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기대승률 6위->실제 3위’ 한화의 마법 계속될까

일병 news1

조회 948

추천 0

2018.05.07 (월) 15:00

수정 1

수정일 2018.05.07 (월) 15:25

                           
| 시즌 초반 놀라운 경기력을 발휘하며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한화 이글스. 기대승률보다 훨씬 높은 실제승률을 기록 중인 한화의 기적이 마지막까지 유지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알아봤다.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돌풍이 무섭다. 5월 7일 현재 첫 34경기에서 18승 16패. 매 경기 후반 매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률 0.529를 기록해, 두산과 SK에 이은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왠지 예전에도 봤던 장면 같다. 4년 전인 2015년 이맘때로 돌아가 보자.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인 2015년, 그때도 한화는 첫 34경기에서 18승 16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비록 순위는 6위였지만, 경기마다 끈적끈적한 접전을 펼치면서 ‘마리한화’ 돌풍을 일으켰다. 


 


4년 전과 지금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2015년 한화는 득점과 실점으로 구한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보다 실제승률이 지나치게 좋은 팀이었다. 첫 34경기 당시 167득점에 188실점으로 득점보다 실점이 훨씬 많았다. 기대승률은 0.446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0.529의 좋은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도 마찬가지. 한화는 173득점에 182실점으로 득점보다 실점이 많은 팀이다. 기대승률은 0.477로 5할이 되지 않는다. 기대승률 순위는 10개 팀 중에 6위다. 실제승률(0.529)과 차이를 생각하면, 현재 한화의 성적에는 가진 전력의 합보다 ‘플러스 알파’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한화의 초반 질주, 2015년과 닮은 점은?


 




 


현재까지 한화의 각종 기록 지표를 보면, 3위를 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지표가 많지 않다. 


 


공격력의 힘으로 상위권에 오른 것일까? 아니다. 한화의 팀 득점은 173득점으로 10개 팀 중에 8등이다. 팀 홈런도 32개로 9위. 팀 도루는 23개로 10개 팀 중에 5위에 불과하다. 도루실패가 리그 최다(16회)인 걸 생각하면, 팀 도루가 공격에 큰 보탬이 된 것 같지도 않다. 


 


팀 타율도 0.283으로 리그 6위, 팀 출루율도 0.347로 리그 7위, 팀 OPS는 0.770으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공격력 면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다.


 


마운드의 힘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일까? 그것도 애매한 부분이다. 팀 평균자책은 4.92로 리그 5위, 팀 실점 182점으로 리그 5위. 중위권 수준의 마운드를 보유한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선발진의 성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화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은 6.00으로 리그 최하위다.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 합계도 총 10회로 리그 9위다. 퀵후크는 11차례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고, 선발투수가 소화한 경기당 평균 이닝은 4.85이닝으로 가장 적다. 


 


선발 마운드의 높이가 팀의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는 속설에 비춰볼 때, 리그 최약체 선발진을 보유한 한화가 3위를 하고 있는 건 신기한 일이다.


 


한화의 ‘실제승률>기대승률’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득점보다 실점이 많고, 리그 중위권 공격력과 최악의 선발진을 지닌 한화가 어떻게 리그 3위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일까?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경이로운 집중력과 강력한 불펜, 그리고 접전 경기에서 많은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일단 올 시즌 현재까지 한화 타자들은 ‘중요한 상황’에서 평소보다 굉장히 잘 하고 있다. 야구에서 모든 상황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10점차로 앞선 6회 무사 주자 없는 상황보다는 1점차 뒤진 9회 1사 1, 2루 상황이 더 중요하다. 전자의 상황에 나온 안타보다는 후자 쪽에서 나온 안타가 팀 승리에 큰 영향을 준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영향력 지표(Leverage Index)’를 환산해, ‘중요한 상황(High Leverage)’에서 '평균적 상황’보다 얼마나 더 잘했는지 측정하는 ‘클러치’ 스탯을 제공한다. 여기서 한화는 리그 1위팀 두산(1.72) 다음으로 높은 1.71의 팀 클러치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화는 영향력 지표 1.6 이상의 ‘중요한 상황’에서 팀 타율 0.328(1위), 팀 출루율 0.405(1위)를 기록하고 있다. 7회 이후 동점 상황에서 팀 타율은 0.379로 두산에 이은 2위, 7회 이후 1점차 이내 상황에서 팀 타율은 0.331로 리그 1위다. 


