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막내' kt를 뭉치게 한 베테랑 유한준·박경수의 힘
PO 1차전서 동점타·슬라이딩 투혼…"어린 선수들, 믿고 따라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kt wiz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창단 첫 가을야구 경기인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렀다.
비록 '관록의 팀' 두산 베어스에 9회초 결승타를 빼앗겨 2-3으로 패했지만, kt도 포스트시즌 초보라는 우려를 지우고 끝까지 팽팽하게 맞서 명경기를 만들었다.
kt는 강백호, 배정대, 심우준, 주권, 소형준, 배제성 등 어린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안정적인 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유한준(39)과 박경수(36)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 덕분이다.
올해 5번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유한준은 kt의 가을야구 확정 뒤 "포스트시즌에서는 저만 믿고 따라왔으면 좋겠다. 나와 경수, 고참들이 할 테니 어린 선수들은 형들만 보고 따라오면 좋겠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9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초 두산에 2점을 빼앗긴 직후인 8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적시타를 친 뒤에는 커다란 세리머니 동작을 하며 동생들의 기를 살려줬다.
김태균, 정근우 등 프로야구 황금 세대인 1982년생들이 속속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들보다 한 살 많은 유한준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박경수는 올해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한다. 그는 9일 국내 선수 최고령으로 포스트시즌에 데뷔했다.
하지만 박경수는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을 골라내고, 2-3으로 밀린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집념의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치는 등 투혼을 보여줬다.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박경수는 지난달 30일 팀이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하자 눈물을 보이는 등 따뜻한 정(情)으로 팀을 뭉치게 만든다.
kt 유격수 심우준은 지난해 포지션 경쟁으로 백업으로 밀렸을 때 박경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심우준은 "심적으로 힘들어서 훈련도 잘 못 했는데, 경수 선배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참고 기다리라. 너는 쓸 수밖에 없는 선수다'라고 격려해 주셨고, 버틸 수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선수들은 "한준 형과 경수 형이 가을야구가 처음인 우리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시즌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우준은 "정규시즌 경기에서 우리가 지고 있으면, 한준 선배, 경수 선배가 '져도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고 역전을 하기도 했다. 두 분의 역할이 크신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 선수들이 '형님 리더십'을 돌풍의 비결로 꼽는 것에 대해 박경수는 "저는 한 게 없다. 묻어갔다"며 "한준 형이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좋게 말씀해주시고, 후배들도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으니 저도 고참의 역할을 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황재균, 장성우, 허도환 등 중고참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중간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30대 중후반인 유한준과 박경수, 30대 초중반인 황재균, 장성우가 각자의 위치에서 리더십을 보이자 강민국, 송민섭 등 20대 후반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며 팀을 뭉치게 했다.
심우준은 "한준·경수 형의 역할이 크다. 그 뒤에서 재균·성우 형이 잘 받아주시고, 그러면서 우리도 똑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후배들은 마음껏 뛰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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