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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덤덤한 한승혁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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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목) 08:00

수정 1

수정일 2018.05.03 (목) 09:06

                           
불펜이 아닌 선발로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그 옷은 시즌 초반까지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이렇게 좋은 결과에도 KIA 타이거즈 투수 한승혁은 덤덤했다.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단 게 한승혁의 마음가짐이다.


 




 


[엠스플뉴스=사직]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겨우 1승인데.”


 


KIA 타이거즈 투수 한승혁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신중했다. 마음가짐도 그랬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한승혁의 야구 인생은 굴곡이 심했다. 기대할 만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게 계속 반복됐다.


 


불과 1년 전에도 그랬다. 지난해 스프링 캠프에서 감독상을 받을 정도로 한승혁을 향한 기대치가 컸지만,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한승혁은 지난해 36경기(39이닝)에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7.15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77로 부진했다. 시즌 중반부턴 제구까지 흔들리며 후반기엔 6경기 등판(총 4.1이닝·평균자책 14.54)에만 그쳤다. 결국, 한승혁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지는 아픔도 맛봤다.


 


올 시즌엔 출발마저도 위태위태했다. 한승혁은 올 시즌 스프링 캠프 도중 오른쪽 허벅지 내전근 통증으로 중도 귀국했다. 한승혁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정말 안 풀린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천히 몸을 다시 만들어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복귀하니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캠프 때 선발 보직을 준비한 건 아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니까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선발 옷’이 맞는 한승혁 “무조건 5회까지”


 




 


4월 4일 다소 늦게 1군으로 올라온 한승혁은 이날 열린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펼쳤다. 한승혁은 선발 투수 정용운이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4회 말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한승혁은 4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롱릴리프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루였다.


 


KIA 김기태 감독은 한승혁의 호투를 지켜본 뒤 곧바로 선발 전환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승혁은 4월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014년 10월 12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227일 만의 선발 마운드에 섰다. 이날 한승혁은 5.2이닝 6피안타 4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얻진 못했다.


 


한승혁의 첫 선발승을 보는 순간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승혁은 27일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수원 KT WIZ전에서 6이닝 4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8-3 승리에 이바지하면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세 차례 선발 등판 모두 공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즌 첫 승을 거둔 KT전이 가장 적게 실점해서 만족스럽다. 부담스러운 선발 자리지만,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려고 한다. ‘선발 체질’이라는 평가도 전혀 신경 안 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공만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단 마음뿐이다.” 한승혁의 말이다.


 


선발 자리는 한승혁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최소 한 경기에서 5이닝은 책임지고 싶은 게 한승혁의 마음이다.


 


“무조건 5회까지 던진단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간다. 이닝마다 전력투구보단 상황에 따라 힘을 조절하고자 한다. 준비하는 과정은 불펜보다 편하지만, 책임감은 더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선발로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가면 된다. 선발 자리에서 제구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그저 마운드 위에서 덤덤하게 공은 던질 뿐이다.”


 


절박한 한승혁, 선발 비기는 ‘커브’다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한승혁은 커브 구사 비율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강속구와 스플리터 위주의 투구를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한승혁은 속구(67.6%)·스플리터(20%)·슬라이더(11.5%)·커브(0.1%) 순으로 구종을 던졌다. 올 시즌 네 차례 등판에선 속구(51.3%)·스플리터(20.6%)·커브(15.6%)·슬라이더(12.1%) 순으로 커브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한승혁이었다. 


 


커브 비율 증가는 한승혁의 ‘신의 한 수’가 될 거란 주변의 평가가 쏟아졌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아무래도 강속구 투수라 타이밍이 가장 차이 나는 커브가 위력적일 거다. 선발 자리에서 제구도 안정되는 느낌인데 체력을 생각해서 나중에 휴식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KIA 포수 김민식도 “확실히 스플리터보단 커브가 잘 통한다.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승혁 자신도 커브 장착은 대만족이다. 한승혁은 “결과도 결과지만, 커브 자체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동시에 체력 안배도 가능하다. 스플리터와 함께 수 싸움이 다양해지는 것 역시 좋다.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에만 비슷하게 들어가면 효과가 곧바로 나오는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시즌 초 선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한승혁의 말과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기복이 심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한승혁이다.


 


“선발 마운드에 던지는 거 자체가 감사할 뿐이다. 겨우 1승 했다고 방심할 수 없다. 선발로서 목표를 말할 단계도 아니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등판을 준비한다. 야구 인생이 순탄치 않았기에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 우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공이라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한승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이 ‘애증’의 존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한승혁이다. 그래서 한승혁은 KIA 팬들을 향해 조금의 인내와 기다림을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팬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잘 알고 있어요. 그간 저 자신도 매우 답답했습니다. 야구가 잘 안 풀릴 때가 있었지만, 포기한단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를 향한 안 좋은 얘기도 많았지만, 야구공을 손에서 놓겠단 생각은 없었어요. 앞으로 잠시 흔들린다 해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저에게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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