 


1점차 뒤진 7회 이후 팀 타율도 0.343으로 리그 2위, 3점 이내 열세인 7회 이후 팀 타율도 0.304로 리그 2위다. 주자 없는 상황 팀 타율은 0.270(8위)로 평범하지만, 주자 있는 상황에서 팀 타율은 0.297로 리그 3위로 뛰어오른다. 주자가 없을 때보단 있을 때, 경기 초반보다는 후반, 큰 점수차 상황보단 접전 상황에서 팀 전체적으로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투수진도 한화 상승세를 이끈 힘이다. 한화 불펜진의 평균자책은 3.59로 리그 1위. 세이브 성공률도 73.3%로 리그 1위다. 구원투수가 추가한 승리확률(WPA) 지표도 -0.10으로 10개 팀 중에 압도적 1위다.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평균자책 1.32에 11세이브로 수호신 역할을 해주고 있고, 여기에 송은범(17경기 3.38)과 이태양(12경기 4.36), 안영명(10경기 0.64)으로 이어지는 롱릴리프 3인조의 활약이 눈부시다. 서균(0.00)과 박상원(1.39) 등 젊은 투수들의 호투도 돋보인다. 


 


불펜이 워낙 좋다 보니 한번 앞선 경기는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8회말까지 앞선 경기에서 한화는 13승 무패로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불펜의 힘은 팽팽한 접전에서도 돋보인다. 6회말까지 동점인 경기, 7회말까지 동점 경기, 8회말까지 동점 경기에서 모두 승률 100%로 승리를 장식했다. 


 


그뿐인가. 5회말까지 뒤진 경기에서도 5승 13패 승률 0.278(2위), 7회말까지 뒤진 경기에서 3승 14패 승률 0.176으로 2위, 8회말까지 뒤진 경기조차 3승 16패 승률 0.158로 2위다. 리그 최다 역전승 11경기로 2위, 1점차 경기 승률 0.625로 3위에 오른 팀이 지금의 한화다. 


 


한화의 기적,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화가 지금의 놀라운 성적을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론 쉽지 않다. 야구에서 실제승률은 시즌을 치르면서 점차 기대승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한화는 첫 34경기 이후 나머지 110경기에서 승률 0.455로 시즌 초 기대승률(0.446)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2015년에 그랬듯이 올 시즌 한화도 마운드에서 불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7일 현재 한화 불펜진은 총 133이닝을 던져 NC(135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경우 송은범은 72경기 101.2이닝을, 이태양은 51경기 87.2이닝을 던지게 된다. 참고로 2015년 한화 권혁이 78경기 112이닝을, 박정진이 76경기 96이닝을 던진 바 있다. 이 추세로 시즌 끝까지 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가 그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코칭스태프는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단 점이다. 매 경기 ‘내일이 없는 야구’를 펼치며 일찌감치 가스를 소진한 그때와 달리, 올해 한화는 적절한 훈련량과 휴식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신경쓰고 있다. 


 


실제 현재까지 한화는 몸에 맞는 볼에 의한 부상자 외엔 큰 부상 선수 없이 순항하고 있다. 2015년처럼 후반기 부상 선수 속출과 주전 컨디션 저하로 추락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는 중이다. 자율적으로 필요한 훈련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가 팀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시즌 초반 불펜의 부담도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휠러-키버스 샘슨 외국인 듀오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선발진에 안정감이 생겼다. 김재영과 김민우 등 젊은 투수들만 좀 더 성장해 준다면 롱릴리프 3인조의 이닝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여기에 장민재까지 최근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3.1이닝 무실점) 롱릴리프 투수진이 3인조에서 4인조로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생겼다. 


 


야수진에선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타자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하주석(타율 0.228)이 예년 수준의 공격력을 회복하고, 최진행(타율 0.138)의 부활도 필요하다. 김태균도 출루율과 장타 면에서 지금보다 성적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그래야 클러치 성적의 마법이 사라진 뒤에도 타선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법은 사라진다. 12시가 지나면 마차는 호박이 되고, 마부와 말은 원래 모습인 도마뱀과 쥐로 변한다. 기대승률보다 월등히 높은 실제승률, 기적같은 클러치 타격, 1점차 접전에서 진땀 빼는 승리처럼 상당부분 '운'이 좌우하는 마법이 일년 144경기 내내 유지되긴 어렵다. 


 


하지만 마법이 사라진다고 신데렐라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다. 올 시즌 한화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지 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원칙을 갖고 팀을 운영하는 코칭스태프, 밝아지고 자율적이 된 선수단 분위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달라진 한화를 만들었다. 이런 변화가 2015년과 올해 한화의 달라진 점이며, 마법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한화의 의미있는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이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