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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G의 농구용어사전] 화려하지 않아도 우승을 이끄는 자 ‘스토퍼’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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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7 (수) 08:29

                           

[MJG의 농구용어사전] 화려하지 않아도 우승을 이끄는 자 ‘스토퍼’



 



[점프볼=민준구 기자] 프로 스포츠 가운데 농구는 가장 화려한 종목이다. 작은 코트 안에서 10명의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어떤 화가도 그릴 수 없는 예술 작품이다. 그러나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해내는 선수들이 있다. 비록 화려하진 않아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코어’. 바로 전문 수비수를 지칭하는 ‘스토퍼’다.


 


스토퍼(Stopper)


 


드리블러를 수비하는 자의 1차 목표는 드리블을 멈추게 하는 것에 있고, 득점 하는 선수를 수비하는 자의 1차적 목표 역시 득점 찬스를 못 잡게 방해하고 멈추게 만드는 데 있다. 스토퍼는 그런 의미에서 파생된 ‘전문 수비수’를 뜻한다. 운동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선수일지라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수비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비 기술을 다듬는 것과 함께, 다음 날 매치업 할 상대의 공격 시 습관과 버릇, 특징 등을 파악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 묵묵히 우승을 이끈 스토퍼들


 


농구는 득점을 많이 올려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다. 반대로 상대의 득점을 막아내야만 승리할 수도 있다. 역대 NBA 우승 팀을 살펴보면 5명의 선수들 중에 한 명씩은 전문 수비수들이 등장했다.


 


1950년대 NBA에 왕조를 탄생시킨 보스턴 셀틱스는 ‘정글짐’ 짐 로스커토프가 있었다. 196cm의 파워포워드로 작은 신장이었지만, 팀내 핵심 수비수이자 식스맨으로 커리어 통산 7회 우승을 맛봤다. 당시 밥 쿠지, 빌 셔먼, 프랭크 램지, 톰 헤인손, 빌 러셀이 선발 명단을 차지했던 보스턴은 때에 따라 로스커토프를 투입하며 상대 빅맨 수비를 맡겼다. 


 


빌 러셀 역시 전문 수비수라고 하기 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고의 수비수임은 분명했다. 206cm의 신장에 타고난 블로커였던 러셀은 평범했던 득점력에 비해 리바운드와 블록 능력이 탁월했다. 블록 기록은 러셀의 은퇴 후인 1974년에 공식 측정되기 시작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당대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최고였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1980년대 ‘쇼타임’ LA 레이커스의 마이클 쿠퍼도 빼놓을 수 없다. 쿠퍼는 당시 라이벌이었던 보스턴의 래리 버드 전담 수비수 역할을 맡았다. 이후에는 마이클 조던까지 막을 정도로 대단한 수비력을 보였다. 196cm의 77kg으로 깡마른 체구와 탄력을 지닌 쿠퍼는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 에이스를 제어하며 팀 수비 부담을 줄여줬다. 심지어 매직 존슨과 함께 펼쳤던 엘리웁 플레이인 ‘Coop-a-loop’도 쿠퍼의 장기 중 하나였다. 엄청난 스피드와 탄력으로 상대 속공 찬스를 무산 시키는 ‘체이스 다운’도 르브론 제임스보다 쿠퍼가 한 발 더 빨리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격렬해지고 전투적으로 변한 1990년 NBA에선 전문 수비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탑클래스에 섰던 조던은 물론, 론 하퍼, 조 듀마스,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디켐베 무톰보 등이 대표적이다. 내로라하는 수비수들을 보유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시카고 불스는 1990년 초, 중반을 휩쓸며 우승을 주고받았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역시 역대 우승 팀에는 모두 스토퍼들이 존재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는 브루스 보웬이 있었다. 터프하고 거친 수비로 유명한 보웬은 2007 NBA 파이널에서 제임스를 철저히 봉쇄하며 4-0 완승에 크게 기여했다.


 






‘전당포’ LA 레이커스를 잡은 디트로이트 역시 벤 월러스와 테이션 프린스가 버티고 있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수 구성 자체가 수비 지향적인 선수들로 구성돼 있던 디트로이트는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게리 페이튼, 칼 말론으로 구성된 LA 레이커스를 완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케빈 가넷과 토니 앨런, 제임스 포지 등 수비 지향적인 선수들이 버틴 보스턴과 론 아테스트, 트레버 아리자, 코비 등 수비 강점을 둔 선수들이 있었던 LA 레이커스 모두 2000년대 후반에 반지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대에 접어 들었지만, NBA는 여전히 유능한 스토퍼가 있는 팀이 왕좌에 올랐다.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라는 걸출한 수비수(?)들이 존재한 마이애미 히트와 카와이 레너드, 대니 그린, 팀 던컨이 버틴 샌안토니오 스퍼스, 안드레 이궈달라와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탐슨 등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전문 수비수, 즉 스토퍼의 개념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스토퍼라면 상대 에이스를 전담해서 막아내야 하지만, 대체로 에이스 vs 에이스 개념이 강해져 큰 영향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안드레 로버슨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있지만, 전문 수비수보다 공수 밸런스가 맞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게 현대 농구의 흐름이다.


