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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베어스맨’ 이도형 코치 “친정 복귀, 기쁨 반 부담 반이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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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월) 18:25

                           
-17년 만에 친정 두산 베어스로 돌아온 이도형 코치
-'대선배' 김태형 감독 부름에 주저없이 친정 복귀 결정
-휴식과 효율적 훈련, 선수와 많은 대화 중시하는 지도자
-“두산 복귀, 기쁨도 크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베어스맨’ 이도형 코치 “친정 복귀, 기쁨 반 부담 반이죠”

 
[엠스플뉴스]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 사무실에 참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처음 선수생활을 시작한 곳에 돌아왔다는 감회도 잠시, 크나큰 부담감이 밀려오더군요. 내년 시즌 팀의 우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베어스맨’ 이도형이 친정 두산으로 돌아왔다. 두산 베어스는 11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도형 전 NC 다이노스 코치 포함 코치 4명 영입 소식을 알렸다. 2001년을 마지막으로 17년 동안 떠났던 친정 베어스 품에 다시 돌아오게 된 이 코치다.
 
이 코치는 “내년 시즌 진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NC로부터 재계약 제안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했다. 4년간 타향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가장 큰 이유다. 2018시즌 팀 성적 부진에 책임감도 느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아빠가 선수 출신인데 야구하는 아들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했구요.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 코치의 말이다.
 
한창 고민하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거두절미하고 딱 두 마디를 건넸다. 같이 할래? 생각 있어? 1993년 신인 시절 방졸로 모셨던 선배의 제안에 이 코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네’라고 답했고, 그렇게 ‘베어스맨’ 이도형의 친정 복귀가 이뤄졌다. 
 
‘거포’ 출신 이도형 코치 “휴식 강조, 효율적 훈련이 지론”
 
[배지헌의 브러시백] ‘베어스맨’ 이도형 코치 “친정 복귀, 기쁨 반 부담 반이죠”

 
이도형 코치는 현역 시절 개인 통산 130홈런을 때려낸 ‘거포’ 출신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1993년 고졸 연고지명으로 OB 베어스에 입단, 장타력이 돋보이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년차인 1995년엔 95경기에 출전해 14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활약으로 팀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1996년 이후 최기문-진갑용-홍성흔 등 국가대표 출신 포수들이 줄줄이 입단하고 외국인 타자까지 들어오면서 팀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2001년 강인권과 1대 1 트레이드로 한화 이글스로 이적,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시즌 동안 홈런 103개를 때려내는 활약으로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 코치의 통산 성적은 130홈런(역대 포수 8위), 519타점(역대 포수 9위), OPS 0.748(역대 포수 11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남겼다. 은퇴 이후엔 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야구 이론을 정립한 뒤 KBO 육성위원을 거쳐 2015시즌부터 NC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코치가 1군 타격코치를 맡은 2017시즌, NC는 에릭 테임즈가 빠진 가운데서도 팀 타격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팀 타율 3위(0.293), 팀 OPS 3위(0.808), 팀 득점 4위(0.786)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좋은 성적표를 올린 NC의 2017시즌이다.
 
특히 2016시즌 주춤했던 간판타자 나성범은 이 코치와 호흡을 맞춘 2017시즌 타율 0.347과 24홈런 장타율 0.584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나성범은 “이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덕분에 시즌 후반까지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한국야구의 전반적인 훈련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의식을 항상 갖고 있었다많은 팀이 초반에 페이스가 좋다가도 항상 7, 8월에 뚝 떨어지는 건 훈련양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라면 더 많은 훈련을 할 게 아니라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이 코치의 생각이다. 
 
장시간 타격 훈련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 했다. 이 코치는 “많은 선수들이 경기시작 한참 전에 운동장에 나와서 오랜 시간 피칭머신 공을 치는 연습을 한다”며 “개인적으론 치기 좋게 날아오는 기계 공을 긴 시간 반복해서 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타격감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코치는 NC에 대해 “정말 착하고 성실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 했다. “입단 전에 힘든 시련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NC만의 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원체 모범적이고 성실한 선수가 많아요. 나성범만 해도 최고의 선수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거든요.” 이 코치의 말이다.
 
“보직 상관없다. 두산 우승 위해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 다할 것”
 
[배지헌의 브러시백] ‘베어스맨’ 이도형 코치 “친정 복귀, 기쁨 반 부담 반이죠”

 
친정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소감을 물었다. 이도형 코치는 “주변에서 친정팀에 돌아왔다고 축하해 주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고 털어놨다. 
 
“워낙 좋은 팀이고, 좋은 타자들이 많은 팀이고, 훌륭한 타격코치님이 지도하던 팀에 오게 됐잖아요.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기쁨만큼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코치의 얘기다.
 
두산은 2018시즌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 팀이다. 팀 타율 0.309로 1위, 팀 OPS 0.862로 1위, 팀 득점도 944점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야구가 평균의 스포츠라는 점을 생각하면, 2019시즌에도 이런 기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 코치가 강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에 이 코치는 전임 고토 코지 타격코치를 찾아가 조언을 구할 생각까지 했다. 이 코치는 “고토 코치님과 시즌중에 식사 약속을 한번 잡은 적이 있었는데, 하필 그날 팀 긴급 미팅이 소집되는 바람에 뵙지 못했다. 시즌 끝난 뒤에 만나뵈려고 했더니, 그때는 이미 일본 구단의 부름을 받고 떠난 뒤였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아직 이 코치의 구체적인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코치는 "두산을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든 관계없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어떤 보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인 타격코치여도 좋고, 서브 타격코치여도 상관없습니다. 퓨처스 선수들과 함께 해도 좋아요.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코칭하는 건 또 퓨처스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두산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 코치의 각오다. 
 
“내년에 팀이 다시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어떤 자리에서든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내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제가 뭘 해야할지 생각하느라, 요즘 머리가 복잡합니다.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2019시즌에도 두산의 최강 공격력을 이어가기 위해, 이도형 코치는 오늘도 불면의 밤을 보낸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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