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샌드맨, 제리 샌즈가 넥센 히어로즈의 새 영웅으로 합류했다.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가공할 파워가 일품인 샌즈가 넥센의 외국인 타자 부재 상태를 끝낼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영웅 군단 ‘넥벤져스’에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했다. 타노스급 거구에 가공할 홈런 파워를 자랑하는 ‘미스터 샌드맨’ 제리 샌즈(Jerry Sands)가 새 외국인 타자로 합류했다. 넥벤져스의 ‘헐크’를 자처했던 마이클 초이스는 끝내 지난 시즌의 괴력을 재현하지 못한 채 퇴출당했다.시기적으로 보면 샌즈 영입은 다소 미묘한 감이 있다. 2018시즌은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시점이다. 8월 9일 기준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단 33경기 뿐. 비자 발급과 각종 수속을 거치고 나면 샌즈의 데뷔전 날짜는 아무리 빨라도 16일에나 가능하다.16일 경기가 끝나면 곧장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시작된다. 그 뒤 24경기를 치르고 나면 정규시즌이 모두 끝난다. 샌즈가 뛸 수 있는 실질적인 경기 수는 25경기에 불과하다.엄밀히 말해 현재 넥센이 포스트시즌 안정권에 들지 못한 이유는 타선 때문은 아니다. 넥센은 팀 득점 613점으로 두산(67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팀이다. 외야엔 주전급 선수가 5명(이정후, 이택근, 임병욱, 고종욱, 김규민)이나 된다. 1루엔 박병호가 버티고 있다.1루와 코너 외야가 주포지션인 샌즈는 중복 자원에 가깝다. 그런데도 넥센이 시즌 다 끝난 시점에 샌즈 영입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싼 몸값, 터지면 대박’ 제리 샌즈는 ‘긁어볼 만한 로또'
넥센 관계자는 “한번 긁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로또”라고 샌즈 영입을 자평했다. 터질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일단 제대로 터지면 대박이 기대되는 영입이란 얘기다. 미 프로야구 유망주 시절 리그에서 손꼽히는 미래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샌즈이기에 가능한 평가다.1987년생인 샌즈는 올해 한국 나이로 31살. 미국 뉴욕 태생의 우투우타 야수로 193cm에 105kg의 엄청난 거구를 자랑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카토바 칼리지(Catawba College) 출신인 샌즈는 대학 시절 학교 역사상 최고의 홈런, 볼넷, 장타율 기록을 남기며 간판타자로 활약했고 2008 신인드래프트 25라운드 지명으로 LA 다저스에 입단했다.프로 입단 이후 샌즈는 차세대 파워히터로 적잖은 기대를 받았다. 힘으로만 타격하는 타입이 아닌, 필드 여러 곳으로 장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장점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싱글A와 더블A에서 합계 35홈런, 2011년 트리플 A에서 29홈런 때려내고 그해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이듬해도 트리플 A에서 26홈런을 쳤다. 장타력 하나는 진짜다.이런 장타력 때문에 샌즈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한국과 일본 구단의 영입 후보로 언급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샌즈는 동양 야구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넥센 관계자는 “그때 당시엔 빅리그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전했다.그러나 이제 나이가 30대에 접어들고, 2년 연속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선수 쪽에서 한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단 게 넥센 관계자의 설명이다.넥센 관계자는 “샌즈가 최근 들어 점점 폼이 좋아지는 중이다. 올 시즌 최근 들어 보여준 모습이 좋았다”고 밝혔다. 실제 샌즈는 트리플 A 승격 뒤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에 3홈런 장타율 0.493을 기록했고 BB% 12.2%에 K% 15.9%로 이상적인 볼넷/삼진 비율을 보였다. 이 모습이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를 체크하러 미국에 간 넥센 국제전략팀의 눈에 띄어 일사천리로 계약까지 성사됐다.기존 외국인 타자 초이스는 이미 전력 외로 분류된 상황이었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초이스가 언젠간 터질 거란 기대를 품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브루스 배너 박사가 헐크로 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넥센은 사실상 외국인 타자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물론 외국인 타자 없이도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는 넥센이지만, 남은 시즌 순위 경쟁과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전력 강화를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게 맞다.샌즈 영입을 위해 넥센이 감수한 출혈은 크지 않다. 몸값 총액 10만 달러에 내년 시즌 옵션도 없다. 이적료도 몸값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시세를 생각하면 아주 싼 값에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셈이다. 만약 샌즈 로또가 제대로 터지면 넥센으로선 대박이다. 만일 터지지 않더라도 잃을 건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한 번쯤 교체를 시도해볼 만하다.'파워히터' 영입한 넥센, 마지막 25경기에 승부를 건다
물론 빅리그에서 자리 잡지 못한 대부분의 선수와 마찬가지로, 샌즈도 다양한 툴(tool)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사실상 파워 원툴 선수라고 보면 된다. 수비 실력은 평범하다. 1루수로 커리어를 시작해 코너 외야수를 겸하고 있지만 뛰어난 수비수라 할 정도는 아니다. 큰 체구가 말해주듯 스피드도 느린 편이다.결국 타격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해줄지가 관건이다. 특히 변화구 대처능력이 중요하다. 샌즈는 미국 시절 빠른 볼에 대한 대응은 잘했지만 브레이킹 볼에 뚜렷한 약점을 보였고,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해 AAAA 선수에 머물렀다. 장정석 감독이 ‘현지 적응’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다만 샌즈가 약점을 보인 건 빅리그 엘리트급 투수의 수준급 브레이킹 볼이지, 밋밋한 수준의 브레이킹 볼은 아니란 게 유의할 대목이다. 제대로 꺾이지 않고 밋밋하게 들어오는 공은 언제든 고척돔을 지나 구일역 2번 출구까지 날려 보낼 스윙을 보유하고 있다. 어설픈 변화구 승부는 금물이다. 특히 샌즈는 빅리그에서도 좌완투수에겐 상당한 강점을 보였다. 역회전 공을 던질 줄 모르는 좌투수들은 샌즈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넥센은 외야에 좋은 선수가 즐비하다. 고정 지명타자를 기용할 형편도 못 된다. 서건창이 돌아오면 이택근 등과 함께 지명타자 자릴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샌즈는 코너 외야와 1루, 지명타자 자리에 번갈아 가며 출전하게 될 전망이다. 박병호의 DH 출전일엔 1루수로, 다른 날엔 지명타자나 우익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샌즈가 원만하게 리그 적응에 성공한다면, 넥센은 장점인 타격을 더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넥센 타선은 컨택트 능력과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장타율(0.442, 7위)은 리그 평균보다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팀 홈런 수(126개, 5위)도 시즌 전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샌즈가 홈런포를 펑펑 때려내면 박병호, 김하성 등 다른 홈런 타자들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시즌 막바지 치열한 4강 싸움 중인 넥센으로선 충분히 긁어볼 만한 로또다. 그리고 ‘한 방’이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역할이 기대된다. 8월 15일 이전까지 영입 절차를 완료한 외국인 선수는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할 수 있다.샌드맨은 원래 유럽 동화에 나오는 ‘잠의 요정’으로, 메탈리카의 대표곡 ‘Enter Sandman’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서양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마블코믹스에 나오는 샌드맨은 온몸이 모래로 된 빌런으로, 거대한 체구에 엄청난 힘을 자랑한다. 어느 쪽이건 보는 이에게 공포감을 주는 건 마찬가지. 영웅군단에 새로 합류한 ‘미스터 샌드맨’ 제리 샌즈가 유망주 시절의 파워를 KBO리그에서 유감없이 보여줄지 기대해 보자.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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