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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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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금) 11:00

                           
-'성폭력 혐의' A 선수 원소속 구단, 입대 일주일 전 피해 여성 전화 받았다
-혐의 알고도 상무야구단엔 통보 안 해... NC 이성민 사태와 유사
-즉시 참가활동 정지 제재한 문우람, 조상우, 박동원 사건과 형평성 논란
-KBO, 허술한 성폭력 제재 규정 손질 검토해야
 
[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엠스플뉴스]
 
“선수 말을 믿었다.”
 
‘상무야구단 소속 선수 성폭행 혐의’가 알려진 뒤,  A 선수의 원소속 구단이 내놓은 해명이다.
 
엠스플뉴스는 6월 21일 보도([단독] ‘성폭행 혐의’ 선수, 2군 활약 중…박동원, 조상우와 형평성 논란)를 통해 성폭행 혐의로 군 검찰 조사 중인 선수가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있단 사실을 알렸다.
 
프로야구 명문구단 소속인 A 선수의 ‘성폭력 혐의’ 사건이 벌어진 건 상무야구단이 아닌 원소속 구단에서 뛰던 때다. 피소된 것도 상무야구단 소속이 아닌 1월 훈련소에 있을 때로 확인됐다. 이후 A 선수는 군인 신분으로 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별다른 제재 없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해 왔다.
 
원소속 구단, 피해 여성 연락받고도 조치 안 했다
 
[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그렇다면 원소속 구단은 언제 A 선수의 성폭력 혐의를 처음 인지한 것일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구단의 인지 시점은 상무 입대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소속 구단 관계자는 상무에 합격한 상태에서, 입대 날짜 일주일쯤 전에 여자 쪽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운영팀장이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폭력 혐의를 알고서도 상무 입대를 강행한 이유를 묻자 구단 관계자는 여자 쪽에 '뭔가 증거가 있으면 보여달라, 구단이 판단하겠다'고 부탁했는데 보내주지 않았다. 선수 본인도 ‘문제없다, 잘 마무리됐다’고 하기에 믿고 (상무에) 보냈다고 답했다.
 
선수와 여자 쪽 주장이 첨예하게 달랐다. 구단이 사법기관도 아니고, 사생활 영역이니까 구단 자체적으로 판단하긴 힘든 부분이었다. 선수가 문제없다고 해서 선수의 말을 믿었다. 만약 입대 전 공식적으로 고소를 했다면 얘기가 다를 순 있었겠지만, 입대 전까지는 서로 주장이 엇갈렸다.”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대개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마련이다. 또 뚜렷한 물증 없이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법기관도 피해자의 증언을 비중 있는 증거로 삼는다.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되면서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구단은 성폭력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서도 선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A 선수가 입대한 뒤였다. 구단 관계자는 “입대 뒤에 여자 측에서 A 선수를 고소했다. 헌병대에서 구단으로 연락이 왔다. 고소로 공식적인 문제가 된 만큼 KBO에 신고하기로 했다”며 “당시 운영팀장이 군 검찰의 통보를 받은 뒤 곧바로 KBO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A 선수가 훈련소에 입소한 날짜는 2018년 1월 15일이다. 구단 운영팀장은 1월 말 전화로 A 선수의 피소 사실을 KBO에 알렸다고 했다. 그러나 문서를 통한 정식 보고는 3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KBO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문서에도 보고 시점은 3월로 나와 있다. 사건이 터지고 몇 달이 지나 퓨처스리그 시즌 개막이 임박해서야 뒤늦게 정식 보고가 이뤄졌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 상무 관계자는 해당 구단 쪽에서 우리에게 A 선수 사건과 관련해 연락을 준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3월께 군 검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해당 구단에 알렸다. '입대 전 사건이면 사전에 우리한테 얘길 해줘야 했던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그 구단 관계자가 '죄송하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사과했다 만약 해당 구단과 KBO가 1월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왜 그 전에 우리한테 연락을 해주지 않은 것이냐고 분개했다.
 
