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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어버이날, 그리고 '야구보다 중요한 것'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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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화) 15:44

                           


 
[엠스플뉴스]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준 트레이드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16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외야수 스티븐 피스코티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선 마이애미 말린스로부터 마르셀 오주나를 영입하면서 외야 자원이 과포화된 세인트루이스는 외야수 한 명을 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드되는 선수가 굳이 피스코티일 이유는 없었다.
 
만 26세인 피스코티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타율 .305 7홈런 39타점 OPS .853을 기록하며 NL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6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풀타임 첫해였던 2016년에는 타율 .273 22홈런 85타점 OPS .800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젊은 외야수다. 심지어 구단 친화적인 장기계약으로 덕분에 세인트루이스는 그를 6년간 3350만 달러에 보유할 수 있었다.
 
피스코티를 오클랜드로 떠나 보낸 이유는 오직 하나. 오클랜드는 피스코티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트레이드되길 꿈꿨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피스코티의 어머니 그레첸 피스코티는 지난해 5월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루게릭병'으로 널리 알려진 질병이다. 본인은 동의하지 않지만, 지난해의 부진은 어머니의 병환에 큰 영향을 받았으리란 짐작이 가능하다.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되면서 피스코티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그의 어머니 곁에 머물며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5월 8일 그레첸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6년 MLB.com 제니퍼 랭고스치에 따르면 피스코티의 어머니 그레첸은 피스코티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에도 야구란 스포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그레첸의 세 아들이 모두 야구선수가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레첸은 "어떤 부모라도 그렇듯이 자식이 기뻐하는 활동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세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피스코티의 어머니는 배구, 승마, 야구 등을 좋아하는 피스코티를 위해 매일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데려다주곤 했다. 그리고 "야구 말고도 인생에 더 많은 것이 있음"을 아들들에게 가르치려 애썼다. 그중 하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이는 지난 12월 피스코티가 "때로는 야구보다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한 맥락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당시 피스코티는 "어머니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저를 안도하게 합니다.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경기에 임하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 시즌 현재까지 피스코티의 성적은 타율 .243 2홈런 13타점 OPS .661에 불과하다. 여기엔 지난 1월 들어 급격하게 악화된 어머니의 병세가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다. 
 
 
어머니가 루게릭 진단을 받기 전까지 스티븐 피스코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영상=엠스플뉴스)
 
세인트루이스 단장 존 모젤리악은 조문을 통해 "우리가 피스코티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하고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피스코티와 그의 가족은 카디널스의 일원이었다. 피스코티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부사장 빌리 빈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들에게 헌신적인 아내이자 어머니였다"고 전했다.
 
한편, 오클랜드는 루게릭병(ALS) 치료 개발 기구에 5만 달러를 기부하며 팬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당부했고, 다르빗슈 유는 SNS에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는 말을 남기며 개인적으로 1만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국립 신경질환 학회에 따르면 약 3만 명의 미국인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0만 명당 2명 꼴로 매년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그래서 피스코티의 애끓는 사모곡과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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