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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정범모 “NC는 내 인생 터닝포인트”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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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수) 09:22

                           
| 3월 27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한화-NC전. 이날 ‘이적생’ 정범모는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친정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팀을 옮긴 뒤 성격까지 달라졌다는 정범모가 펼쳐갈 새로운 야구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엠스플뉴스=창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NC에 와서 좋은 감독님, 좋은 코칭스태프,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제 인생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스포츠 심리학자 하비 A. 도프먼 교수는 저서 [멘탈게임]에서 “비합리적인 기대와 비정상적인 관심은 선수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타인의 기대는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선수는 비난을 받게 된다. 남들이 평가한 자신의 능력과 전망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문제가 시작된다. 기대감으로 인해 선수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시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 도프먼의 지적이다.
 
NC 다이노스 포수 정범모의 프로 입단 초기가 딱 그랬다. 정범모는 2006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타격 재능, 강한 어깨까지 한 몸에 갖춘 정범모를 향한 기대는 컸다. 차세대 안방마님, 대형 포수 감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와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됐다. 정범모는 부담감에 눌려 자꾸만 위축되고, 그라운드에서 조급해졌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다. 입단 당시의 큰 기대는 곧 그만큼 커다란 비난과 실망으로 돌아왔다. 정범모는 올해 초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다행인 건 지난 시즌 뒤 한화에 한용덕 감독과 새 코칭스태프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정범모는 "한결 밝아진 팀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웃고, 즐겁게 생활하려고 한다. 이제는 조금씩 회복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여기다 3월 20일 투수 윤호솔과 1:1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이적한 것도 새로운 계기가 됐다. 요즘 정범모는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단지 새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표정부터 밝아졌고 자신감이 넘친다. 포수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정범모는 남들이 강요한 목표와 기대로부터 자신을 조금씩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정범모가 겪은 고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3월 27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범모가 그간 몸도 아팠지만, 어린 선수에게 기대치가 너무 높다 보니까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 부담을 많이 느꼈을 거다. 또 어렸을 때 팀에 워낙 이름있는 선배들이 많지 않았나. 투수는 물론이고 포수 자리에도 조인성 같은 형들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부담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새로 합류한 정범모에게 무한 신뢰와 격려를 보낸다. 코칭스태프와 구단도 마찬가지다. 정범모는 “항상 감독님이 힘을 많이 주신다. 보면 화이팅을 외쳐 주시고, 하이파이브를 해주신다. 실수해도 잘한다,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감사하고 힘이 된다. 코치님들도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라 했다.
 
정범모는 NC 입단 뒤 스스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그는 “제 성격이 변한 것 같다”며 “예전엔 약간 소심한 편이었다. NC에선 감독님이 적극적인 걸 좋아하시고, 저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여기 와서 많이 밝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자신감은 플레이에서도 드러난다. 27일 친정 한화 상대로 선발 출전한 정범모는 시종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게임 콜링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범모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화이팅 밖에 더 있겠냐”며 웃었다. “타자들이 다 알아서 방망이 잘 치고, 투수들도 다들 잘 던진다. 제가 화이팅하다보면 팀이 알아서 이기는 것”이라 했다.
 
김 감독도 “정범모가 다른 팀 있을 때 봤던 것과, 실제로 여기 와서 본 모습이 다르다.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화이팅도 좋아졌다”며 “그거면 충분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취임 이후 정범모를 많이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정범모가 한화 상대로 선발 출전한다는 소식에 한 감독은 “정말 좋은 모습이다. 가서 그렇게 잘하면 좋지 않나. 선수들이 다른 팀에 가서 다들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범모가 잘하고, 경기는 우리가 이기면 된다”고 미소지었다.
 
정범모 “32살이면 어린 나이, 앞으로 10년 더 야구할 것”
 


 
‘수비’는 프로 입단 이후 정범모를 오랫동안 괴롭힌 난적이자 숙제였다. 한화 시절 정범모는 타자로서 재능에 비해 포수 수비에서는 저평가를 받았다. 특히 몇몇 경기에서 저지른 결정적 실수가 크게 부각되면서 ‘수비력 나쁜 포수’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NC 관계자와 코칭스태프는 하나같이 정범모의 수비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포수 출신인 유영준 단장은 “정범모가 실제로는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수비가 나쁜 포수가 아니다. 송구 능력도 좋고, 좋은 자질을 많이 갖고 있다. 1군에서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도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좋다”고 추켜세웠다. 김 감독은 “선수는 결국 경기에 계속 나가면서 자신감을 얻는 거다. 범모가 여기 와서 2경기 교체 출전해서 괜찮았다. 앞으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나설 때는 신진호를, 국내 투수 선발 때는 정범모를 선발 포수로 기용할 계획이다.
 
정범모는 “옛날엔 수비에 대한 프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블로킹 하나 실수하면 어쩌지? 공 하나 놓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 NC에 와서는 실수를 해도 코치님 감독님 괜찮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격려해 주신다. 이제는 그런 압박감은 잊어버리고, 즐기려고 하고 있다.” 정범모의 말이다.
 
그는 “NC에서 제가 할 일은 수비에 신경 쓰고 투수들과 호흡 맞춰서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라 했다. “잘 치는 타자들이 워낙 많다. 저도 조금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일단은 수비 쪽에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포수 수비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 정범모의 다짐이다. 
 
정범모는 “NC 이적이 나에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NC에 와서 좋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를 만났고, 선수들과 만날 수 있었다. NC에 온 게 내 인생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정범모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범모가 이제 30대 초반이다. 좋은 것을 많이 가진 선수 아닌가. 지금부터 야구하면 된다.” 
 
정범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마흔 두 살까지 야구하는 선수도 있는데, 서른 두 살이면 어린 것 아닙니까”라며 “앞으로 10년은 열심히 해보겠다”고 크게 웃었다. NC에서 새롭게 태어난 정범모, 그가 써 나갈 야구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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