대 프로스포츠협회의 성폭력 관련 신고센터와 처벌 규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신고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 및 제보는 단 2건에 불과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4대 프로스포츠협회(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신고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 및 제보’는 단 2건에 불과했다.
 
2건 가운데 1건은 프로축구, 다른 1건은 프로야구였다. 같은 기간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관련 성범죄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 건수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제보자들이 프로협회가 운영하는 신고센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손혜원 의원은 “저조한 신고 및 제보건수는 신고센터에 대한 신뢰 부족과 센터 홍보 노력 부족을 의심케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O 성폭력 처벌 기준, ‘범죄 행위’가 아닌 ‘리그 체면’이나 '언론보도 여부'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4대 프로스포츠협회 가운데 가장 성폭력 처벌 규정과 기준이 불명확한 곳은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였다.
 
우선 프로야구다. 프로야구 규약상 성폭력 관련 처벌 규정은 제14장 ‘유해행위’ 가운데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 박지훈 변호사는 "성폭력 항목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성폭력 문제를 피해자에 대한 범죄행위가 아닌 ‘프로야구 리그와 선수의 품위’에 초점을 맞춰 바라본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BO 규약 제14장 제151조 3항엔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총재가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성폭력을 저질러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거나 언론에 보도돼 ‘물의’만 되지 않으면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프로야구 선수가 성폭력 범죄에 연루돼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큰 논란이 되지 않으면, 리그 차원의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무줄 제재 수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KBO가 내릴 수 있는 제재는 ‘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이다. 솜방망이 징계인 '경고'부터 가장 강도높은 실격처분까지 제재 수위가 천차만별이다. 성폭력에 대해 어떤 징계를 내릴지는 사실상 KBO 상벌위원회 마음대로다.
 
반면 마약류 혹은 병역비리 연루에 의한 품위손상행위에 대해선 ‘실격처분 또는 직무정지’ 혹은 ‘영구 실격 또는 직무정지’로 비교적 제재 수위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있다. 마약이나 병역비리, 승부조작 등 다른 범죄에 비해 성폭력 범죄가 프로야구에선 ‘관대’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범죄 ‘제명’ 가능한 프로축구, 피해자 보호 충실한 프로배구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은 어떨까.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6장 6조 가항에 따르면 성범죄는 ‘범죄 및 기타 비신사적인 행위로 물의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한다. 성폭력을 ‘범죄’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재 수위도 구체적이다. 최고 '제명'부터 6개월 이상의 자격정지,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천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으로 제재 수위를 뚜렷하게 명시했다.
 
여자프로농구도 한국여자농구연맹 규약 제10장 제147조를 통해 성희롱에 대해선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제재금’으로 징계를 명문화했다. 또 성추행, 성폭행, 중대한 폭행은 ‘제명’한다고 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을 성희롱부터 추행, 폭행 등으로 구체적으로 분류한 점이 눈에 띈다.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남녀 프로배구도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의 제10조 징계·제재금 항목에 폭력 및 성폭력행위가 중대한 경우엔 제명을, 성추행은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제재를, 성희롱을 하거나 성적 학대를 하는 경우 ‘2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2백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제재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특히나 프로배구 규정에서 눈에 띄는 건 제8조 ‘신고자 보호의무’ 규정이다. ‘신고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적사항을 공개한 사람에 대하여 1백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성폭력 등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규정으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배구협회의 노력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반면 KBL(남자프로농구)의 경우 성폭력 항목이 상벌규정에 별도로 분류돼 있지 않고, 처벌 규정도 미비해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KBL 상벌규정엔 ‘성폭력’이란 단어가 따로 나오지 않았다. 
 
‘구단 귀책사유에 대한 제재’ ‘KBL 또는 구단의 권익에 반하는 행위’ ‘KBL 명예 실추 행위’ 등의 조항만이 있을 뿐이었다. 위반시에도 최소 경고에서 최고 제명, 연봉의 최대 5% 이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만이 나온다. KBL은 향후 이사회를 통해 음주운전 및 성범죄 관련 제재사항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가 성범죄 처벌에 가장 둔감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규약부터 개정해야"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이처럼 프로축구, 여자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은 리그 규정에 성폭력 처벌 규정을 별도로 정해놓고 있다. 또한 ‘사회적 물의’나 ‘리그의 체면’이 아닌 성폭력 '행위' 여부가 처벌의 기준이 된다. 리그 구성원들 입장에서 성폭력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반면 국내 최다 관중을 동원하는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 프로야구는 성폭력 처벌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벌 사유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한하고 있다. 피해자와 합의에 성공하거나,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제재 수위도 명확하지 않다. 남자프로농구처럼 '규정에 손을 보겠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성범죄 처벌에 가장 둔감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KBO와 구단들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규약부터 개정해야 한다""선수들 역시 성범죄가 자신뿐만 아니라 팀과 리그 그리고 팬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엠스플 기획] 4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처벌 규정…프로야구가 가장 둔감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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