원소속 구단은 A 선수의 성폭력 문제를 입대 전에 처음 알았다고 인정했다. 만약 이때 곧장 KBO나 상무에 연락을 취했다면, 해당 선수의 입대는 취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성폭력 혐의가 있는 선수를 받았고, 그 뒷감당을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상무가 '해당 구단 선수를 앞으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성폭력 문제 선수 입대시킨 구단, ‘사기 입대’ 책임져야
 
[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엠스플뉴스 보도를 접한 모 구단 관계자는 “이성민 트레이드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NC 다이노스 구단 관계자들은 2014년 익명의 제보 전화를 받고 처음 이성민의 승부 조작 연루 의혹을 인지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만 진행했고 KBO엔 보고하지 않았다. 그해 연말 NC는 이성민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뒤, 신생팀 KT 위즈가 특별지명으로 데려가게 그냥 놔뒀다. 이성민이 KT에서 활약할 때도, 롯데에서 뛸 때도 소속 구단에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다. 
 
2016년 승부 조작 사태로 뒤늦게 이성민 사건이 드러났고, NC 현 본부장과 단장대행은 당시 ‘사건 은폐’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 됐다. 당시 NC의 행태를 놓고 언론에선 ‘사기 트레이드’라는 표현까지 썼다. 
 
비록 KBO 규약에 마땅히 해당하는 조항이 없다 보니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도의적인 책임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이성민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A 선수 원소속 구단의 행태도 따지고 보면 비슷하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수를 아무런 설명 없이 상무에 입대하게 그냥 놔뒀다. 굳이 표현하면 일종의 ‘사기 입대’를 시킨 셈이다. 구단에선 은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소속 선수의 불미스러운 일을 상무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 자체로 은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우람 참가활동정지 제재한 KBO, A 선수는 왜 못하나
 
[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구단뿐만 아니라 KBO의 대응 방식도 문제다. KBO가 처음 A 선수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월말이다. KBO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1월말 구단의 전화 연락을 받고 사건을 맨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A 선수는 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고 있었다. 상무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이다.
 
하지만 KBO는 사건을 알고도 A 선수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A 선수는 6월까지도 아무 문제 없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넥센 박동원, 조상우 사건이 터지자 KBO가 곧장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린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KBO는 ‘군이 가진 특수성’을 이유로 들었다. KBO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처음 구단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해당 선수가 훈련병이었고, 군 검찰 쪽에 접촉해 봐도 혐의 내용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정확한 사건 내막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 조사 뒤에도 계속 퓨처스리그에 출전하는 데 대해선 “A 선수는 군 소속이라 ‘구단 소속 선수’로 보기 어렵다. 군 보류 선수다. 출전 여부에 대해선 상무 쪽에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KBO는 사실 파악이 100% 된 상태가 아니라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관계가 파악된 뒤에는 제재심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BO의 설명은 2016년 문우람 사례와 비교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승부 조작 사태가 터진 뒤 KBO는 이태양, 안지만과 함께 문우람에게도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렸다. 당시 문우람은 상무 소속으로 사건이 군 검찰로 이첩된 상황이었다. '군 보류 선수 신분이지만 퓨처스리그도 KBO 담당인 만큼, 참가활동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KBO에 있다'는 게 당시 KBO의 설명이었다.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가 아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제재 대상인 KBO
 
[엠스플 이슈] 구단, ‘성폭행 혐의’ 알고도 상무 보냈다…“선수 말을 믿었다”

 
문우람 사건, 박동원-조상우 사건과 A 선수 사건 사이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문우람과 박동원-조상우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A 선수 사건은 엠스플뉴스 보도 전까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KBO 규약 가운데 성폭력을 직접 언급한 조항은 제14장 제151조 3항이다. 여기엔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총재가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가 아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제재 대상이다. 쉽게 말하면, 성폭력을 저질러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거나 언론에 보도돼 ‘물의’만 되지 않으면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물의’가 제재 기준이 되다 보니 실제 프로야구 선수가 성폭력 범죄에 연루돼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큰 논란이 되지 않으면, 리그 차원의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나온다. 
 
반면 비슷한 수위의 사건이라도 언론에 알려지고 논란이 되면 곧장 '참가활동 정지' 철퇴를 휘두르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KBO가 비난 여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과잉 대응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일관성과 형평성이 문제다. 야구계에선 이번 기회에 KBO 규약의 성폭력 제재 조항을 비롯한 ‘품위손상행위’ 조항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폭력 제재 규정에서 ‘사회적 물의’가 아닌 ‘범죄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별도의 성폭력 제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는 참가활동 정지 제재 문제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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