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거른 '75년 전통' 해남 광복절 축구대회…코로나로 취소
'명절 때는 못 와도 체육대회는 참가한다'는 화산면 최대 축제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6·25 전쟁, 1995년 대가뭄 때 등 몇 차례를 제외하고 어김없이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합니다."
해마다 8월 15일 광복절이면 열리던 전남 해남군 화산면 광복절 축구대회 등 기념행사가 올해는 취소됐다.
화산면 체육회는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치르지 않고, 지역사랑 나눔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명절 때는 못 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경향 각지의 향우들까지 참석해 떠들썩하게 치러지던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리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때문.
아직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은 해남에서 외지 향우들까지 참석해 열려던 대규모 행사를 주민들 스스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주민들 기억에 따르면 1945년 광복 때부터 시작한 광복절 행사가 열리지 못한 것은 6·25 전쟁과 1995년 가뭄 때뿐이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등 3∼4차례가 전부일 정도로 거른 적이 없는 행사이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8월 15일 아침이면 화산초등학교에 모여 광복절 기념식을 하고 면민 체육대회를 개최해온 역사는 화산면민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각지의 향우들까지 고향 방문의 계기로 삼을 만큼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화산면체육회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행사를 지역사랑 나눔 실천으로 대신한다.
행사 비용 1천300여만원으로 해남사랑상품권을 구매해 43개 마을에 30만원씩 전달하고, 어려운 가정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배분했다.
김동수 화산면체육회 회장은 15일 "올해 행사는 취소됐지만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는 그날의 감격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고장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 겨레가 힘을 합쳐 일제강점기를 이겨냈듯이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을 지역민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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