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이슈] ‘우승팀’ SK, 질긴 골든글러브 악연도 끝낼까
-한국시리즈 우승만 4차례 거둔 SK 와이번스, 골든글러브와는 악연
-역대 골든글러브 수상자 13명, 지난 세 차례 우승 시즌에도 1명씩 배출에 그쳐
-사상 최초 우승팀 ‘무관’ 위기, 3년 연속 수상 노리는 최 정에 기대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에 얽힌 좋은 기억이 참 많은 팀이다.
2000년 창단한 뒤 2018시즌까지 19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만 4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4차례로 8번이나 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에 진출했다. 2018시즌엔 정규시즌 14.5경기차 열세를 딛고 1위 두산 베어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같은 기간 한국시리즈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어떤 팀들과는 참 대조적이다.
하지만 연말 시상식 시즌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SK는 뛰어난 팀 성적에 비해 유난히도 상복이 없는 팀이다. 창단 이후 SK 소속으로 리그 MVP를 받은 선수는 2008년 김광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신인왕은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좋은 기억보단 우울한 기억이 많다. 18년 동안 SK 소속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단 13명. 그 가운데 5개는 3루수 최 정이 받은 황금장갑이다. 그 다음으로 정근우의 2개가 뒤를 잇는다. 정근우는 2013년 SK에서 펼친 활약으로 개인 세 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이미 한화로 팀을 옮긴 뒤였다.
SK가 가장 많은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한 시즌은 김기태, 이진영 두 명이 수상한 2004년이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9년 연속 1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7년, 2008년, 2010년에도 수상자는 1명에 불과했다.
2014년과 2015년엔 아예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2011년 이후 황금장갑이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금인지 아니면 도금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본 SK 선수는 최 정 하나 뿐이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3년 연속 GG’ 노리는 최 정, 강력한 도전자 허경민 제쳐야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올 시즌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SK는 총 10명의 황금장갑 후보를 배출했다. 투수 5명, 야수 5명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투수 후보 중에 그래도 수상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김광현 하나 정도다. 물론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클래식 기록을 놓고 보면 다승왕 세스 후랭코프, 탈삼진왕 키버스 샘슨, 평균자책 1위 조시 린드블럼까지 후보들이 쟁쟁하다. 김광현도 11승 8패 평균자책 2.98로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약점이다.
최근 주목받는 진보적 통계지표를 갖고 비교해도 경쟁자들이 우세하다. 린드블럼은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6.83승으로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타일러 윌슨도 시즌 성적은 9승 4패지만 WAR 6.33승으로 이 부문 2위다. 3위는 5.80승을 기록한 제이크 브리검, 김광현은 5.28승으로 4위다. 수상이 쉽지 않다.
포수 자리에선 이재원이 좋은 한 시즌을 보냈지만, 양의지라는 끝판왕이 버티고 있어 수상 가능성이 낮다. 1루수 역시 43홈런의 제이미 로맥이 있지만, 그보다 28경기를 적게 치르고 같은 홈런을 때린 박병호가 있어 수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2루수와 유격수, 지명타자 포지션에선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다.
외야수 후보로는 41홈런 115타점을 기록한 한동민이 44홈런의 김재환, 43홈런의 멜 로하스 주니어, 타율 6위에 33홈런을 날린 전준우, 26홈런-20도루의 손아섭, 타율 3위 이정후 등과 경쟁한다. 외야수를 WAR 순으로 줄세우면 한동민의 자리는 리그 외야수 13위(3.53승)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 힘든 조건이다.
결국 최 정의 개인 통산 6번째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 2016, 2017년에 이은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는 최 정이다. 다만 올해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지난 두 시즌 최 정이 큰 경쟁 없이 ‘무혈입성’ 했다면, 올해는 두산 허경민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수상을 확신하기 어렵다.
최 정은 115경기에서 35홈런 74타점 9도루 타율 0.244에 OPS 0.915를 기록했다. 많은 홈런과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적은 경기수와 낮은 타율이 걸리는 대목이다.
타율이 큰 의미없는 시대긴 하지만, 리그 규정타석 타자 타율 꼴찌는 결코 기분 좋은 기록이 아니다. 지금은 배트에 맞힌 어지간한 타구는 안타가 되는 타고투저 시대다. 2018시즌 리그 평균 타율은 역대 4위에 해당하는 0.286였다.
정확성에 약점을 노출한 최 정과 달리 허경민은 2018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33경기에 출전해 10홈런 79타점 20도루를 올렸고 타율 0.324에 OPS 0.835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다. 두 자릿수 홈런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허경민은 홈런은 최 정의 1/3 수준인데도 더 많은 타점을 올렸고, 훨씬 많은 안타와 2루타, 3루타를 때리면서 훨씬 적은 삼진을 당했다. WAR 지표상으로도 허경민이 3.56승, 최 정이 3.52승으로 허경민이 근소하게 1위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충분히 노릴 만한 성적이다.
만약 3루수 부문 수상자가 최 정이 아닌 허경민이 될 경우, SK는 역대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골든글러브를 배출하지 못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36년 동안 우승팀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빈 손으로 돌아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1982년엔 수비력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선정).
정규시즌 1위를 못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대 우승팀이 배출한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총 110명으로, 연 평균 3.05명이 수상자가 됐다. 골든글러브와 유독 인연이 없는 SK도 2007년 첫 우승 시즌에 박경완이, 2008년에는 김광현이, 2010년에는 김강민이 수상해 우승팀 체면을 세운 바 있다.
과연 SK는 지긋지긋한 골든글러브와의 악연을 끊고 ‘복수’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시상식에서 빈 손으로 돌아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될까. 오늘(10일) 열리는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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