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때까지 홈런 하나 치지 못했다. 대학에서 몸 만들고, 힘 길러…"- "홈&어웨이 경기가 주말리그 대안될 수 있을 것"- "대학이 아닌 초등학교에서부터 '공부하는 습관' 기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야구는 지금의 나를 있게한 소중한 터전"
[엠스플뉴스]LG 트윈스 양석환은 대학야구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일군 케이스다.양석환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홈런을 때리지 못하던 ‘특출나지 않은 타자’였다. 그런데, 동국대학교에 입학한 뒤 얘기가 달라졌다. 양석환은 ‘벌크업’에 성공했다. 그 결과 양석환은 KBO리그가 주목하는 ‘거포 유망주’로 성장했다.대학야구 저변이 약해지는 시점. 양석환의 사례는 ‘고졸이 대세’인 아마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에서 잠재력을 싹틔운 양석환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홈런 하나 때려내지 못했던 타자… 대학에서 힘을 길렀다.”
대학에서 ‘잠재력’을 꽃피운 대표적인 타자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진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합니다.대학 입학 전까진 ‘체격이 왜소한 타자’였어요. 프로에 지명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일찍부터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죠.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학 진학을 결정한 겁니까.몸을 불린 뒤 힘이 붙으면, 프로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신일고 재학 당시 최재호 감독님이 “하위권 지명을 받고 프로에 갈 바엔, 대학교에서 때를 기다리라”고 조언해 주셨어요.고등학교 때 체격조건이 어땠기에 ‘왜소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건가요?183cm에 69kg이었어요. 충분히 ‘왜소하다’는 말을 들을 만 했죠. 지금 몸무게는 90kg 정도입니다.대학에 와서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군요.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하다 보니, 2학년 때부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몸집이 커지기 시작한 거예요. 몸이 커지니, 타격에 힘이 붙었죠. 사실 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홈런을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타자였습니다(웃음).‘거포 유망주’ 소릴 듣는 지금 상황에선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대학에 들어온 뒤 타구가 쭉쭉 뻗기 시작했어요. 2학년 때부터 홈런 개수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확실히 힘이 많이 붙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대학야구에서 싹을 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학에서 성장하는 선수들의 수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많은 이가 ‘주말리그 시행’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주말리그가 도입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는 제도를 바꿀 땐 조금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회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수 육성 방향’과 현장에서 느끼는 ‘선수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온도 차가 있기 마련이니까요.온도 차가 있다?대학 야구 선수들의 목표 역시 고등학교 선수들과 똑같아요. 좋은 야구선수가 돼 프로에 입성하는 거죠. 물론 “고등학교 때 야구 잘해서 프로 가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선수마다 잠재력을 싹 틔우는 시기는 다를 수 있잖아요.말씀하신 것처럼 선수들이 잠재력이 터지는 시점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대학야구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 ‘제2의 양석환’은 다시 나올 수 없겠죠. 대학 선수들이 성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건 이 때문입니다.선수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상태론 대학 야구의 침체가 깊어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그렇다면, ‘주말리그’의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사실 저는 ‘주말리그 세대’가 아니에요. 주말리그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진 못합니다. 다만 대학을 다니면서 ‘홈&어웨이 경기를 하면, 학업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어요. 문제는 시설입니다. 교내에 야구장을 갖춘 대학이 얼마 없는 까닭이에요.
설상가상으로 대학야구 경기가 대부분 지방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대학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할 곳도 마땅치 않고요.그렇습니다. 요즘에도 대학 시절 코치님과 연락을 자주 합니다.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주말에 새벽부터 버스 타고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경기를 치르고, 학교로 돌아오는 거죠. 평일엔 다시 수업을 듣습니다. 상상만 해도 빡빡한 일정이에요.‘주말에 경기를 치르고, 주중에 수업을 듣는다’라… 정말 살인적인 일정입니다.그렇습니다. 여기에 선수를 공부시키는 방법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공부시키는 방법이요?개인적으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운동만 한 선수들에게 갑자기 “공부하라”고 말하는 건 청천벽력 같은 얘기죠.그렇겠습니다.대학교 후배들을 보면, 중·고등학교 때 공부와 담을 쌓았던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들으면, 지금 배우는 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죠. 여기다 학점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에 나서지 못하잖아요. 선수 입장에선 ‘사면초가’인 셈입니다.양석환의 시선 “시스템이 바뀌어야 대학야구가 산다”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학 야구의 저변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듯합니다.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분명히 대학에서 기량을 키우면, 프로에서 상위 지명을 받을 후배가 많아요. 저는 고졸 선수들이 실력이 더 좋아서 상위권 지명을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졸 신인들 역시 애로사항이 많아요.‘고졸 신인 비중이 높아짐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는 말인가요?그런 셈이죠. 고졸 신인은 3, 4년 사이에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할 나이에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학야구가 제구실을 한다면, 많은 선수가 더 합리적으로 ‘프로 진출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지 않을까요?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이 ‘선수 생활’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까.확실히 선택의 폭은 더 넓은 건 사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대학을 졸업하면서,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분명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들보다 선택지가 많은 셈이죠.
대학야구와 관련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앞으로 ‘양석환의 활약’이 대학선수들에게 적잖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대학야구의 위기는 이어질 듯합니다. 고등학교 선수들이 대학 진학을 피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니까요. 그저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꿈을 키웠으면 합니다.쉽지 않은 환경에서 ‘프로 입성’을 꿈꾸는 대학야구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제도를 탓하는 후배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에요. 언제나 ‘프로에 갈 수 있다’는 꿈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인상 깊은 말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양석환에게 ‘대학 야구’란 어떤 의미입니까.지금의 저를 있게 만든 소중한 터전이죠. 대학야구는 제가 자라난 토양입니다.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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