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 올림픽 복귀 한국 여자농구 '재도약 발판 마련했다'
국제 경쟁력 및 국내 저변 약화 악재 딛고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
(베오그라드[세르비아]=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2년 만에 힘겹게 올림픽 본선 진출의 목표를 이룬 한국 여자농구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문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1승 2패로 마무리했다.
한국, 중국, 스페인, 영국 4개 나라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상위 3개국에 주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3위로 따낸 우리나라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복귀했다.
스페인에 46-83, 중국에 60-100 등 큰 점수 차로 두 번이나 패하고도 따낸 올림픽 본선 티켓이지만 그래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한국 여자농구는 2010년대 침체기를 2020년 들어 벗어날 희망을 엿봤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에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8강 이후로는 세계 수준과 아시아 정상에서 모두 멀어졌다.
2000년대만 보더라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세계선수권 8강 등의 성적을 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이때는 중국과 일본이 같은 기간 열린 세계선수권에 정예 멤버를 보낸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전주원, 정선민, 김영옥, 이종애, 박정은 등이 2010년 이전에 대표팀을 떠났고, '마지막 황금 세대'로 불리는 변연하, 신정자, 하은주 등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태극 마크와 작별하면서 한국 여자농구의 국제 경쟁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에 51-79로 참패를 당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0년대 이후로 한국 여자농구는 국제 대회 성적 부진과 국내 저변 약화, 인기 저하가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다행히 박지수(22·KB)라는 걸출한 센터의 등장은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큰 힘이 됐고, 앞으로 여자배구 김연경처럼 한국 여자농구의 국제 경쟁력과 인기를 동시에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이번 대회에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박지현(20·우리은행)도 앞으로 박지수와 함께 한국 여자농구를 끌어갈 재목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최근 국내 저변 약화의 영향으로 현재 대표팀 주축이 30대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차세대' 발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대회 20대 선수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박지수와 강이슬(26·하나은행)이 사실상 전부였다.
박지수와 박지현 등 젊은 '대형 선수'들의 등장과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호재가 잘 어우러진다면 국내 저변 확대와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부진했던 2010년대를 떠나보낸 한국 여자농구가 2020년을 맞아 올림픽 본선 무대 복귀로 일단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신호탄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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