 






‣ 정덕화, 이현호, 진미정 등 한국농구를 수놓은 전문 수비수


 


과거 한국농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이충희, 故김현준, 허재 등 전설적인 선수들에겐 팀마다 꼭 한 명씩의 전담 수비수들이 존재했다. 물론, 막아낸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한 경기만 제대로 막아내도 신문에 대서특필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이충희를 셧 다운 시킨 정덕화. 故김현준과 문경은 등 당대 최고의 득점원들을 수비했던 정덕화는 농구대잔치에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던 이충희를 꽁꽁 묶으며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김택훈, 석주일도 대표적인 한국농구의 스토퍼다. 현역 시절, 대단하진 않았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전문 수비수로 평가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선 공격력까지 겸비한 김영만, 추승균이 상대 에이스 수비수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외국선수들조차 두 사람의 수비 실력을 칭찬했을 정도였다. 김기만, 이병석 등 전문 수비수 역할을 해낸 선수들도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후반부에는 신명호가 ‘호화군단’ KCC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내며 우승을 도움 한 적도 있다.


 






그들 중 한국농구에서 전문 수비수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이는 바로 이현호다. 2003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이현호는 서장훈의 부상 이후 팀의 한 축을 맡으며 철저한 대인 수비와 궂은일을 도맡아 신인상을 차지한다.


 


이후 팀의 주연 역할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조연으로 거듭난 이현호는 가드부터 장신 외국선수 수비까지 해내며 팀의 감초 역할을 책임졌다. 유도훈 감독과 함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이현호는 국내 최고의 전문 수비수이자 블루워커로 이름을 날렸다.


 


살아 있는 레전드 양동근도 수비 하나 만큼은 리그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양동근을 전문 수비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전성기 시절 양동근은 상대 에이스 전담 수비를 도맡아 하며 현대모비스 왕조를 건설하기도 했다.


 






여자농구로 넘어가면 독보적인 인물로 진미정이 있다. 예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여자농구는 수비 하나만 잘했던 선수가 많지 않았다. 박정은, 이종애, 이미선 등 국내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었으나, 전문 수비수라고 하기 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진미정은 달랐다. 5년 연속 신한은행의 통합 우승을 이끈 진미정은 소리 없이 강한 선수였다. 실업 팀 현대부터 신한은행까지 15년간 줄곧 한 길만을 달려왔던 진미정은 상대 에이스 스토퍼로 유명세를 떨쳤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메꿔줄 수 있었던 진미정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여자 전문 수비수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문 수비수들


 


그러나 현대농구의 특성상 한 가지만 잘해서는 작은 코트 안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웬만한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도 그에 비례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공수전환과 3점슛이 트렌드가 된 현대농구에서 전문 수비수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적다. 오히려 블루워커 타입의 선수들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 수비 하나로는 험난한 프로농구 무대를 이겨낼 수가 없다.


 


국내농구만 살펴봐도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은 선수는 뛰기 쉽지 않다. 뛰더라도 큰 도움이 안 돼 벤치로 물러나기 십상이다. 한 때 국내 최고의 전문 수비수였던 신명호는 공수 밸런스가 좋은 이정현에 밀려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인 수비에선 최고로 평가 받는 박찬희 역시 저조한 공격력 탓에 많은 팀들의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희종도 국내 최고의 수비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부터 얻은 3점슛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번 시즌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양희종에 대한 수비가 느슨했다면, 지금은 그 누구보다 타이트하게 붙고 있다. 이정현의 공백을 메꾼 양희종의 활약으로 KGC인삼공사는 리그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수비와 궂은일로도 충분히 주전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있지만, 공격력까지 더해지니 그 파괴력은 배가 됐다.


 


WKBL 역시 마찬가지 김진영, 김아름 등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이 있지만, 그들의 출전 시간은 20분이 채 안 된다. 일정 이상의 공격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코트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 수비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해서 수비의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공격과 수비를 균형 있게 하는 선수들이 필요한 것이 지금 농구의 흐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점프볼 Choice


 


손대범 편집장 전성기 양동근, 수비할 때 쏟는 에너지와 집중력이 대단


이원희 기자 벤 월러스, 작은 신장에도 투지 넘치는 골밑 플레이와 강력한 블록슛이 인상적


강현지 기자 양희종, 현 KBL No.1 수비수


민준구 기자 이현호, 수비로도 프로농구에서 장수할 수 있다!


 


# 사진_점프볼 DB(손대범, 유용우, 김은기 기자), NBA 아시아, KBL,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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