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의 신뢰…"박병호는 5번에서도 실질적인 4번 타자"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병호는 박병호다."


    손혁(47)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박병호(34)가 지독한 부진에 빠졌을 때 자주 했던 말이다. 


    부진에서 벗어난 박병호를 보며 손 감독이 다시 말했다. 


    "박병호는 5번에 있어도 '실질적인 4번 타자'다."


    2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손 감독은 "오늘(24일)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박병호를 4번에 배치하려고 했다. (최근 4번 타자로 나섰던) 박동원이 타격 훈련을 너무 많이 해서 손바닥 피부가 조금 벗겨졌기 때문이다"라며 "박병호의 '4번 타자 복귀 시범'은 코칭스태프와 상의해서 정하겠다. 그러나 박병호가 5번 타자로 출전하더라도 '5번에 있는 4번 타자, 실질적인 4번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이달 16일 시즌 타율이 0.197까지 떨어졌다. 허리와 손목 통증까지 겹쳐서 고전했다. 


    손 감독은 박병호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박병호는 박병호다. 시간을 주면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라고 했다. 


    겉으로는 의연했지만, 손 감독의 고민은 컸다.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이 부진하면 사령탑은 '예우'와 '형평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손 감독은 "나는 초보 감독이다. 모든 결정이 어렵다"고 에둘러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행히 '형평성'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키움 선수들이 박병호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는 최고의 타자다. 내가 3번, 박병호 선배가 4번에 있을 때는 당연히 도루를 자제한다. 최고의 타자가 뒤에 있을 때는 적극적인 주루가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박병호가 화두에 오르면 "실력과 노력, 인성 모두 배워야 할 선배"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가장 힘든 건, 박병호 자신이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손 감독은 "박병호가 늘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특히 부상자 명단(17∼19일)에 들었다가 돌아오자마자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을 대하더라"라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하려는 박병호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라고 전했다. 


    손 감독은 사흘을 쉬고 20일 1군 엔트리에 재등록한 박병호를 5번에 배치했다. 박병호는 복귀 후 3경기에서 9타수 5안타 3홈런 5타점으로 활약했다. "시간을 주면 박병호는 제 모습을 되찾는다"라는 손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박병호는 다시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손 감독은 시즌 초보다 걱정 없이 박병호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 3경기 박병호의 활약이 손 감독에게는 '박병호를 계속 중심 타선에 쓸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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