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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고토 코치 “두산·요미우리 닮은 점은 ‘팀 퍼스트’”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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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금) 14:22

                           
올 시즌 압도적인 단독 선두를 달리는 두산 베어스는 '고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산 타자 누구 하나 빼놓을 것도 없이 고토 고지 타격코치를 향한 찬사가 이어진다. 낯선 땅인 한국에서 일본인 코치가 바라본 한국 야구와 두산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고토 코치 “두산·요미우리 닮은 점은 ‘팀 퍼스트’”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타격코치는 매일 아침 9시에 기상한다. 10시에 숙소를 나와서 11시까지 잠실구장에 도착하는 고토 코치는 3시간에 가까운 전력 데이터 분석 시간을 보낸다. 숨 돌릴 틈도 없다.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와 선수들을 지도한 뒤엔 코치 미팅 시간이 고토 코치를 기다린다.
 
잠시 요기를 하자마자 경기가 바로 시작된다. 경기가 끝나면 영상을 분석하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서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휴식일인 월요일이 아닌 이상 이렇게 빡빡한 고토 코치의 생활 계획표는 계속 반복된다.
 
낯선 땅에서 홀로 생활하는 고토 코치에게 물었다. 힘들지 않으냐고. 고토 코치가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생활입니다. 한국 생활도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다행히 한국 음식이 입맛에 딱 맞다. 혼자 살기에 주로 외식을 애용하는 고토 코치는 숙소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많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닭 한 마리 칼국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웃음). 삼계탕과 콩국수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두산 관계자는 “고토 코치님은 언제 쉬시나 할 정도로 성실하게 움직이신다. 또 타격에 대해선 ‘오픈 마인드’다. 선수가 먼저 질문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이미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부터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좋아하고 잘 따른다. 흔히 말하는 ‘케미스트리’가 우리 팀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토 코치 “한국 야구, 세밀함보다 대담함이 더 빛난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고토 코치 “두산·요미우리 닮은 점은 ‘팀 퍼스트’”

 
사실 구단도 이 정도로 궁합이 잘 맞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일본인 타격코치 영입을 구단에 요청했다. 이에 일본 야구 인맥이 넓은 두산 김태룡 단장이 고토 코치를 추천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 타격 인스트럭터로 합류한 고토 코치의 지도를 지켜본 김 감독은 곧바로 올 시즌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선 주로 2군 선수들을 많이 봤어요. 스프링 캠프에서야 1군 선수들과 제대로 호흡했는데 감독님이 1번 타자 부재 등으로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 위해서 계속 노력했죠.” 고토 코치의 말이다.
 
다행히 고토 코치의 노력만큼 두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리그 단독 선두인 두산은 6월 28일 기준 팀 타율 1위(0.303)·팀 출루율 1위(0.367)·팀 장타율 1위(0.487)로 화끈한 방망이를 자랑한다. 고토 코치는 한국 야구의 ‘’에 강한 인상을 느꼈다.
 
“지금까지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국 야구는 미국 야구에 더 가깝단 생각입니다. 타자들의 스윙을 보면 힘과 속도가 정말 대단해요. 일본 야구는 세밀함을 더 추구합니다. 한국 야구는 그런 세밀함보단 대담함이 더 빛나요. 힘의 대결이 엄청나죠. 특히 김재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중심 타선에 들 수 있을 만큼 대단한 힘을 자랑합니다. 현역 시절 같이 뛰었던 마쓰이 히데키보다 더 힘이 좋은 선수예요.” 감탄사를 내뱉은 고토 코치의 말이다.
 
시즌 전 고민이었던 ‘리드오프’의 적임자도 찾았다. 고토 코치에게 감사함을 항상 잊지 않는 내야수 허경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타격감이 절정인 허경민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46/ 6홈런/ 42타점/ 출루율 0.392/ 장타율 0.508다. 허경민은 “고토 코치님에게 정신적인 조언을 자주 얻는다. 타석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종종 말한다.
 
허경민의 극찬에도 고토 코치의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다. 고토 코치는 허경민 스스로가 해낸 일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건 선수입니다. 언제나 전 뒤에서만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허경민 선수가 그렇게 얘기해주는 건 고맙지만, 제 공은 크지 않아요. 우연히 허경민 선수에게 알맞은 단어를 전달한 거죠. 선수 자신이 노력한 결과일 뿐입니다. 어떤 선수에게나 그런 도움을 주도록 제가 더 공부해야 합니다.”
 
고토 코치가 느낀 요미우리와 두산의 공통점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고토 코치 “두산·요미우리 닮은 점은 ‘팀 퍼스트’”

 
고토 코치는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만 현역 시절(1987년~2005년)을 보냈다. 한 마디로 요미우리의 ‘원 클럽 맨’이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인기 팀이자 당시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요미우리와 올 시즌 두산은 어떤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을까.
 
“확실히 요미우리와 두산의 팀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팀으로서 하나로 뭉치는 힘이 둘 다 강해요. 요미우리에선 신인 때부터 팀이 먼저라는 팀 퍼스트 문화를 익히게 합니다. 혼자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더라도 팀이 지면 도저히 기뻐할 수 없는 팀 분위기였습니다. 두산에선 김재환이 그 예입니다. 쉬는 날인 월요일에도 반드시 야구장에 나와서 연습할 정도예요. 자신이 못 치면 팀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더 노력하는 거죠. 그만큼 팀 성적도 잘 나오고 있습니다.”
 
고토 코치는 현역 시절 백업 자원에 가까웠다.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뛰었던 고토 코치는 835경기 출전/ 타율 0.263/ 332안타/ 30홈런/ 119타점/ 20도루의 통산 기록을 남겼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아는 선수였다.
 
“현역 시절 저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했어요. 요미우리는 항상 화려한 주전 선수들로 넘치는 팀이었죠. 뒤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타율보단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가 더 중요했습니다. 사실 우리 팀에선 류지혁 선수에게 현역 시절 저의 느낌이 나요. 어떻게든 팀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공격적으로 스윙하는 선수죠. 그게 저였거든요. 그래서 두산도 강팀이 아닐까요(웃음).”
 
고토 코치는 한국 야구와 두산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다.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고토 코치는 득점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국 야구의 매력은 힘 있는 타자들이 많단 겁니다. 자신에게 맞는 타격 자세를 찾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팀이 한 점이라도 더 내도록 고민하는 게 저의 역할이죠.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감독님께서 어떤 야구를 하고 싶으신지 파악하고 그걸 말씀하기 전에 제가 미리 먼저 움직이는 거예요.”
 
올 시즌 모든 타격 지표 숫자가 최고를 뜻하고 있지만, 고토 코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아직 완벽히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저는 더 위를 바라보고 있어요(웃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에 살짝 가려진 철저함과 ‘프로페셔널’이 함께 느껴진 말이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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