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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살인 폭염’에 난타전 속출, 경기 시간 질질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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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화) 09:22

                           
| 폭염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고, 야구를 바꿨다.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 무더위 속에 야구장에선 난타전과 조기 강판 경기가 속출하고, 경기 시간이 늘어지고, 관중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살인 폭염’에 난타전 속출, 경기 시간 질질

 
[엠스플뉴스]
 
날씨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꾼다. 올여름 들어 생활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인류를 멸망시킬 것만 같은 저주스러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여름 이렇다할 공포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 건 귀신이나 좀비보다 더위가 더 무섭기 때문일지 모른다. 멀쩡한 사람도 기운이 쭉쭉 빠지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만드는 날씨다. 
 
예년 같으면 한번 켤 때마다 손을 부들부들 떨던 에어컨 사용이 늘고, 야외에서 하는 활동은 줄어들었다. 쇼핑센터 이용자가 늘고, 배달 앱 사용자가 늘고, 각종 생활 물가가 폭증했다. 폭염은 낮술과 길빵도 줄였다. 덕분에 주폭과 사소한 시비로 인한 폭행 사건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무더위가 바꿔놓은 2018년 여름 한국의 풍경이다.
 
기록적 무더위는 야구도 바꿨다. 폭염은 2018시즌 후반기와 함께 찾아왔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인 7월 15일, 동아시아 전체에 ‘열돔’ 현상이 처음 발생했다. 16일부터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까지 폭염 경보가 내렸다. 그 이후 이어진 상황에 대해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시 말해, 올 시즌 프로야구는 후반기 내내 기록적인 폭염과 싸우면서 진행했다는 얘기다.
 
살인 무더위, 투수들이 쓰러진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살인 폭염’에 난타전 속출, 경기 시간 질질

 
살인적 무더위에 먼저 투수들부터 쓰러져 나갔다. 후반기 들어 투수들의 조기강판이 속출하고 있다. 전반기 선발등판 경기 대비 조기 강판 경기 비율은 0.253으로 4경기당 1경기꼴이었다. 후반기엔 이 비율이 0.298로 10경기당 3경기꼴로 늘었다. 급기야 아웃카운트 하나 잡을 동안 9실점하고 내려가는 투수도 나왔다. 
 
찜통더위에 감독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전반기 리그 전체 ‘퀵후크’ 비율은 0.206이었다. 후반기엔 퀵후크율이 0.219로 늘었다. 특히 전반기 퀵후크율 0.141(8위)로 웬만해선 잘 던지는 선발을 내리는 법이 없던 KIA 김기태 감독의 후반기 퀵후크율이 후반기엔 0.364(1위)로 높아졌다. 
 
선발투수가 일찍 쫓겨나다 보니 경기당 투입하는 투수 숫자도 늘었다. 전반기 리그 팀들은 경기당 4.2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후반기엔 경기당 투입하는 투수가 4.36명으로 늘었다. 벌떼 불펜을 동원하는 경기가 잦다 보니, 어떤 날은 모든 구단이 탬파베이 레이스가 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투수들이 쓰러져 나간다는 건 타자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도 된다. 전반기 경기당 한 팀의 평균 빅이닝 횟수는 평균 1.33회였다. 후반기엔 경기당 빅이닝 횟수가 평균 1.40회로 늘었다. 
 
경기당 한 팀의 평균득점도 전반기 5.33점에서 후반기엔 5.83점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엔 일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했던 한 경기 20득점 경기가 8월에만 벌써 두 번이나 나왔다. 참고로 지난해 20득점 경기는 총 5차례 나왔고, 올해는 벌써 4차례 나왔다. 
 
넥센 같은 팀은 최근 10경기에서 합계 100득점을 올리는 중이다. 리그 전체가 거대한 스크린 야구장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니면 타자들이 전부 옛날 오락실 야구게임 속 0.499와 0.477에 빙의한 것 같기도 하다. 속출하는 다득점 경기 속에 전반기 5.01이던 리그 평균자책도 후반기엔 5.47로 치솟았다.
 
무더위에 경기 시간 늘고, 관중은 줄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살인 폭염’에 난타전 속출, 경기 시간 질질

 
무더운 날엔 빨리빨리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마운드가 녹아 내리고, 대량득점이 쏟아지다 보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무더위 속에 치르는 후반기 들어 경기 시간마저 엿가락처럼 질질 늘어지고 있다. 
 
전반기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8분. 지난해 전반기(3시간 19분) 대비 약 1분가량 경기 시간 단축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기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후반기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6분으로 전반기보다 평균 8분이나 늘었다. 지난해 후반기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 21분이었다. ‘스피드업’ 구호가 무색한 수준이다.
 
같은 입장료를 내고 좀 더 오래 야구를 볼 수 있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들어 리그 평균관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반기 경기당 평균 입장 관중은 11,825명으로 지난해 전반기(11,626명)보다 약 200명 많았다. 
 
하지만 후반기가 문제다. 올해 후반기 경기당 평균관중은 9,847명으로 전반기보다 거의 경기당 2천 명이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후반기 경기당 평균관중은 11,820명으로 오히려 전반기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리그 흥행을 주도하는 한화 관계자는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야구장을 찾는 관중 수가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지난해 평균 11,665명에서 올해 11,413명으로 관중이 줄어든 게 눈에 보인다. 만일 폭염이라는 놈에게 인격이 있다면, KBO와 각 구단 마케팅 부서에선 폭염에게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픈 마음일 게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살인 폭염’에 난타전 속출, 경기 시간 질질

 
건강한 사람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든 게 폭염이다. 야구 선수라고 다르지 않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정민철 투수코치는 “무더위 속에 경기를 치르느라 선수들이 다들 녹초가 된 상태라 안타깝다. 조만간 대표팀을 소집해 합동훈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코칭스태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감독들과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만 고대하고 있다. 오늘부터 3경기만 치르고 나면,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18일간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기다리고 있다. 폭염 속 강행군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고, 부상에서 회복해 전열을 재정비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 KBO리그는 방학을 기다리는 학생들 같은 심정으로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기다리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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