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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푸홀스는 은퇴한 후 어떤 선수로 기억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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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7 (월) 13:00

                           


 
[엠스플뉴스]
 
앨버트 푸홀스(38)가 은퇴하면 우리는 그를 어떤 선수로 기억하게 될까? 
 
누적 기록을 놓고 살펴봤을 때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 상으로 그는 최근 7년간 현역 메이저리거 가운데 최악의 가성비를 보이는 타자다. 둘 중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푸홀스에 대한 메이저리그 팬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푸홀스가 또 하나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푸홀스는 5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5회 상대 선발 마이크 리크가 던진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통산 3000번째 안타를 만들어냈다. 3000안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2명밖에 세우지 못한 대기록이다. 그중에서도 푸홀스처럼 6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는 4명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3000안타 600홈런 클럽
윌리 메이스: 3283안타 660홈런 타율 .302
행크 애런: 3771안타 755홈런 타율 .305
알렉스 로드리게스: 3115안타 696홈런 타율 .295
앨버트 푸홀스: 3002안타 620홈런 타율 .304
 
이와 같은 누적 기록을 쌓은 푸홀스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r)에 입성하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푸홀스가 세운 위대한 기록들이 거의 전적으로 위대했던 초반 11년간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데 있다.
 
위대한 초반 11년, 최악의 최근 7년
 


 
데뷔 후 첫 11년간 푸홀스는 1705경기 2073안타 445홈런 1329타점 타율 .328 OPS 1.037 b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86.6승을 기록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무려 155경기 188안타 40홈런 121타점 타율 .328 bWAR 7.9승에 달한다. 이는 거의 매 시즌 MVP급 성적을 거뒀다는 얘기다. 해당 기간 푸홀스가 NL MVP 투표에서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은 1번밖에 없었다.
 
실제로 푸홀스는 초반 11년간 NL 올해의 신인상, NL MVP 3회, 올스타 선정 9회, 실버슬러거 6회, 골드글러브 2회라는 개인 수상 실적을 쌓았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2차례나 차지했다. 좀 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만 31세까지 푸홀스가 쌓은 bWAR 86.6승은 같은 나이를 기준으로 역대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 마디로 말해, 만 31세까지의 푸홀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인절스로 이적 후 지난 6년간 푸홀스가 쌓은 bWAR는 12.9승에 그쳤다. 이는 지난 6년간 푸홀스가 간신히 주전 타자들의 평균만큼 활약했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최근 2년간은 각각 1.3승, -1.8승에 그쳤다. 그러면서도 2500만 달러(약 269억 원), 2600만 달러(약 280억 원)라는 돈을 연봉으로 받았다. 사실 마침내 3000안타를 달성한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푸홀스는 32경기에서 6홈런 20타점 타율 .256 출루율 .286 장타율 .444 bWAR 0.1승을 기록 중이다. 이 페이스로 부상 없이 162경기를 뛸 경우 푸홀스는 올해도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낮은 출루율과 형편 없는 수비, 주루로 인해 bWAR는 대체선수(최저연봉으로 언제든지 영입할 수 있는 선수) 대비 0.5승밖에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홀스는 연봉으로 2700만 달러를 받는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런 계약이 올해 포함 4년이나 더 남았다는 것이다.
 
푸홀스가 낮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 그가 현역이기 때문
 


 
이러한 최악의 가성비로 인해 푸홀스에 대한 평가는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필자에게 "푸홀스의 3000안타 달성 순간은 지금껏 지켜본 3000안타 달성자 가운데 가장 조촐했던 축하가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푸홀스는 달성한 마일스톤에 비해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존경(respect)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말년에 너무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시절 쌓았던 업적과 명성까지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다소 억울한 점도 없지는 않다. 한 선수가 만 32세 이후 급격한 노쇠화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푸홀스에 앞서 HoF에 헌액된 선수 가운데 꽤 많은 선수도 만 32세 이후 은퇴할 때까지는 평범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다만 그 사실이 우리에게 잘 와 닿지 않는 이유는 1.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중화된 것은 근래의 일이며 2. 스테로이드 시대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3. 은퇴하고 나면 좋았던 순간만이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푸홀스의 경우에도 클래식 스탯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중화되지 않은 과거였다면 그의 낮은 출루율보다는 홈런과 타점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다.
 
한편, 금지약물 복용자들이 노화를 거스르는 활약을 펼치면서 나이 든 선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을 뿐 푸홀스는 자연스러운 노쇠화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다(물론 지속적인 발 부상과 스윙 스피드 감소로 인해 하락폭이 '약간' 큰 편이긴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 번째인데, 만 32세 이후 bWAR 5.7승밖에 기록하지 못한 켄 그리피 주니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피는 아버지의 소속팀이었던 신시내티 레즈와 9년 1억 125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손에 꼽힐만한 대형 계약을 체결했으나, 잦은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친정팀 시애틀로 복귀한 후 커리어 마지막 2년간 거둔 성적은 연평균 타율 .208 10홈런 32타점 OPS .679. 그런데도 그는 은퇴한 후 첫 투표에서 99.3%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투표권자들은 그리피의 말년 활약보다는 젊고 가장 빛나던 시절에 주목했고, 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사례를 보면 은퇴 후 푸홀스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지금과는 다를 확률이 높다. 지금의 푸홀스는 노쇠화에 맞서 간신히 투쟁하고 있는 선수이지만, 젊은 시절 그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타자였다. 그가 은퇴하고 나면 그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현시대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전설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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